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토피아 -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성차별과 섹스 파티를 폭로하다
에밀리 창 지음, 김정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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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책을 쓰는 목적은 몇몇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고, 동시에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기 위함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여성은 어떻게 IT라는 경기장 바깥으로 밀려나 구경꾼 신세가 되었을까? 다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방법은 없을까? (p. 27)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며 현대판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 IT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은 꿈꿔봤을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블룸버그 테크놀로지>, <블룸버그 스튜디오 1.0>의 앵커이자 총괄 제작자 에밀리 창은 꿈으로 가득 찬 공간의 이면에 가려진 비밀들을 《브로토피아》를 통해 폭로한다. 저자 에밀리 창은 200명이 넘는 기술 산업 종사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로 가려져 밝혀지지 않았던 성차별과 섹스파티의 진실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언론 매체 사이에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 인터넷 세상의 이야기는 특정 연령대의 천재 너드나 브로가 이끄는 IT 스타트업의 이야기라야 이른바 '잘 팔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성공적이어도 날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두둑한 배짱으로 감수하는 천재 IT 혁명가라는 고정관념에 맞지 않다. (p. 184)

  누구에게나 열려 있을 것 같은 실리콘밸리의 이면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생각만 있다면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될 것 같았던 실리콘밸리에는 사실 우리가 생각지 못한 거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프로그래머는 고독하고 자기중심적이어야 한다.', '기업가는 진취적이고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라는 말도 안 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실리콘 밸리 속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다양성'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CEO, 벤처캐피털리스트, 엔지니어들은 남성 중심적 사고에 갇혀 그들만의 문화를 조성하였고, 여성을 비롯한 LGBTQ 소수자들은 그 문화 속에서 언제나 소외당해야만 했다. 저자 에밀리 창은 다양성이 결여된 이 실리콘밸리를 '브로토피아'라고 지칭한다.

  아주 못된 짓을 하는 소수의 사람과 방관자 증후군을 앓는 다수의 사람이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즉 많은 사람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눈앞에서 뻔히 보면서도 뒷짐 진 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p. 241)

  소위 초엘리트라고 불리던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문화를 구축하고 그것이 어디론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쉬쉬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폭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인터넷 트롤링 피해를 겪고 그것을 막고자 노력했던 게임 개발자 브리애나 우, 상사의 성추행 사실을 블로그를 통해 고발한 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우버의 전직 엔지니어 수전 파울러, 그리고 <옵션 B>의 저자이자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 등 IT 계의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드러내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그들의 노력으로 그동안 방관되어 있던 문제들은 세상의 눈앞에 고스란히 던져진다.
  하지만 이 문제들이 오로지 실리콘밸리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여전히 사회의 어떤 부분에서는 다양성이 결여된 채 한 특정 집단의 고정관념에 의한 문화 형성이 이루어지고, 그 문화에 동화되지 않는다면 배제당할 수밖에 없는 현상들이 일어난다. 개인의 능력이 중시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능력이 아닌 그 외에 것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성별을 떠나서 누구에게나 있을 법 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가 우호적이고 상호 존중하며 공감적인 문화에서 일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회사의 가치를 준수하고 그런 가치를 근거로 인재를 채용합니다. 슬랙이 지지하는 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서로 배울 수 있는 다양성에 입각한 포용적인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과 능력과 관점을 가진 지원자들을 환영합니다. (p. 481)

  에밀리 창이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전해준 실리콘밸리의 이면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어딘가에서는(혹은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는) 제2의 실리콘밸리 스캔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그 사실을 자각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모두가 그 어떠한 고정관념으로도 피해 받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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