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제니 로슨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우울증에 걸리면 '정상인'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을 탐색할 수 있게 되며, 때로는 그러도록 강요받는다. 자신의 마음이 자꾸 자산을 원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병에 걸렸다고 상상해보라.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악성 장애가 있다고 상상해보라. (p. 17)

  현대인들에게 우울증은 더 이상 낯선 병명이 아니게 되었다. 연예인들은 방송에 나와 자신의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고백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일반인들은 그들의 고백에 깊이 공감하고,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을 감추기보다 당당히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는 저자 제니 로슨이 자신의 블로그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적어내려 간 것을 모아둔 책이다. 자신의 우울증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제니 로슨은 자신의 삶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간혹 그녀가 정신을 놓지 말아야 할 타이밍에 정신을 놓는다고 할지라도, 제니 로슨은 이 모든 이야기들을 굉장히 위트 있는 문체로 풀어낸다.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를 읽다 보면, 그녀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이건 엄연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는 결코 그녀의 아픔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격하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그녀의 노력이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지기에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테이블 밑에 숨거나 화장실에 숨는 게 정상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필요할 때 숨을 자유를 허락하는 삶을 만들어왔음을 안다. 불안증이 공격해올 때, 그렇게 느껴지더라도 실제로 내 몸이 나를 죽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자살 생각이 떠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지 않으면 교활한 우울증에 속아 넘어갈 것이다. (p. 79)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을 끝없는 우울감에 빠져 지내는 상태가 있다. 일상, 꿈, 직장, 인간관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등 생각보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깊은 슬픔의 순간은 너무도 많다.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른 감정의 깊이로 찾아오기 때문에 우울증이란 병은 생각보다 지독하게 느껴진다. 우울증이 찾아오고 나서도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을 보인다. 제니 로슨은 자신의 삶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목표를 세운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시선으로 자신의 삶과 일상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면, 박제된 너구리 인형을 가지고 고양이와 논다거나 혹은 코알라 복장을 한 채 아기 코알라를 안기 위해 호주를 방문한다거나.

  어쩌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측정하는 거울이 내게 맞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 저울은 더 크거나 작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나는 저울 대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곳을 헤매며 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나는 발견될 것이고, 누군가 왜 내가 이렇게 생겼는지 설명해줄 것이다. 뭐, 아닐 수도 있고. (p. 125)

  우울증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한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의 이야기들은 모두 '행복'을 찾기 위한 과정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작은 악마처럼 느껴지는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제니 로슨의 다양한 시도는 너무나도 유쾌하고 즐겁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기운을 북돋아준다. 누구든지 이렇게 유쾌하고 즐거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계속해서 내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이 내 삶이고, 언젠가는 이 삶에 익숙해질 테니까. 어쩌면 언젠가 비행기나 무대에 갇히게 되면 똑같이 반응할지도 모른다. 아마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느긋하게 내 삶을 즐기게 될지도 모른다.
  또 언젠가는 솔직한 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숨 한번 쉬고 계속 나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진실을. (p. 328)

  그녀만큼은 아닐 것이지만 때로 나도 깊은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때가 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회의감과 더불어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오는 지루함과 허무함 등이 겹치면서 스스로를 어떤 구덩이 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매일 즐거운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나도 나만의 방법으로 그 구덩이 속에서 나올 수 있었다. 어쩌면 그 구덩이가 생각보다 깊진 않았을지도 모르고.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태도다. 제니 로슨이 그랬듯이, 그리고 내가 그랬듯이, 혹시 지금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당신도 충분히 그것을 떨쳐낼 수 있다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