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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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벌판을 달린다.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어린아이처럼 팔을 흔들면서, 명랑한 함성으로 침묵을 깨면서, 달린다. 메마른 풀을 헤치고 꽃을 뛰어넘으면서 달린다. 처음에는 당연하지 않았을지라도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벌판을 달려야 해! 당연히 그래야지! (p. 127)

  해맑은 모습으로 벌판을 열심히 달렸던 소녀는 자라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된다.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가꾸던 그녀는, 직장에서 만난 한 남성과 관계를 맺으면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대중들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버락 오바마의 옆자리를 늘 지키고 있던 미셸 오바마의 내면 이야기, 그녀의 자서전 《비커밍》은 버락이 아닌 미셸 그녀의 온전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가 사회로 발을 내디디면서 어떤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녀의 도약을 위한 어떤 발판이 되었는지 5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 속에 고스란히 녹여낸다. 
  미셸은 자신의 삶에 놓인 숙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그 이전에 자신이 흑인이라는 점. "그때 느꼈던 불편함을 돌아보면, 그 순간 내 인생의 숙제를 직감했던 것 같다. 나는 앞으로 내 출신과 내가 바라는 미래를 내 정체성과 조화시켜나가야 할 터였다.(p. 67)" 그래서 그녀는 어린 시절을 보낸 시카고를 떠나 프린스턴 대학으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소수의 흑인 여성이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강인해지기로 결심한다. 노력과 결과의 작용을 좋아했던 그녀는 대형 로펌 변호사가 되었고 자신의 인생을 바꿀 남자, 버락 오바마를 만나게 된다.

  그 시절은 우리의 황금기였다. 결혼 생활의 균형 면에서도 더할 나위 없었다. 그는 그의 목표를 추구했고, 나는 내 목표를 추구했다. (p.248)

  미셸은 버락을 끝없이 지지했다. 그녀가 그녀의 삶을 무척이나 사랑하듯이, 버락이 사랑하는 삶을 존중하고 구축해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기로 했다. 더구나 세상에 무언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남기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은 버락의 소망과 일치하며 그의 정치 활동을 지지한다. 《비커밍》의 1부는 한 소녀가 자신의 삶에 놓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2부에서는 자신의 목표를 확고히 하고 이루어가면서 더 강인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버락의 정치 활동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미셸은 이제 가정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들과 가정생활, 그리고 버락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모두 맡으며 그녀가 겪은 시간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미셸은 당시에 그녀를 괴롭히고 힘들게 만들었을 고민들을 굉장히 시원하고 쾌활하게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의 태도를 보며, 그녀가 상당히 강한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버락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백악관의 생활이 시작되면서 그들의 삶은 더욱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그녀에게 '성난 흑인 여성'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지만, 사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잘 살피는 세심한 여성이었고 한편으로는 모든 이들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강한 여성이었다.

  나는 위로에 그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나 또한 살면서 힘 있는 사람들로부터 공허한 말을 많이 들어보았다. 그들은 위기의 순간에 입발림 소리를 해놓고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고, 가능하다면 내 목소리를 활용해 목소리 없는 사람들을 드러내겠다고 결심했으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놔두고 떠나는 일은 않겠다고 결심했다. (p. 505)

  나는 개인적으로 그녀가 《비커밍》을 집필한 목적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대담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미셸은 여전히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becoming) 이었다. 자유롭게 벌판을 뛰어다니던 소녀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즐기면서 한 걸음씩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다. 타인을 사랑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역할에 서기도 했다. 그렇게 미래를 보는 시각이 조금씩을 달라졌고 이제 쉰네 살이 되어버린 미셸은 앞으로 더 나아가는 중이다.

  우리가 자신을 남들에게 알리고 들려주는 것,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는 것, 자신만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 그리고 기꺼이 남들을 알고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은 고귀한 일이다. 내게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무언가가 되는 일이다. (p.557)

  "나는 내 일이 좋았다. 완벽하지는 않을지언정 내 삶도 좋았다.(p.298)" 자신의 삶을 사랑한 여성이 하나 있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이 책, 《비커밍》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우리 모두 무언가가 될 수 있다. 아주 크지 않아도 된다. 우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한 걸음씩 뗀다면, 우리 모두 무언가가 될 수 있다. 그녀의 이야기도, 우리의 이야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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