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소송을 시비를 가리는 과정, 분쟁을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이것이 '치유의 과정이자 분노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만약 이때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 과정은 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p. 7)

  2013년, 우연히 극장에서 영화 <변호인>을 보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선 변호사 송우석 역할을 맡은 배우 송강호의 연기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명대사를 핏발 세우며 외치는 그의 모습이 너무도 멋있어 보였다. 논리와 이성을 앞세우되 그 뒤에 숨어있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의뢰인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모습. '변호사'라는 직업은 그렇게 내 머릿속에 인식되었다.
  실제 변호사의 삶은 어떨까? '뚜벅이 변호사'라는 별명을 가진 조우성 변호사는 그동안 자신이 맡아 온 소송들의 이야기들을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을 통해서 풀어 놓는다. 얽히고설킨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소송의 뒷이야기들은 단순하게 승소와 패소, 두 결과로만 규정되지 않는다. 조우성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덧붙이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외의 또 다른 결과들을 이야기한다.

  의뢰받은 사건의 상대방을 속 시원히 두들겨서 이겨주는 것이 아니라 그 분쟁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하고 화를 풀게 만들어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변호사는 성직자와 비슷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p. 187)

  조우성 변호사는 자신을 찾아온 의뢰인들을 진심으로 대한다. 때로는 의뢰인의 상황에 맞춰 무료 변호를 하기도 하며, 혹은 의뢰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들에게 변호 이상의 관심을 보여준다. 물론 그의 변호 이후에 모든 의뢰인들이 그에게 감사를 표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가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에 소개한 사례들 속 의뢰인들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 그것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무언가 함께 뿌듯해짐을 느끼게 된다.
  영화 <변호인> 속의 변호사 모습이 머릿속에 인식되었다고 해도, 사실 변호사라면 법에 입각하여 냉철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느꼈으나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속의 정우성 변호사의 모습은 또 다른 변호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들을 밝히며 자신의 소신들을 드러낸다. "변호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의뢰인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p.276)" 그래서 그는 진심으로 의뢰인들에게 다가가며 그들의 '분노'를 헤아리고자 노력한다.

  때로는 나를 기쁘게 하고 때로는 나를 절망에 빠뜨리게 했던 여러 사건들을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에 요구되는 가장 본질적인 덕목은 무엇보다 '잘 듣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p.293)

  삶이 힘들어질 때, 누군가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속의 의뢰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 조우성 변호사는 굉장히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몇몇 사례에서도 느끼듯이 그들의 분노와 억울한 감정들을 미리 헤아려 준 누군가가 있다면, 그들은 '소송'이라는 수단까지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공감해주는 직업, 변호사라는 직업이 빛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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