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 누가 말했다.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다고. 세상에 얼마나 갈 곳이 많은지 KBS1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마다 10년 이상 방영되고 있으니 말이다. 브라운관 속 여행지를 보고 있자니 절로 마음속에 여행 버킷리스트를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어디로 떠날지 정했다면, 다음은 여행 방식이다.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자유여행과 제시간에 도착만 한다면 버스에 태워 이리저리 데려다주고 밥도 먹여주는 패키지여행 중 어떤 것을 택할지 비용을 고려하며 열심히 고민한다. 사실 두 가지 여행 방식 모두 좋아하는 나로선,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보다 이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진다.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는 만화가 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마스다 미리의 여행 만화 에세이다. "패키지 투어에 나 홀로 참가함"이라는 부제목에 맞게《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는 마흔 살이 됐을 때, 왠지 다급한 마음이 든 마스다 미리가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가한 패키지 투어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약간 불편한 인간관계는 있지만, 투어가 있는 한, 여자 혼자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구나 하고 이 브라질에서 자신감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p. 113)
북유럽 오로라 여행을 시작으로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 프랑스 몽셸 미생 여행, 브라질 리우 카니발 여행, 그리고 대만 핑시 풍등제까지 40대의 여행기를 일기 형식의 글과 사진으로 채워간다. 일기 같은 여행기를 읽고 여행 중에 그녀가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나도 이곳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 마스다 미리만의 여행 꿀팁들을 보여주는데, 기억하고 있다 훗날 여행할 때 따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으로 좋다.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들지 않아도, 이 한 번은 귀한 것이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았다. 이국의 욕조에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p. 137)
그녀와 내가 다녀온 여행지가 겹친 건 대만(타이완)뿐이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오히려 그 부분이 훨씬 좋았다. 나의 여행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으니. 무엇보다도 고궁 박물원에서 그토록 진귀한 '비취 배추'를 보기 위한 과정을 읽다 보니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흘러 나오기도 했다.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기억이 나냐고 카톡도 보냈다.)
자, 다음은 어디로 무엇을 보러 갈까.
나의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됐다. (p. 37)
세상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내가 가고 싶고,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한 번뿐인 인생! 제자리에 머물러 고민하지 말고 떠나보자! (아 참, 그전에 충분한 경비 마련이 우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