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연구소 - 완벽한 한 잔을 위한 커피 공부
숀 스테이먼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리빙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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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외국 영화를 보다보면 바쁘게 출근하는 여주인공의 한 손에는 커피 한 잔이 들려있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봐왔다. 그리고 , 저런 게 뉴요커의 삶인가.’라는 환상 아닌 환상에 빠지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커피 한 잔을 마시지 않으면 하루를 위한 활력이 생기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할 때마다 늘 내 곁에는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어야 했다. 몽롱해질 즈음 입 안에 고소함과 씁쓸함을 한 번에 남기는 한 입의 커피는 너무도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물론 이는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길을 걷다 고개를 돌려 보면, 눈앞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카페가 존재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원두향이 감싸는 순간들을 누구나 경험하고 있으니. 많은 현대인들에게 커피는 더 이상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어떤 과정들이 필요할까?

  《커피 연구소》는 커피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일명 닥터 커피(Dr. Coffee)’로 불리는 숀 스테이먼의 저서이다. 그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일상의 시름을 덜어주는 영혼의 안식처이자, 새로운 영감을 선사하는 매혹적인 뮤즈다. 숀은 커피콩부터 시작하여 로스팅, 커피의 추출 과정을 설명하며, 커피의 맛을 조금 더 즐기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커피 연구소》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어디선가 로스팅 중인 따뜻하고도 쌉쌀한 냄새와 더불어 달칵달칵 머신을 돌리는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순수한 기쁨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필요에 의해 커피를 마신 적이 있는가? 단언컨대 이 질문 앞에 누구도 결백하지 않을 것이다. 솔직해지자.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마실 때도 많다. 특유의 향미를 음미하기 위해서만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커피의 카페인 함량에 추출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진다. (p. 148)


  커피 한 잔으로 최고의 활력을 얻는 법, 어제와 오늘의 커피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커피와 우유가 만났을 때의 반응, 커피만 마시면 계속 화장실에 가게 되는 이유 등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들은 물론, 숀은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내는 과정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커피콩부터 꼼꼼하게 따지는 이유,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를 더욱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추출 과정에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이유를 화학과 물리학을 통해서 설명한다. 커피를 과학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과학이야말로 지식을 얻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로스팅할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에 대해 우리는 꽤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 부족한 것은 커피 향미의 화학성분과 그 상관관계에 대한 정보이다. 현대의 발전된 과학 기기와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이런 부족함을 채워준다. 특히, 커피광인 연구자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더 큰 진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는 그저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리면 된다. (p. 73)


  《커피 연구소》는 정확히 어떤 커피가 맛있고 맛없는지를 구분 짓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독자 개인의 입맛에 모든 것을 맡길 뿐이다. 독자가 맛있다고 느껴지는 커피가 바로 최고의 커피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에 대한 연구는 더욱 방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전에 한 카페에 방문했을 때, 카페 직원들끼리 큰 테이블에 모여 커피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어떤 과정을 거쳤을 때, 조금 더 산도가 높은지, 풍미가 좋은지, 농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직접 시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멋있게 느껴졌다. 그들의 노력은 곧이어 고객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한 잔의 커피를 만들기까지 그 과정은 너무도 열정적이기에, 커피 한 잔이 가진 따뜻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커피를 설명하는 사람과 이를 마시는 사람이 모두 같은 맛을 감지하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 소비자가 상품에 설명된 향미 중 어느 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설명은 최소한 이들에게 커피가 가진 잠재적인 맛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다. 나아가 소비자가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는 여정에서 안내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이 커피에 어떤 향미가 있는지 알면 맛을 볼 때 도움이 된다. (p. 176)


  《커피 연구소》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커피 한 잔이 절로 생각났다. , 오늘도 나의 활력이 되어줘서 고마운 커피 한 잔에게 이 서평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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