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미 - <미 비포 유> 완결판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나만의 가치관으로 많은 선택들을 해왔던 것처럼 사랑에 있어서도 나는 어떤 기준을 가지곤 했다. 이 사랑이 어떻게 끝나던 간에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리고 그러한 사랑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던 미 비포 유의 루이자 클라크를 6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불의의 사고로 움직일 수 없게 된 윌 트레이너를 간병하게 된 루이자 클라크는 그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선사하기도 했고, 반대로 윌 트레이너는 그녀가 세상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날 밤 꿈에 윌이 나왔다. 윌은 드물게 꿈에 나타났다. 그때마다 나는 슬펐다. 그리움이 커서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기분이었으니까. 샘을 만나면서부터는 꿈을 꾸지 않았다. 그런데 한밤중에,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윌이 다시 나타났다. (p.44)

 

미 비포 유완결 이야기를 담은 스틸 미에서는 윌이 죽은 후, 새로운 연인인 샘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루이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루이자는 우연히 새로운 직장을 제의받게 되고 영국에서 뉴욕까지 오게 된다. 자신이 살던 곳과는 사뭇 다른 곳에서 지내게 된 루이자는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간다. 어느새 루이자는 뉴욕의 생활에 익숙해져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영국에 살고 있는 샘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 한 편에서 차오르기 시작한다. 한편, 루이자는 자신이 어시턴트 해야하는 아그네스의 우울증 증세에 공감하면서 그녀의 진정한 친구가 되고자 한다.

 

난 우울증을 잘 모른다. 윌이 죽은 후 심지어 내 우울한 감정도 이해 못 했으니. 그런데 아그네스의 기분은 유독 파악하기 어렵다. 우울증을 앓는 친구들은그 수가 엄청나게 많은 듯인생살이 때문에 풀이 죽어 안개 속에서 버둥대다, 결국 즐거움을 보지 못하고 기쁜 일을 기대하지 못하게 되었다. 우울증은 앞길을 뿌옇게 만들었다. 어깨를 떨구고 견디느라 입을 다물고 시내를 걸어가는 모습에서 우울증이 보였다. 그들은 슬픔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p.178)

 

특유의 긍정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굳게 닫혔던 윌 트레이너의 마음을 열었던 루이자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그 활기를 고스란히 전하고자 한다. 우울증과 이유 모를 불안함을 가진 아그네스가 파티에서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자 루이자는 그녀에게 힘이 되는 말을 건넨다. 아그네스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퉁명스럽게 대하던 일라이나의 마음을 돌리기도 하며, 늘 말을 걸어주던 아파트 경비원 아쇽과도 서로의 사정을 봐주는 사이가 된다.

조조 모예스는 그녀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를 통해서 루이자라는 여성을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미 비포 유, 애프터 유를 읽은 독자들이라면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루이자를 다시 만난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며, 그녀가 또 한 번 선사하는 활기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워진다. 영국을 떠난 루이자가 뉴욕에서는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마치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난 여전히 나야.”

물론이지. 그런데 이제 당신은 다른 곳에 있어. 말 그대로.”

샘이 담담하게 말했지만, 대화에 왠지 날 불편하게 요소가 있었다. 나는 맨발로 샘에게 걸어가서 어깨를 잡고, 의도한 것보다 좀 급하게 말했다. (p.252)

 

조조 모예스는 루이자, 아그네스, 드 위트 부인을 통해서 진짜 자신을 잊어버린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한다. 영국이 아닌 뉴욕으로 건너 간 루이자는 샘에게 환경 때문인지 조금은 변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녀는 “Still me.(난 여전히 나야.)”라고 대답한다. 결혼 생활 이후 아그네스는 친구들에게 그녀가 상류층의 삶을 살고 난 뒤, 변했다는 소리를 듣게 되며, 드 위트 부인 역시 자신의 젊은 시절 일과 가정, 그녀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없도록 사회적 잣대에 부딪혔음을 고백한다. 이 세 사람을 통해 조조 모예스는 자신이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든, 본인 스스로를 믿고 아끼라는 사실을 전한다. 그리고 그것을 그녀가 가장 애정하는 루이자를 통해 보여준다. 오랜 시간 많은 독자들이 아끼고 사랑했던 루이자는 그렇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난 아주 괜찮은 인생을 살아왔어, 루이자. 내 일을 사랑했고, 멋진 사람들과 일했어. 파리, 밀라노, 런던까지 내 나이 여자들보다 훨씬 많은 곳을 다녔어……. 근사한 아파트와 출중한 친구들을 얻었지. 나를 걱정할 건 없어. 여자들이 전부를 가진다는 것은 헛소리지. 우린 결코 그러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여자들은 늘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해. 그렇지만 사랑하는 일을 하는 데 큰 위로가 있지.” (p.433)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랑의 끝엔 무엇이 남을까. 그동안 상대를 열렬히 사랑했었던 나와 그보다 더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할 내가 남는다. 여전히 나는 나이고, 앞으로도 계속 나일 것이다. 다시 루이자를 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아쉽기도 하지만, 꿀벌 타이즈를 신고 뉴욕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게 걸어갈 루이자의 모습을 응원하며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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