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뿐인 미래 - 얼어붙은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살림 YA 시리즈
소피 크로켓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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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찾아오고, 인류를 지탱해 온 모든 삶이 얼어붙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그 겨울의 원인이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목재 도매상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 소피 크로켓은 자신의 첫 장편 소설인 《겨울뿐인 미래》를 집필한다. 추운 겨울이 찾아와 모든 것이 얼어버린 겨울을 배경으로, 하루 아침에 모든 가족을 잃어버린 한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소피 크로켓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질문한다.

윌로는 일명 '이탈자'라고 불리는 무리로, 도시를 떠나 산 속에서 가족들과 살아간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모두 떠나게 되고 홀로 남게 된 윌로는 가족을 찾아 집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전체적으로 추운 겨울이 찾아온 윌로의 삶의 터전에서, 윌로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그의 머리 위에 얹혀진 '울프'뿐이다. 길을 떠난 윌로는 한 오두막 집에서 아빠를 찾는 어린 소녀와 동생을 만나게 된다. 윌로는 가족들과 함께 살 때 누군가를 도와줬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기억을 떠올리면서 소녀를 무시하기로 마음먹지만, 이내 자신의 뜻에 따라 소녀를 돕고자 한다. 소녀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을 한 윌로는 그녀를 도시로 데려다주고자 한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얼어붙은 그 곳의 도시는, 이전의 광명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곳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과연, 소년과 소녀는 이 추운 겨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는 무릎을 꿇고 앉아 차가운 손을 모았다. 따뜻한 바람이 포근히 감싸주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배고픈 것도, 피곤한 것도 잊었다. 이 성가신 메리와 단 둘만 남았다는 사실도 잊었다. 그 기분은 내 마음에 새겨져 영원히 머물 것이다, 정말로. (p. 140)


《겨울뿐인 미래》은 무분별한 발전과 화석 연료 사용으로 전지구적 이상기후가 발생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보여준다. 추운 겨울에서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기차 이야기를 그린 <설국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적 설정은 SF 종말문학으로 자리잡게 도와준다. '겨울'이라는 배경이 주는 한없이 차가운 이미지는 소설을 읽는 내내 곳곳에서 느껴진다. 도시에 들어선 윌로의 코트를 탐하는 자들, 그리고 추운 겨울로 인해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 배고픔에 굶주리다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잃어버린 모습들은 또 다른 종말이 시작되었음을 암시한다.

도시와 빈민촌에 들어선 윌로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디스토피아 문학의 대표작인 <헝거게임>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난한 자들끼리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조성하며, 세계를 지배하는 자들의 눈을 피해 살아가는 모습은 《겨울뿐인 미래》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만, 그것이 어렵다 속단하며 가만히 머물러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진다.  소피 크로켓은 이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 윌로가 세상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깨닫도록 유도한다.


나는 정말이지 궁금했다. 어른들이 말해 주었던 모든 이야기가 사실이기는 한지. 예전에 살았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가능하기는 할지. 이제 사람들이 선해지는 걸 잊어버린 게 아닌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아빠와 마을 노인들이 불가에 둘러앉아서 들려준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희망의 횃불 운운하며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들이 모두 거짓이었는지도 모른다. 패트릭은 그걸 '설교'라고 했다. (p. 237)


《겨울뿐인 미래》와 비슷한 디스토피아 문학을 자주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 어떤 희망의 불씨조차 찾을 수 없었던 이 암담하고 삭막학 세상에서 유일하게 희망이 생겨나는 그 순간. <헝거게임>의 캣니스가 희망의 불씨가 되어 이 반란의 끝을 보고자 결심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겨울뿐인 미래》의 윌로는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그리고 메리와 그가 더이상 이 겨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를 좇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항상 말했다. 나무가 초록색일 때는 태우려고 해 봤자 소용이 없다고. 나무가 단단하게 자라서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금 내가 그런 기분이다. 점점 마르고 단단해지는 기분. (p. 313)


어른들의 생각을 곱씹던 윌로는 드디어 자신에게 늘 힘이 되어주었던 '울프'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겨울뿐인 미래》은 단순히 SF 종말문학이 아니다. 언제가 우리에게 닥쳐올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담아내며, 한 소년의 아픈 성장통을 통해 우리가 이 현대에서 스스로 희망의 횃불을 꺼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를 동시에 담아낸다. 만약, 우리에게 추운 겨울이 닥쳐온다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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