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카타리나 베스트레 지음, 린네아 베스트레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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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의 나는 부모님께 선물 받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성교육 동화책에 푹 빠져 있었다. 책꽂이에서 자주 꺼내 읽어 모든 내용을 외웠을 정도로. 10개월의 시간 동안 지금의 '나'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을까란 호기심은 이제 머리가 커서야 채워지게 되었다. 나와 비슷할 정도로 호기심이 많았던 카타리나 베스트레의 《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를 읽고서야 말이다. 오슬로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세포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카타리나 베스트레는 《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를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세포생물학의 과정에서 풀어낸다. 인간의 가장 작은 세포인 정자와 인간의 가장 큰 세포인 난자가 만나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세포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그려나간다.

  처음 몇 시간, 경주는 끝났다. '나'로 자라날 최초의 세포는 유유히 나팔관 아래로 떠내려간다. 벌써 나에 관한 아주 많은 것이 결정되었다. 내 첫 번째 세포는 이 문장의 마침표보다 작지만, 내 몸을 짓는 데 필요한 모든 설계도가 넉넉히 들어간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체 기관뿐 아니라 눈 색깔이나 코의 모양까지. (p. 24)

  《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부터 착상, 그리고 그 이후의 세포 활동들을 적절한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마치 '임신과 출산'에 관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카타리나 베스트레는 자세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그 과정을 설명한다. 서서히 태아의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에서 심장, 손가락, 발가락 등등 어떻게 세포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그러한 장기 조직들을 이룰 수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카타리나 베스트레는 태아의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을 포유동물이나 양서류, 곤충 등 다양한 생물과 비교하여 설명한다. 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고, 이렇게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고 느낀 생물이라면 단연 '초파리'다.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분자의 역할을 초파리의 탄생 과정에서 찾아낼 수 있다며, 카타리나 베스트레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해답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세포생물학'이라는 분야에 익숙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다. 이제 곧 두 개의 낯선 손이 내 머리를 잡고 끌어내면 눈부신 불빛이 눈을 때리고, 허파에는 처음으로 공기가 가득찰 것이다.
  나는 숨을 쉰다.
  그리고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건 각자가 더 잘 알 것이다. (p. 167)

  출산의 과정에 이르면서 책은 끝이 나지만, 왠지 모를 벅찬 느낌이 든다. 대략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엄마는 태아를 소중하게 보호했고, 태아는 그 기대에 부흥하며 무럭무럭 자랐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도 이 과정은 너무도 신비하고 감동적이다. 24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24년 전의 오늘, 첫 숨을 내쉰 나는 이 신비한 과정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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