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어 사전 - 보리라고는 보리차밖에 모르는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맥주 교양
리스 에미 지음, 황세정 옮김, 세노오 유키코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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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같이 더운 날씨가 찾아오면 항상 갈증도 함께 찾아온다. 그때마다 다양한 음료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아이스커피도 좋고, 달달하면서 상큼한 뒷마무리가 최고인 레모네이드도 좋다. 스무 살을 넘기면서 찾아 마실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맥주를 찾아마실 때도 있다. 톡 쏘는 청량감이 목을 타고 넘어간 뒤에 혀끝에 남아있는 알싸한 그 맛. 맥주 한 모금에 더위에 지친 몸이 시원해짐과 동시에 나른해진다. 더운 여름, 이만한 힐링이 따로 없다.
  이렇게 맥주에 대한 예찬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지는데, 사실 나는 맥주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모른다. 처음 주류에 눈을 떴을 때 내가 아는 맥주라고는 부모님이 자주 마시던 카스, 하이트와 같은 캔맥주뿐이었고 대학가 근처에 있는 스몰 비어 가게나 펍, 세계맥주전문점에 방문하면서 수제 맥주 몇 종류 아는 게 전부다. 뭐,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맥알못(맥주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장 선호하는 맥주가 따로 존재하긴 한다는 걸. 그러나 그 외에 어떤 맥주를 들이대도 그 맛이 그 맛인 것 같은 맥알못이다.




   전 세계 맥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색, 풍미, 도수, 제조법, 역사, 환경에 따라 실로 다양한 맥주가 탄생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 26)

  맥주 교양서 《맥주어 사전》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고 인기 있는 맥주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으로, 맥주와 관련된 용어를 모두 정리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기원된 맥주의 시작은 이집트로 전파됐고, 게르만족의 이동으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7세기 초반, 일본으로 네덜란드를 통해 맥주가 전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맥주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저자 리스 에미는 세계의 브루어리(양조장)과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들의 스타일을 정리하고, 맥주와 관련된 문화들을 귀여운 일러스트와 함께 풀어낸다.




 평소에는 실내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이 많지만, 야외에서 마시는 맥주도 맛있다. 상쾌한 강가에 앉아 맥주를 마시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알딸딸한 상태에서 시라도 한 수 읊어 볼까. (p. 41)

  《맥주어 사전》은 '사전'이라는 이름답게 ㄱ~ㅎ까지 색인이 마련되어 있어 궁금한 용어가 있다면 실제 사전처럼 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저자가 책 처음에 적어놓았듯이 맥주가 생각날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을 수도 있고, 어떤 용어에 추가적으로 적힌 페이지를 따라 연결 지어 읽을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나 강하지 않고 은은한 도수로 즐길 수 있는 맥주처럼 《맥주어 사전》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중세 영국에서는 여성이 에일을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이렇게 만든 에일은 주로 가정에서 소비됐지만, 에일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에일와이프'라고 불렀다. 흔히 마녀라고 하면 뾰족한 모자, 고양이, 부글부글 끓는 냄비, 빗자루 등을 연상하는데, 사실 이러한 것들은 에일와이프에 공통된 모티브였다. 고양이는 맥아를 노리는 쥐를 쫓는 역할을 했고, 뾰족한 모자는 에일와이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표식 같은 것이었다. 맥아즙을 만들 때면 냄비가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빗자루는 청소 도구일 뿐만 아니라 문 앞에 걸어 에일 판매처를 나타내는 간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에일와이프들이 마녀였던 것일까. (p. 83)

  술 때문에 나온 배를 가리켜 '술 배', '맥주 배'라고 한다.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찐 것인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으나 술을 많이 마시는 이들 사이에서는 통용되는 표현이다. (p. 90)

  《맥주어 사전》을 읽다 보면,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스토리까지 엿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더하여 맥주와 관련된 시시콜콜한 의외의 맥주어들까지 알 수 있다. 알고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될만한 정보(맥주와 함께 먹으면 좋을 안주들, 맥주 여행자들이 들리면 좋을 세계 맥주 스폿, 맥주와 관련된 칼럼 등)들도 가득 담겨 있어 훗날 맥주에 대한 지적허세미(?)를 발산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다 보니 그저 맥주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자꾸 맥주가 생각났다. 적절하게 차가워진 맥주 한 모금에 남은 이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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