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 뻔한 세상
엘란 마스타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톰 배런은 원래 우리가 살 뻔한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1950년대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했던 기술 유토피아는 1965년 라이오넬 구트라이더라는 과학자가 무공해, 무제한, 무시무시한 힘이라고 표현할 만큼 혁신적인 에너지 생산 방법을 발명해 냄으로써 가능해졌다. 그것은 바로 구트라이더 엔진으로, 그 덕택에 엄청난 과학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2016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행복하며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p. 141)

  영화 <왓 이프(What If)>의 시나리오 작가 엘란 마스타이는 《우리가 살 뻔한 세상》을 통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유토피아 사회가 펼쳐지는 2016년을 그려낸다. 1965년 라이오넬 구트라이터가 만들어낸 구트라이더 엔진으로 인해 엄청난 과학적 발전이 이루어진 이 세상에서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물론, 음식을 만들거나 옷을 입는 데에도 기술이 모든 것을 도와준다. 삶의 대부분을 기술이 대체한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 그저 엔터테인먼트에만 목적을 두고 살아간다.
  주인공 톰 배런은 이 세상에서 바보 얼간이 취급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는 '시간 여행'을 기획한 천재 아버지 밑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다 아버지의 연구소에 낙하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버지의 신임을 받던 페넬로페 베슐러에게 이끌리게 된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페넬로페는 죽게 되고, 그 충격으로 톰 배런은 아버지의 시간 여행 장치를 훔쳐 과거로 돌아간다.

  그건 아마 당신이 가려는 곳에 대해서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과거에 대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없으니까요.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뿐이죠. 당신이 우주에 가고 싶었던 건 단순히 로켓 우주선이 잘 작동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싶어서였죠. (p. 72)

  《우리가 살 뻔한 세상》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2016년에 살고 있던 톰 배런이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는 전반부와 그리고 '시간의 닻'으로 또 다른 2016년에 살고 있는 존 배런으로 돌아오는 후반부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전반부의 2016년과 후반부의 2016년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후반부의 2016년이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매우 비슷하다. 아이폰,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으니.)
  자신으로 인해 바뀌어버린 일들로 톰은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물론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톰만이 아니다. 저자 엘란 마스타이는 2016년의 톰과 또 다른 2016년의 존을 같은 인물이면서도 다른 인물로 그려낸다. 《우리가 살 뻔한 세상》을 읽으면서 톰은 계속 '내가 살던 세상'이라고 지칭하며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또 다른 2016년에 도착해서는 마치 존의 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그가 혹시나 '해리성 인격장애(다중인격장애,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또 다른 2016년에서 존으로 살게 된 톰에게 가족들은 그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아니, 사실 이건 내 인생이 아니다. 이건 '그'의 인생, 바로 존의 인생이다. 내가 여기 오래 머무를수록 나는 점점 사라지고 그가 되어간다. 나의 의식이 내 속에 있는 구부러진 거울 속으로 포섭되고 있는 기분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그건 정말 미치도록 끔찍한 기분이다. 머릿속이 활활 타서 죽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p.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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