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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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시인이 고독을 노래한다. 알렉산더 포프는 "부디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알려지지도 않은 채 살게 해주소서"라고 갈망했다. 하지만 고독을 저주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일반적으로 더없는 행복과 고통의 차이는 선택된 고독인가, 원치 않는 고독인가의 차이인 듯하다. (p. 209)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SNS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오프라인 외에도 온라인에서까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오프라인에서의 관계를 온라인에서 이어나갈 수도 있었고, 온라인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고 반대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런 관계를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더 피로함을 안겨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요즘같이 바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고독'이 존재하기에는 어려워졌다. 오프라인, 온라인 속에서 관계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고독해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 치기 시작하고, 타인을 상대하다 보니 개인의 시간을 갖는 데에는 제한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이제 이 사회에서 홀로 남겨지는 '고독'이란 두렵고 무서운 것이 되어 버렸다.

  '천하무적 젊음'이라는 축복을 누리며, 윙윙 소리를 내는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며. 그러다 어떤 생각이 점점 커지더니 '깨달음'이 되고, '단호한 결심'으로 굳어졌다. 살아온 날들을 통틀어 그는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했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때마다 좌절감을 느꼈다. 타인과의 만남은 전부 충돌처럼 보였다. 운전하는 동안 어쩌면 자기 안에서 두려움과 전율의 웅성거림을 느꼈을 수도 있다. (p. 120)

  《숲속의 은둔자》는 저자 마이클 핀클이 27년간 숲속에서 은둔 생활을 한 크리스토퍼 나이트라는 인물에 대한 기사를 접한 뒤, 그를 취재한 내용을 엮어 만든 책이다.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라고 불리는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문득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27년간 1000번의 무단 절도를 범하면서 숲속에서 홀로 살아가다 2013년 파인 트리 캠프에서 식량을 절도하다 발각되게 된다. 마이클 핀클은 크리스토퍼 나이트가 발각되는 현장부터 시작하여 자신이 그에게 편지를 써 인터뷰를 요청한 것,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마치 소설처럼 서술한다.
  숲속으로 들어간 나이트는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한다. 많은 현대인들이 두렵고 무서워하는 고독과 고요, 무엇보다도 정적은 나이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그는 늦여름 밤의 고요한 호숫가에 조용히 물에 떠 누워 있는 상태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나이트는 홀로 있는 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는데, 혼자 있는 시간 동안 그는 몽상이나 사색에 자주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스마트폰으로 시작하여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현대인으로서는 몽상과 사색에 빠질 여유가 없다. 혹여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사람들은 끝없이 밀려오는 지루함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숲에서 지낸 생활 가운데 가장 그리운 것은 고요와 고독 사이, 그 어디쯤에 있는 상태예요. 가장 그리운 건 정적이에요"라고 나이트는 말했다. 숲은 꽁꽁 얼어붙고 동물들은 구덩이 속에 들어간 자연 그대로의 오염되지 않은 상태에 이르려면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했다. (p. 217)

  혼자 있는 시간이 짧은 현대인에 비해서 나이트는 27년의 긴 시간을 혼자 보내게 된다. 마이클 핀클은 《숲속의 은둔자》를 통해 나이트야말로 진정한 은둔자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를 진정한 은둔자라고 지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은둔자는 '사회에서 벗어나 멀리 숨어 사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다. 나이트가 사회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고향 마을과 멀지 않은 숲속에서 거주하고 있었던 점, 사람들의 물건을 무단 절도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간 점, 그리고 숲속에서도 끊임없이 라디오를 듣고 책을 읽으며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세세하게 알고 있던 점들을 엮어본다면 그를 은둔자라고 지칭하기엔 조금 거리가 멀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구나 나이트가 물건을 훔쳐 가는 바람에 안전의 위협을 받은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나이트는 그저 숲속에 사는 이방인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숲속의 은둔자》 속 나이트는 굉장히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으로 보인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 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 "인간은 남들 앞에선 언제나 세상에 내보이는 사회적 가면을 쓴다. 심지어 혼자 거울을 들여다볼 때도 연기를 한다. (p. 221)" 숲속의 고요와 고독 사이, 그 정적에서 나이트는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했다. 피로한 관계 속에서 지치고 있다면,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혼자 남겨진 시간, 고요와 고독을 느낄 수 있는 그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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