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 빅뱅부터 2030년까지 스토리와 그래픽으로 만나는 인류의 역사
김민주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시절, 나는 세계사보다는 한국사를 더 선호했다. 과거의 사건들을 연도별로 구분하며 일련의 흐름으로 쭉 나열해 온 역사 교과서로는 넓고 방대한 세계사보다는 좁고 집약적인 한국사가 더 외우기 쉬웠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사의 아주 큰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 사건의 이면에 대해 자세히 알 길이 적었다.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역사에 관한 책들도 이미 내가 알고 있는 큰 사건들을 중심으로 역사 교과서처럼 과거의 흐름을 나열할 뿐이었다. 그러나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의 경우에는 기존의 역사 교과서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역사를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 접근방식과 비슷하게, 인간이 오랜 기간 축적한 지식을 총동원하여 우주 초기의 빅뱅부터 현재까지를 분석하는 빅히스토리 방식이 있다. 이제 역사학자는 서양사, 동양사, 한국사만 공부해서는 안 된다. 물리학, 생물학, 지질학, 기후학, 환경학, 공학, 건축학, 해양학, 고고학, 인류학, 문화학, 도시학,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을 포함하여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폴리매스, 즉 심도 있으면서 박식한 존재가 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역사학자가 될 수 없다. (p. 12)

  책의 저자 김민주는 자신이 추구하는 폴리매스에 집중하여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를 풀어나간다. 인문학의 핵심은 방만한 지식이 아니라 적절한 질문에 있음을 바탕으로 하여 역사에 대해 100가지 질문을 하며, 단순히 한 나라의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 파급효과를 지닐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과거의 사실을 뛰어넘어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연결될 수 있는 이 질문을 통해 저자 김민주는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며 그 속에서 우리가 사고해야 할 문제들을 짚어낸다.
  이 책은 독특한 시작으로 첫 포문을 연다. 인류의 첫 탄생부터 시작하는 여느 역사 책과는 달리 이 책은 독특하게도 '추리소설가 에드거 엘런 포, 19세기에 이미 빅뱅이론을 썼다고?'라는 질문으로 우주의 첫 탄생, 빅뱅부터 시작한다. 지구라는 작다면 작은 행성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광활한 우주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또, 읽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시대별로 정리하기 했으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도별은 아니다. 기원전 3000년, 기원전 500년, 800년, 1430년, 1750년, 1910년, 1990년, 2030년을 시대를 구분하는 연도로 삼아 여덟 시대로 나누어 설명한다. 과거의 사건들을 나열한 것이라고 생각한 '역사'에 대한 편견을 깨며 미래 2030년까지 바라보는 것도 독특한 마무리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이 3차의 연속인가 아니면 새로운 혁명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기존 인터넷기술의 확장으로 치부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저성장 늪에서 구해낼 또 한 번의 점프라며 많은 기대를 품기도 한다. 어느 쪽이 맞는가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얼마나 혁신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느냐 그리고 얼만큼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p. 427)

  '과거 700년에는 세계에서 어떤 도시의 인구가 가장 많았을까?', '각 나라의 국부는 어떤 사람일까?', '15세기 르네상스 이후 창조성이 가장 높은 서양화는?', '세계사 책에 등장하는 직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등등 흥미로운 질문들로 시작하여 다양한 방면의 지식들로 답을 해주기 때문에 역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모든 내용의 끝에는 'Think'라며 교과서로는 '생각해봅시다'와 비슷한 문제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런 질문들로 하여금 몇몇 내용들이 조금은 얕은 깊이처럼 느껴진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기존의 역사 책과는 달라 흥미로웠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유기적으로 이어진 이 세계 속에서 우리가 어떤 미래를 대비해야 되고 만들어 가야 할지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