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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한 일 년 ㅣ 살림어린이 그림책 52
한나 코놀라 지음, 김보람 옮김 / 살림어린이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게 되었다.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책을 읽게 된 것이 얼마만인지. 바쁜 일정 중에 읽은 지라 이 동화를 읽는 동안은 잠시나마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이 동화가 더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아이들에게도 좋지만 어른들에게도 좋은 일러스트 때문이었다. 마치 하나의 작은 미술관을 관람하는 기분이었을까.
《바람과 함께한 일 년》은 새 바람이 태어나는 4월을 시작으로 1년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삽화가이자 예술가인 한나 코놀라는 정교한 분석에 변칙적인 접근법을 결합하여 더도 말고 덜도 말게, 아주 적당한 만큼의 감수성을 담아낸다. 간단한 선과 도형들로 이루어져 있는 그녀의 일러스트는 책을 읽는 동안 더 많은 것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글보다 그림의 여백이 더 많아 이 빈 공간에는 어떤 모습을 담을지 떠올리는 것이 몹시도 즐겁게 느껴진다.
4월이면 나는,
하늘로 연을 살포시 띄웁니다.
《바람과 함께한 일 년》의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의아했다. 한 해의 시작을 1월로 세는 우리와는 다르게 이 책에서는 4월을 첫 시작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책의 겉표지의 설명을 읽고서야 그제야 이해가 갔다. 새 바람은 4월에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때부터 바람의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을.
사계절을 지나는 바람의 여정 속에는 보드라운 입김과 살랑거리는 산들바람, 거센 돌풍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묘사들은 모두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느낄 수 있다. 바람을 실제로 볼 수는 없지만, 누구나 쉽게 느낄 수는 있으니까. 그러기에 《바람과 함께한 일 년》은 더욱 편안한 느낌을 가진 채 우리에게 다가온다.
1월이 오면
얼음판에서
스케이트 타는 친구들이
쌩쌩 나가도록
등을 힘껏 밀어 주지요.
동화책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살아있지 않은 것들도 마치 옆에 있는 친구처럼 느낄 수 있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것. 《바람과 함께한 일 년》은 바람을 살아있는 생명처럼 바라보아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3월에 나는,
당신의 뺨을 간질이며
새로운 봄이 오길 기다릴 거예요!
추운 겨울바람으로 한껏 웅크리고 다니게 되는 요즘이어서 그런지 《바람과 함께한 일 년》의 마지막 페이지 속 바람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설렘 가득했다. 더구나 3월에 나의 뺨을 간지럽혀 준다니! 이렇게 귀여운 표현이 또 있을까, 하며 3월에 불어올 따뜻한 봄바람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