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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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먼 옛날 신이 언어를 만들 때, 부모를 잃은 자식은 고아, 남편을 잃은 여자는 과부, 아내를 잃은 남자는 홀아비라 칭했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부모는 그 슬픔이 너무나도 커서 어떠한 이름도 붙이지 못했다고 한다.’ 비록 짧은 문장의 글이었지만,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이 짧은 문장에 완벽히 담기지 못한 채 넘쳐흘렀다. 분명 내가 지금으로선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사랑이 있을 것이리라. 자식은 부모가 떠난 빈자리를 보고서 그제야 그 사랑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은 라디오 작가 박애희의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자신의 편이던 엄마와의 따뜻한 기억을 담은 에세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잠이 들지 않는 밤, 자신의 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며 그녀는 자신의 기억 속의 엄마를 그려낸다. 라디오 오프닝이 끝나고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엄마의 문자에 대한 기억을 시작으로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곁에 있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당신의 꿈이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궁금하다고. 엄마로 살아온 당신의 이름 없는 날들 덕분에 우리의 눈부신 날들이 존재한다고. 엄마에 대한 나의 고백이었다. 코너가 끝나자마자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p. 93)


간혹 엄마라는 이름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그 세월의 흔적들 때문에.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을 텐데, 그 서툰 과정 속에서 자신을 지우고 자식들로 채워 놓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먹먹해진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의 박애희 작가도 그렇게 느낀 것일까.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때로는 엄마에게 상처가 되었을 것이고, 허심탄회하게 뱉을 수 있을 진심들을 꾹꾹 눌러 담은 진심들을 들어주지 못했다며 그녀는 후회한다. 조금 더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것을.


인생에서 제일 빛나는 하루, 그 하루만 있어도 사람은 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엄마가 선물해 준 빛나는 날들을 기억한다.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날들. 그 날들이 나를 지켜 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꼭 다시 만난다는 것을. (p. 102)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의 아픔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사실 우리는 살면서 우리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어느 날 내 곁을 떠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을 아니지 않는가. 그러기에 그들이 떠나고 난 뒤의 그리움과 후회가 더욱 짙게 남아 때로는 가슴 미워지게 슬픈 날들을 겪게 되고.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을 읽다 보면, ‘만약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혹시라도 나의 엄마가, 혹은 나의 아빠가 이렇게 내 곁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나게 된다면, 나는 그 슬픔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하곤 말이다. 시간이 흘러 담담해져 사진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 전까지의 그리움과 후회의 시간들은 가슴 한 편에 오래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은 우리 딸, 최고라는 말이었다. 긴말을 하는 게 힘들던 엄마는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응원이었다. 엄마의 응원에 화답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자고, 진짜 최고가 되자고. (p. 189)


집 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거나 급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 나는 그 어느 때와 다름없이 엄마를 찾곤 한다. 엄마는 그 때마다 너는 진짜 엄마 없으면 어떻게 살래?”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며 그 문제를 해결해주신다. 그 질문에 그저 헤헤 웃으며 넘기고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 그 질문은 다시 곱씹으니 대답은 하나인 것 같다. 글쎄, 나는 엄마 없이 어떻게 살까. 엄마 없이 살 수 없으니까 오래 내 곁에 있어줘.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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