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맨 모중석 스릴러 클럽 45
로버트 포비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지옥은 이미 이곳에 와 있어요.



  비채 모중석 스릴러 클럽의 새로운 신간, 《블러드맨》을 읽게 되었다. 전권은 아니지만 간간이 읽어왔던 모중석 스릴러 클럽의 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엽기적이고 잔혹함이 물씬 풍겨 나오는 책이었다. 빨간색이라는 강렬한 색감이 아닌 검은색으로 '피(blood)'를 표현한 표지는 범인의 엽기적이고 잔혹한 행위를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도록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만약 검은색이 아니라 빨간색으로 표현되었더라면, 그 색감의 농후함은 굉장히 짙었을지도 모른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스스로 손에 불을 붙이고 창문을 뛰쳐나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제이크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FBI 출신의 제이크가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어떤 살인 사건 현장에 불려가게 된다. 유명한 화가였던 아버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왔던 것과는 달리 제이크는 사건 현장을 보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림을 그려낸다. 그가 달려간 살인 현장에는 살가죽이 벗겨진 채 죽어있는 한 여성과 아이의 시체가 놓여 있었고, 제이크는 과거에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한 어머니가 떠오르게 된다. 한편, 거대한 허리케인 딜런이 강타할 것이라는 예보가 마을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된다.

  제이크는 머릿속으로 기상천외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사람들이 죽기 전 마지막 순간을 그리는 능력이 있었다. 그 괴상하고 섬뜩한 재능은 아버지의 것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괴물들을 사냥하는 데 빛을 발했다. (p. 31)

  '다음 세대의 스티븐 킹'이라는 찬사를 받은 로버트 포비의 첫 장편 소설 《블러드맨》은 제이크의 시선을 따라 잔혹한 살인마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허리케인 딜런이 마을을 강타할 것이라는 예보와 더불어 사건이 진행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더하여 범인에 대한 명확한 묘사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 공포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제이크의 아버지 제이콥이 그렸던 수천 장의 기괴한 그림들, 끊임없이 외치는 알 수 없는 그의 말들은 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아버님을 어떻게 해드리고 싶어 하는지도 파악하는 중입니다, 콜 씨. 이건 아버님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당신이 얼마나 감당할 생각이 있는지 알아야 해요.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당신이 아버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요. (p. 301)

  세밀하고 자세한 장면 묘사를 통해 독자들이 모든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하긴 했지만, 잔혹하고 악랄한 살인마의 수법을 제외하고는 내 기준으로 매력적인 부분을 찾기란 조금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300페이지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반복되는 연쇄살인에 어느 정도 범인이 누구인지 예상할 수는 있었기에 끝까지 그 짜릿함을 유지하기까지는 어려웠고 범인이 밝혀진 뒤에는 이해할 수 없는 몇몇 상황들이 머릿속에 남아 아쉬웠다. 그러나 모든 결말을 다 읽은 후 첫 살인 사건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면 그 반전에 놀랄 수 있다. 호러와 스릴러 두 가지를 동시에 잡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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