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 당신은 이 성의 게스트로 초대받았습니다! "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이 벅찬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몰랐다.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나에겐 표지부터 제목까지 그 어떤 것 하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 2018 일본 서점 대상에서 역대 최고 점수로 대상을 받은 《거울 속 외딴 성》은 그 명성에 어울리듯이 탄탄하고 뭉클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책의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탁월한 심리 묘사는 물론, 600페이지가 넘음에도 가지고 있는 빼어난 흡입력, 그리고 놀라운 반전과 더불어 작가만의 가슴 뭉클한 위로를 담아낸다.

  나만은 리셋하지 마.
  고코로는 하고 싶었던 그 말을 마음속에서 다시 중얼거리다가 바로 취소했다.
  뭐 괜찮아, 잊어버려도 돼. 내가 네 몫까지 기억하고 있을게. 너와 오늘 친구였던 것을. (p. 500)

  중학교에 입학한 고코로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있을 곳이 없다. 어느 학교에나 한 둘씩 있는 주목 받는 아이들이 고코로의 말을 비웃기 시작하면서부터 고코로는 학교에 가기 두려워진다. 집에서는 학교에 가지 않는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어느 날, 고코로의 방 안에 있던 거울이 빛나기 시작하자 고코로는 호기심에 손을 뻗어본다. 거울 속으로 들어간 고코로 앞에는 성 하나가 놓여있고 어느새 자신의 옆에 늑대 가면을 쓴 기묘한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놀라 거울 밖으로 도망친 고코로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그곳에 자신과 같이 '등교 거부'를 한 여섯 명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늑대 가면을 쓴 기묘한 여자아이는 거울 속으로 들어온 일곱 명의 아이들에게 제안을 한다. 이 성 어딘가에 숨겨진 열쇠를 찾아낸다면 소원을 들어주리라고……. 고코로는 문득 자신을 괴롭히던 미오리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아이들은 열쇠를 찾아내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고코로가 들어간 거울 속 외딴 성에 모인 일곱 명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들은 빛나는 거울 속을 통해 성에 드나들며 서로를 알아간다. 처음 '외딴 성'이라는 단어는 마치 고코로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홀로 떨어져 지내는 고코로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주변 인물이 없다는 생각으로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인물이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부모님께 미안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학교에 갈 용기가 나지 않던 아이였다.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는 이러한 고코로의 사정에 투영하여 청소년 문제를 풀어나간다.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에 이유를 알지 못하는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당혹감과 두려움을 고코로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 시기에 청소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세밀하고 섬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빠르게 소설에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있거나 또는 그 시기를 보냈던 사람이라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이 어느 정도는 다가올 것이다.




   거울 속에 들어간 고코로는 아이들과 친해지기 두려웠지만, 이내 먼저 다가오는 아이들의 손을 잡는다. 여느 아이들이 학교에 나가는 것처럼 그들은 매일 성 속에 들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문득 아이들은 자신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되고, 곧이어 성 속이 아닌 학교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학교에 간다고 하는 것에 대한 공포는 변함없이 고코로의 가슴을 얽어맸지만 보건실과 거기서 기다릴 교복 모습의 친구들을 상상하니 가슴이 뛰었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 도울 수 있다.
  함께 싸울 수 있다. (p. 345)

  성에 들어올 때만 해도 곁을 잘 내어주지 않았던 아이들은 '함께'라는 사실에 용기를 내기로 한다. 그렇게 여렸던 아이들은 자신들이 두려워하던 세계를 향해 한 걸음씩 발을 뗀다. 400페이지에 걸쳐 아이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도와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서술하는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는 비로소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바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혼자라고 여겼던 아이들은 더 이상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타인과 '함께'하는 즐거움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 훌륭해. 잘 견뎠어. "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는 성장하는 과정에 놓인 아이들이 서로 어떤 인연을 가지고 있는지 굉장히 탄탄한 전개 속에서 풀어낸다. 결말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그 예측한 결말이 모두 맞지는 않을 정도로 의외의 반전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아슬아슬한 심리 상태에 있던 고코로의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고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왠지 모를 뭉클한 감정이 솟구쳤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리고 그 인연은 언제가 되었던 다시 만날 것이라는 서로에 대한 약속만으로도 큰 위로를 얻은 고코로. 그 아이가 알게 된 따뜻함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어딘가에서 고개 숙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그 얼굴을 들어줘, 그런 마음을 담아서 이 책을 썼습니다."
_2018년 서점대상 수상소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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