나의 프리다 웅진 세계그림책 18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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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불을 끈 채 잠이 오길 바랐던 어린 나는 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때때로 좋아하던 동화 이야기가 내게도 일어났으면 했고, 내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들만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마음에 꾹꾹 새겼다. 그랬던 모든 상상이 현실이 되어 특별한 하루를 보내길 바랐지만, 그러지 못한 채 어느새 어른이 되어 버렸다. 그저 현실에 안주하며, 내일의 할 일을 정리하며 잠드는 그런 어른이.

동글동글한 얼굴, 초롱초롱한 눈, 그리고 짙고 밝은 원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앤서니 브라운의 삽화가 담긴 나의 프리다를 읽게 되었다. 그의 전시를 찾아가고 싶었지만 뚜벅이에겐 너무 먼 거리 때문에 생긴 아쉬움을 이제야 달래게 되었다. 더구나 멕시코 여성 화가로 유명한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를 동화로 그려낸 것이라니. 좋아하는 두 작가를 이렇게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니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자면서 종종 날아가는 꿈을 꾸었어.

난 정말로 날고 싶었어.

 

소아마비로 불편했던 어린 프리다는 늘 하늘을 날아가고자 하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홀로 남겨지는 일이 잦았던 어린 소녀에게 아픈 다리의 존재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상처로 다가왔을 것이다. 일곱 살 생일을 맞이한 프리다는 날개를 선물 받고 우울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날개를 단 채 실망하던 프리다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나게 된다. 날개로 하여금 자유로운 상상을 하게 된 프리다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구멍을 빠지게 되고 그곳에서 낯설지만 익숙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아이는 말없이 춤추기 시작했어. 어여쁜 발레리나처럼.

아이가 방을 누비면서 우아하게 춤추는 동안,난 이야기를 했어.

마음에 맺힌 비밀을 털어놓자,

아이는 내 말을 놓치지 않고 듣는 것 같았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프리다 칼로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의 경험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표현하고, 그 삶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자신의 자화상을 통해 보여준다.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그림에 대한 설명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작품은 한없이 어둡고, 우울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녀 삶의 배경에 대한 이해 때문에 더욱 그랬겠지만.

그러나 앤서니 브라운의 손을 거쳐 그려지는 프리다의 유년 시절은 조금은 밝고 희망찬 모습으로 느껴진다. 나의 프리다의 마지막에 설명되어 있듯이 이 이야기는 프리다 칼로의 인생에 있어서 그녀에게 깊은 영감으로 작용하게 된다. 외로운 소녀에게 자신과는 다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의 존재란 너무도 소중했겠지. 앤서니 브라운은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수많은 프리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그들에게 결코 혼자가 아님을 특유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통해 표현해낸다.

    


 

난 다시 혼자가 되었지만 이제 아주 행복했어.

가고 싶으면 언제든 가서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친구가 거기서 날 기다릴 테니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 상상으로 하여금 우리는 위로받고, 즐거워하고, 또 내일을 꿈꿀 수 있을 테니까. 나의 프리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버렸어도,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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