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존 벨레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월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거리 곳곳에 '할로윈' 분위기가 조성된다. 연예인들의 할로윈 코스튬에 관한 기사도 여느 때보다 자주 읽게 되는 것 같다. 이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런지 항상 이 시기 즈음이 되면 판타지 장르의 영화들을 찾아보곤 한다. 애니메이션 <유령신부>, <몬스터 호텔>이나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등등 으스스한 공포 분위기가 조금은 어우러진 그런 영화들 말이다. 갑작스럽게 바빠진 일정 탓에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할로윈에 맞춰 흥미진진한 영화 하나가 개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잭 블랙과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가 그 주인공이었고, 나는 영화보단 원작 소설을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고딕 소설의 양식을 고스란히 따른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는 부모님을 여읜 루이스가 유일한 혈육인 조너선 삼촌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니메이션 <몬스터 하우스>를 연상하게 만드는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속 조너선 삼촌의 집은 여느 평범한 집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루이스는 어딘가 미스터리한 이 집에 대해 궁금함을 느끼던 중, 매일 밤마다 무언가를 찾아 집 안 복도를 돌아다니는 조너선 삼촌을 마주하게 된다. 조너선 삼촌은 루이스에게 자신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고백하며 이 미스터리한 집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해준다. 사실 자신과 이웃집에 살고 있는 플로렌스는 마법사이며, 과거 이 집의 주인이 집 어딘가에 마법 시계를 숨겨 놓았다고.

  대부분의 마법은 평범한 사물 위에 생겨난단다. 사물을 놓고 거기에 주문을 걸거든. 내가 아는 어떤 마녀는 적을 없애려고 그 사람의 사진을 배수로에 넣었어. 사진 속 얼굴이 물에 다 씻겨 내려가면 남자가 죽게 될 거라 생각했지. 평범한 방법이야. 그러니 아니란다, 루이스. 이 시계는 저기 있는 할아버지만큼 실재하는 거야. 그저 마법에 걸린 것이 다를 뿐이지. 하지만 무슨 용도로 마법을 걸어 두었는지는 삼촌도 아직 몰라. (p. 54)

  존 벨레어스는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에 마법과 공포라는 소재를 넣어 읽는 내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조너선 삼촌과 플로렌스 부인이 어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루이스의 시선을 따라다니며 집 안 전체에 울리는 알 수 없는 마법 시계 소리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지면서 조금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한편,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는 조너선 삼촌과 살게 된 루이스가 낯선 곳에서 익숙해져 가는 과정을 그려내기도 한다. 조너선 삼촌과 플로렌스 부인이 마법사라는 사실에 적응하는 과정과 더불어 루이스가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함께 풀어낸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친구'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존 벨레어스는 루이스를 통해서  보여준다.

  게다가 루이스를 절망에 빠지게 만든 게 하나 더 있었다. 루이스는 타비를 잃었다. 계획을 세우고 몰래 집을 빠져나와 온갖 짓을 다 했지만 친구를 잃었다. 어쩌면 그 일 때문인지도 몰랐다. 죽은 사람을 깨울 수 있다고 말한 건 굉장하지만, 진짜로 살려내는 건 다르다. 게다가 평범한 사람들은 마법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p. 132)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를 읽으면서 그리 매끄럽지 못한 전개가 조금은 아쉬웠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에서 마법과 미스터리한 공포 분위기에 집중하면서 전개되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도 영화에서는 화려한 CG 기술을 이용하여 이 자연스럽지 않은 전개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차올랐다. 10월이 지나고 11월이 시작되었지만, 뒤늦게나마 할로윈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소설과 영화 둘 중 하나를 골라보면 될 것 같다. 개인의 취향에 맞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