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 김은희 대본집 킹덤 김은희 대본집
김은희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긴 기다림 끝에 그 베일이 걷혀졌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킹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외국인들에게 열풍을 불어 일으키며 부산행을 시작으로 신선함을 안겨주었던 한국형 좀비물에 대한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미국 AMC<워킹데드> 시리즈를 재밌게 본지라 한국형 좀비물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있던 상태였다. 명절을 맞이하여 조금은 지루한 시간들을 달래려다 이틀에 걸쳐 시즌 1을 모두 보게 되었고, 그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채 킹덤의 대본집을 집어 들었다.

 

달빛에 비친 기괴하고 크게 늘어진 그림자, 그 걸음걸이가 여느 사람과의 몸짓과는 사뭇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와 함께 냄새를 맡는 듯 킁킁거리는 소리, 으르렁, 크르르 하는 목이 막힌 듯한 기괴한 소리와 심한 악취. 그런 그림자를 바라보는 창의 눈빛, 놀람으로 굳어진다. 도대체 저게 뭐지..? 숨이 멎을 듯 놀라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문 옆에 놓인, 들어열개문을 고정시키는 긴 쇠로 만들어진 걸쇠를 잡는다. (p. 38)

 

김은희 작가의 집필 방식을 최대한 반영하여 반점, 온점 등의 표기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킹덤대본집에는 김은희 작가가 집필 당시에 가진 생각, 마음이 담겨있다. ‘조선시대라는 시대 배경과 백성들의 삶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한 김은희 작가는 끝내 킹덤이라는 대작을 완성시키고자 한다. 그의 마음에 <터널>의 김성훈 감독도 함께 동참하게 된다. 그가 이 작품을 맡게 된 두 가지 큰 이유 중 하나가 김은희 작가였을 만큼 그들은 조선을 배경으로 베일에 쌓인 역병의 음모를 그려내기 시작한다.

 

왕이 두창으로 쓰러진 뒤, 영의정 조학주와 그의 딸 중전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강녕전으로 들어설 수 없게 된다. 세자 이창은 아버지의 안위가 걱정되어 몰래 강녕전에 잠입하게 되고, 그곳에서 기괴한 소리를 내고 심한 악취가 나는 어떤 괴물과 문 하나를 두고 마주하게 된다. 창은 아버지에게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아버지를 진료한 의원이 있는 동래(옛 부산의 지명)로 호위무사 무영과 떠나게 된다.

동래에 도착한 창은 의원이 있다는 지율헌으로 향했고, 음산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그곳에서 서로 얽혀있는 48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48구의 시신이 지율헌 밖으로 나오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지율헌의 의녀 서비와 영신을 만난다. 이윽고 해가 저물고, 죽은 줄 알았던 48구의 시신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김은희 작가는 조선 왕실을 중심으로 얽힌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킹덤의 시즌 1은 이 거대한 이야기의 서막에 불과하다. 시청자들은 물론, 대본집을 읽는 독자들까지 아직 역병이라고 치부되는 그들의 존재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 세자로서 이창이 가진 고민과 두려움, 왕실을 흔들 수 있는 권력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는 탐욕스러운 조학주와 중전, 그리고 전란 이후에 황폐해진 백성들의 암담한 삶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러기에 이제 점차 퍼지는 역병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시청자와 독자들은 이것이 어떠한 나비 효과로 다가올지 두려우면서도 궁금해진다.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들을 대본집에서는 ‘()’를 통해서 표현하는데, 마치 인물들의 속마음에 이입한 것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표현들로 하여금 킹덤을 집필하는 김은희 작가의 모습이 상상되어 조금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세자 이창의 섬세한 감정 묘사들과,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 담겨 있어 훨씬 더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가 있었다. (드라마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이며, 더욱 차분한 느낌이 드는 이창이었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궁금했던 영신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단서는 대본집에서도 얻을 수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 아마 시즌 2가 다가오면 그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지 않을까. 그 어떤 캐릭터보다 몸을 잘 쓰고, 조총도 잘 다루는 전투력이 높은 캐릭터이기에 자연스레 그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시즌 2을 기다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또 긴 기다림만이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