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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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해.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가끔 거짓말을 하지. "



  능통한 거짓말로 수많은 독자들을 혼란 속으로 빠지게 만들었던 '어메이징' 에이미의 이야기를 담은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와 매우 비슷한 작품을 만났다. 저자 앨리스 피니의  장편 소설 원래 내 것이었던은 거짓말과 기억력을 교묘히 엮어 가며 잔혹하면서 반전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에서는 ''이라는 화자를 통해 사건을 따라가면서도 제3자의 시선으로 사건들을 바라볼 수 있는 반면, 앨리스 피니의 원래 내 것이었던은 주인공 앰버 레이놀즈의 시선으로 사건들이 진행되어 독자들은 그녀의 시선에 따라 사건을 쫓는다. 독자들은 한층 더 긴장감 있는 전개를 만날 수 있다.

  내 이름은 앰버 레이놀즈다.
  나에 대해 알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

  1. 나는 코마 상태다.
  2. 남편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3.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병원에서 코마 상태로 깨어난 앰버는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인 <커피 모닝>의 보조 진행자다. 눈을 뜰 수도,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에서 의식과 감각은 살아있던 앰버는 자신의 병실을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어느 날, 병실에 들어온 남편 폴과 동생 클레어의 대화를 듣던 앰버는 두 사람이 불륜 관계임을 짐작하게 된다. 
  그 일을 중심으로 앰버는 자신이 왜 코마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지 크리스마스 이전의 일들을 서서히 떠올린다. <커피 모닝>의 메인 진행자인 매들린이 더 이상 자신과 일하지 않겠다고 PD에게 통보하고, 과거 동생 클레어의 모함으로 자신에게 커다란 배신감을 느꼈던 옛 연인 에드워드를 만난 일을 회상한다. 그리고 자신이 임신을 했던 사실과 서서히 커져가는 남편 폴과 동생 클레어의 불륜에 관한 의심까지도……과연, 앰버가 코마 상태에 놓이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평소에 화장을 하지 않다 보니 오늘은 피부가 무거워진 느낌이다. 안전하게 느껴질 갑옷을 신중하게 고른 끝에, 새 옷에 맞춰 빨간색 립스틱을 발랐다. 이 보호막으로 내 상처는 숨기고, 양심의 가책을 달랜다. 나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다. 성격에 안 맞는 역할에서 자꾸 벗어나려고 하는 나를 다잡으며, 붉게 물든 손가락을 내려다본다. (p. 74)

  《원래 내 것이었던》은 코마 상태에 놓인 앰버의 '현재', 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 시점부터 전개되는 '그때', 그리고 1991년의 유년시절을 담은 '일기장에게'까지 총 3가지 시점으로 전개된다. 앰버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간혹 독자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가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라고 고백한 부분을 감안한다면,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와중에도 거짓말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앨리스 피니는 '앰버'라는 인물을 설정하여 어린 시절 평범하고 조용했던 여자아이가 소시오패스로 변해가는 심리 상태의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한다. 작가는 인물들이 일상 속에서 가질 수 있는 심리를 묘사하며 심리 스릴러로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전까지, 그 누구도 범인이 누구인지 단정 지을 수 없다. 빠른 전개 속도를 끝까지 유지하기 때문에 마지막 반전이 더욱 소름 끼치게 다가온다. 마지막 여름의 시간들을 보내기에 흥미로운 책이었다.



" 이젠 우린 자매가 될거야.
언제까지나 콩깍지 안에 들어 있는 완두콩들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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