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심리학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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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을 믿는 게 죄는 아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남을 믿는 것은 어마어마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잘못된 사람을 믿었기 때문이다. (p. 112)

  우리는 생각보다 타인을 쉽게 믿는다. 내게 보인 조금의 호의로 하여금, 우리는 때로 '이 사람은 믿어도 되는 사람이다'라는 착각에 흔히 빠지곤 한다. 타인을 믿는 건 죄가 되지는 않는다. 모든 관계는 서로에 대한 신뢰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러나 관계에 대한 전제에서 우리는 그가 보인 호의적인 태도로 인해 한 가지를 잊어버리곤 한다. 과연, 내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그는 믿을만한 사람인가? 《속임수의 심리학》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준다. 저자인 김영헌은 현직 검찰 수사관으로서  경험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허를 찌르는 사기꾼들의 행동, 수법들을 이 책에 모두 담아 놓는다.

  속임수는 실제 사실과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사실의 간극을 벌려놓는다. 사기꾼은 이를 위해 욕망, 신뢰, 불안이라는 장치를 이용한다. (p. 206)

  《속임수의 심리학》은 우리의 주변에 너무 많은 속임수들이 놓여있음을 먼저 설명한다. 동대문을 쇼핑하면서 보았던 옷을 백화점에서 브랜드명이 달린 태그 하나로 몇 배 이상 판매하는 것을 보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옷을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려고 백화점 아울렛 매장으로 가서 가격을 확인해 보면, 원가 그대로지만 50% 할인된 가격이라고 붙인 가격표를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경험해보았다. 이 외에도 많은 상황들을 떠올려 본다면, 우리는 꽤나 많은 속임수의 덫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 김영헌은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그런 속임수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한다.
  속임수는 욕망, 신뢰, 불안이라는 장치들을 이용해 우리들의 마음속을 쉽게 헤집어 놓는다. 물량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만 특가! 이런 방송 또 없습니다! 매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라는 홈쇼핑 방송을 보면서 '저걸 사야 할까?'라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 엄마는 종종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안 사도 다음 달에 또 방송해~" 홈쇼핑 방송을 보는 내내 나는 물건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고, 물건이 다 팔리면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는 불안 심리에 가득 차 있었다. 속임수는 그렇게 혼란스러운 나의 마음을 매우 교묘하게 조종하면서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한다. 마케팅과 속임수의 그 경계부터 시작해 저자 김영헌은 이 세상에 크고 다양한 속임수에 대해서 말한다.

  신뢰란 무엇일까? 에드거 샤인 MIT 명예교수는 '상대방이 나를 이용하지 않거나, 내가 이야기한 정보를 나에게 불리하게 사용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결국 상대를 신뢰한다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가족이나 동창, 선후배 등 원래 알고 있던 이를 신뢰한다. 이들이 자신을 위해 나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낯선 상대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높인다. (p. 115)

  《속임수의 심리학》을 읽으면서 꽤나 곤란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아는 사람'으로부터의 사기였다. 일명, '아는 사람 효과'는 친밀함으로 심리적 거리의 간극을 줄이면서 타인을 쉽게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라는 옛말도 있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나와 이렇게 가까운 사이의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저자 김영헌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며 경고한다.

  "속지 않으려면 이들의 제안 뒤에 숨어 있는 이해관계를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무슨 이익이 있는지, 무슨 이유로 그런 제안을 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속임수에 쉽게 빠져들지 않는다.(p. 132)"

  '이 사람은 무조건 믿을 수 있지.'라는 생각에 한발 앞서 조금은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속임수 수법에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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