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죠, 마흔입니다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마음철학 수업
키어런 세티야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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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현대 사회 속 현대인의 삶을 다각적으로 바라본다. 통계학을 통해서 현대인들이 어떤 생활 패턴을 보이는지 수적인 지표를 통해서 알 수 있고, 사회학을 통해서 현대인들이 사회 속에서 중요시 여기는 문제와 가치들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심리학과 인문학 속에서는 현대인들이 그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지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통찰하며 인간의 삶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을 찾아내는 철학의 경우는 우리들에게 어떤 삶의 지표를 남길 수 있을까?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철학 교수 키어런 세티야는 《어떡하죠, 마흔입니다》를 통해 철학이 우리들에게, 특히 인간의 생애 중반에 놓인 중년들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보여준다. 성인기와 중년기에 불가피하게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들을 소개하면서 철학은 개인의 성공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저자 키어런 세티야는 존 스튜어트 밀을 시작으로 아리스토텔레스, 버지니아 울프, 쇼펜하우어 등 다양한 철학가들의 이론들을 통해 설명한다. 기존의 '중년'의 삶을 담아낸 책들이 개인적 일화를 통해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면서 자기계발서적인 역할에 치중했다면, 《어떡하죠, 마흔입니다》는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가장 나다운 '현재'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철학적인 해답을 찾기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중년의 위기에서 오는 공허함을 다른 종류의 공허함들, 이를테면 무언가를 실행할 근거를 찾지 못하거나 특정 결과가 다른 것보다 나은 근거를 찾지 못할 때 등의 불특정한 공허함과 구분하는 것은 철학의 문제이다. 궁극적 가치가 존재한다면, 도대체 우리 삶에서 사라진 것은 무엇일까? (p. 67)

  독특하게도 저자 키어런 세티야는 중년이 된 사람들에게 불현듯 찾아온 어떤 감정들을 모두 한데 모아 '중년의 위기'라는 표현으로 묶어낸다. 지금껏 이루기 위해서 애써 왔던 삶의 모습을 성찰하게 되는 과정에서 과거에 대한 향수와 후회, 질식감, 연민, 다가올 죽음에 대한 공포감 등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인 상태를 '중년의 위기'라는 표현을 통해 중년이 된 많은 사람들의 모든 감정들을 아우른다. 더 나아가서 이 '중년의 위기'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서 드러나게 되었는지 철학 외에도 사회학, 문학, 언론 등에서의 표현들을 찾아 설명하고, 그가 앞으로 철학에서 어떤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것이 중년의 위기의 한 단면이다. 밀의 신경쇠약과는 달리 이것은 허무주의와 거리가 있다. 세상에서 비롯되는 가치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끊임없는 일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이루어야 할 일이란 그만큼 실행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언가가 빠져 있다. 무엇이 사라졌는지를 설명하려면 궁극적 가치를 지닌 행위들 사이에서도 개량적인 것과 '단순히 개량적인 것만이 아닌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p. 78)

  《어떡하죠, 마흔입니다》는 주로 중년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코 그 이야기들이 모두 중년에게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짧은 삶을 살았지만 돌아볼 것이 많은) 나처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앞둔 20·30대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우리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후회로 선택을 주저할 때가 있다. '이렇게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이라는 한숨 섞인 말을 내뱉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다시 주워 담기란 어려운 일이다.

  무엇이 선이고, 언제가 중요한 순간이고, 친밀한 인간관계는 어떠하고, 그물처럼 얽히고설킨 매일과 매주, 매년을 설명하려 아무리 많은 말을 쏟아 내어도 부족할 만큼 삶은 냉엄하다. (p. 159)

  선택에 앞서, 향수와 후회로 둘러싸여 있다면 가감하게 그 모든 것을 떨칠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오로지 이 '현재'에 모든 것을 집중한 채 말이다. 요즘 삶의 중요한 선택을 앞둔 나는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가장 가까운 과거를 되새겨 보기도 하고, 고민이 깊어지는 밤에는 후회로 가득 찬 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떡하죠, 마흔입니다》의 6장 <지금 이 순간을 살다>까지 읽고 나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책을 읽었다고 해서 바로 그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 키어런 세티야가 하고 싶은 말들을 곱씹어 보아야겠다. 중년이 되어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향수와 후회가 많지 않을 삶을 그리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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