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모노클 시리즈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민경욱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도미자와 미쓰루. 도내에서 경영 컨설턴트 사무소를 경영하고 있는 소시민이다. 고객은 중소기업이 많아 수입이 결코 많지 않다. 그래서는 아니지만 부업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그 부업이 바로 청부살인이다. (p. 111)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이라니. 자극적인 제목이 굉장히 호기심을 건드렸다. 짧고 간결한 호흡으로 전개되는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냥 놓치기엔 뭔가 아까운 작품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사카 고타로 등 많은 일본 추리 소설을 즐겨 읽어왔지만, 사실 이시모치 아사미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다. 그리고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앞으로 그의 작품을 종종 챙겨 볼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도내에서 경영 컨설턴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도미자와 미쓰루는 부업인 청부살인을 통해 부수입을 얻는다. 청부 살인에 대한 대가는 650만 엔. 의뢰인이 청부 살인을 요구하면 잘 나가는 치과의사 이세도노와 도미자와의 친구 쓰카하라, 2명의 연락책을 통해 도미자와에게 그 의뢰가 전달된다. 의뢰가 들어오면 도미자와는 사흘 안에 수락할 것인지 판단하고, 작업에 착수하면 선납금 300엔을 받아 2주 안에 수행한다. 의뢰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에 도미자와는 타깃을 중심으로 역으로 그들이 청부 살인을 의뢰한 이유를 생각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자신의 부업 사실이 밝혀지지 않기 위함이 있다. 그는 언제까지나 이 부업을 이어나가고 싶으니까.

  청부살인업자는 상상해선 안 돼. 표적에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 혹은 이 사람이 죽으면 곤란한 사람이 있겠지 같은 걸 상상해선 안 된다고. 반대로 표적이 아무리 못된 인간이라도 이런 녀석은 죽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선 안 돼. 상상은 감정이입과 이어지지. 인간은 감정이 들어간 상대에게는 냉정해질 수 없어. 즉 죽일 수 없다는 말이지. (p.27)

  일본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유독 '킬러' 혹은 '청부살인업자'라는 직업이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주 읽는 추리 소설 작가인 이사카 고타로도 '킬러'라는 소재로 끊임없이 소설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시모치 아사미는 우리가 이전의 여러 추리소설 속에서 만났던 청부살인업자와는 다른 신선함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의뢰인을 직접 만나지 않으며, 2명의 연락책을 사용하여 자신의 정보가 발각되지 않게 주의한다는 점. 그리고 주어진 표적을 중심으로 그 살인이 왜 의뢰되었는지를 되짚어가는 탐정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킬러나 청부살인업자라면 액션 영화에서처럼 굉장히 잔혹한 방법으로 표적을 죽일 것이라고 예상하겠지만,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의 주인공 도미자와는 그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아주 깔끔한 방식으로 표적들을 처리한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하나의 일본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은 실제로는 잔인하지만 전혀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 묘사가 굉장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사람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에 쉽게 빼앗을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청부살인업자라는 존재가 필요한 거지. 쉽게 빼앗을 수 없는 생명을 대신 빼앗아주는 전문직의 존재 의의 말이야. (p. 71)

  저자 이시모치 아사미는 모든 에피소드마다 도미자와가 청부살인을 하는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한다. 사람들이 청부살인을 의뢰할 수 없는 이유를 도미자와의 입을 통해 매 에피소드마다 언급하면서, 도미자와의 캐릭터의 존재를 굉장히 탄탄하게 만든다. 그래서 역자의 말에 쓰인 그대로 이상하게 느껴야 하는 사실들도, 모두 자연스럽게 여겨지며 묘한 쾌감을 얻게 된다. 그만큼 너무도 매력적인 책이었다. 앞으로 새로이 만날 그의 작품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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