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책 읽는 고양이
알렉스 하워드 지음, 이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나 강아지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면 가끔 '저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몽상에 빠져든다. 정확한 호불호를 보여주는 우리 집의 개님 덕분에 강아지의 생각이야 그렇다고 대충 얼버무릴 수 있겠지만, '에옹~'하고 우는 고양이의 경우에는 그 속을 알기란 내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랬으니 간식과 밥을 챙겨주고도 길고양이에게 공격을 당할 줄 몰랐던 거겠지ㅠㅠ) 어쨌든 망상의 끝은 언제나 "강아지든, 고양이든 다 귀여워!"로 끝나지만.
  시크하고 도도하고, 때로는 우아하기까지 한 고양이는 "귀여워!"라며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사진 찍는 인간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알렉스 하워드는 《책 읽는 고양이》의 화자를 에든버러대학교 도서관 고양이로 설정한다. 에든버러대학교 도서관에 사는 고양이는 자유롭게 도서관을 노나들며 자신의 일상을 침범하는 인간들을 관찰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인간인 나보다 더 고차원적인 생각 속에 빠지기도 한다.




에든버러대학교 도서관 고양이 조던은 대부분 고양이들과는 같지 않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고양이계의 데카르트라고도 불릴 수 있는 이 고양이는 에든버러대학교 사제관에서 태어나  생각하는 고양이들의 운명을 따른다. 도서관 고양이는 항상 자고, 생각하고, 관찰하기에 완벽한 장소, 도서관 로비의 청록색 의자에 앉아 있는다. 그리고 관찰이 끝나면 발견한 사항들을 정리해둔다.
  《책 읽는 고양이》는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들을 그려내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꼬집어낸다. 도서관 고양이가 관찰한 인간들은 가끔 타인에게 아무런 배려도 보이지 않기도 하며, 타인의 믿음보다 자신의 믿음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또, 때로는 완벽한 것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기도 하고 규칙에 얽매여 즐거움을 빼앗기기도 한다.

  "공공의 이익"이니 "대중"이니 "원자력 센터" 같은 말이 소형 비행선처럼 허공을 가르는 사이, 모두 자기가 옳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다. 그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묘사하는 한 가지 색깔이 있다면, 그것은 빨강이었다. 그리고 도서관 고양이는 빨강을 보면 불안해졌다. 빨강은 그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의 세계는 파랑과 초록색이었다. 어쩌면 갈색도 살짝 섞어서. (p. 40)



 그들은 행복을 보이지 않는 쥐로 만들고 평생 그것을 좇으며 보낸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만족감뿐이다. 잡을 쥐란 애초에 없다. (p. 102)

  도서관 고양이는 인간들을 관찰하면서 고양이와 인간의 다른 점을 짚어낸다. 고양이에겐 있고 인간에게 없는 것. 도서관 고양이는 그것을 '진정으로' 느끼는 만족감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가지고자 하는 것들을 목표로 삼고 앞으로 계속해서 전진하는 것처럼 보이던 인간의 행동들은 사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 어떤 만족감도 얻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달리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던 것이다.
  때로는 충분한 결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하찮게 여기거나 여전히 미숙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종종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만족감을 얻는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쥐를 좇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도서관 고양이가 있는 곳이 대학교여서 그런지 고양이가 이상하게 여기는 학생들의 모습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그러면서 정말로 놓치고 있던 것이 많았구나,라며 내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것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도서관 고양이 조던을 보러 에든버러대학교에 가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