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긋기의 기술 -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 두기
와키 교코 지음, 오민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관계 속에 놓이게 될까? 누군가의 부모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자녀이기도 하며, 누군가의 친구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겐 이것 외에도 많은 관계가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된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당신과 나, 나와 당신이라는 관계가 성립한다. 모든 관계 속에서 나와 당신이 평등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좋겠지만, 사실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은 감당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힘들고 지쳐간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이 관계를 끊어버리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것조차도 때로는 관계 속에서 나의 숨을 옥죄어 온다. 때로는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관계 속에서 나는 치이고 아파해야만 할까라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모두 알다시피 사람이 달라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다"란 말이 있을까요? 그래서 타인은 지옥이란 생각도 들지만, 막상 혼자 있다 보면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게 또 우리 인간들이죠. 저 역시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마음'과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며, 아주 긴 시간 동안 마음고생을 해야만 했습니다. (p. 7)

  《선 긋기의 기술》의 저자 와키 교코는 지금까지 자신이 겪어온 '관계'에 대한 경험들을 털어놓으며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는 독자들에게 타인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마음고생을 하면서까지 이어나가야 하는 관계에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 고민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를 깨닫게 한다.




나 중심 선택은 쉽게 말해 '마음에 있는 스위치'입니다. 마음과 생각이 일치할 때, 마음에서 나온 에너지가 전류처럼 머리로 흘러가고, 이 전류를 받은 머리가 나를 행복으로 이끌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들여야만 내 감정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p. 33)

  저자 와키 교코는 관계의 중심 속에서 그 무엇보다도 '나'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사람이 너무 이기적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와키 교코가 말하는 나 중심 선택은 나만의 가치관으로 관계 속에서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 보호하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해지지?", "그 방법이 지속 가능한 행복을 보장할까?"라는 단 두 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다 보면, 관계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나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때로 우리는 머리가 시키는 일과 마음이 시키는 일 사이에서 갈등한다. 흔히 머리는 특정 상황에 맞는 행동을 제시하면서 논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반면에, 마음은 좋고 싫음을 느낀다. 우리가 관계에서 쉽게 지치는 이유는 마음과 생각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음은 싫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타인을 배려해야 된다는 이타적인 마음에서 논리적인 결론을 주로 따르는데, 이런 상황들이 관계에 지치도록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어떻게 됐으면 좋겠어?", "어떤 게 내 마음이 편해지는 길이야?"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우리의 감정 상태는 환경이나 상황의 지배를 많이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조금만 바꾸어도 감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기지개만 켰는데도 불안이 조금 줄어들었던 것처럼, 내 힘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입니다. 아로마 향초를 켜놓고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 역시 스스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제어하는 행동입니다. (p. 182)

  《선 긋기의 기술》은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과 연인과의 관계, 친구 관계를 시작으로 직장 내 인간관계 등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제시하고 '나' 중심 선택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과의 관계다.





  '혹시 이건가?' 하는 일을 찾았다면, 그것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해보고 아닌 것 같으면 그때 다시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움직여보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정말 이거 맞아?" 하고 자신을 다그치는 행동은, 어떤 음식을 보며 '맛있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맛있다고 확신해?" 하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어차피 먹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인데 말이죠. (p. 187)

  저자 와키 교코는 '나'와의 관계가 기반이 되어 타인과의 관계도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인과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전에 나에게 스스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하도록 만든다. 《선 긋기의 기술》을 읽으면서 그동안 스스로를 너무 다그지치는 않았나 싶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나의 약점들을 잔뜩 늘어놓으면서 나 자신을 심하게 몰아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들은 MBC 라디오 <음악의 숲, 정승환입니다>의 오프닝에서는 이런 멘트가 흘러나왔다. "약점은 내가 아닌 상대의 판단일 때가 많죠. 정말 좋은 관계라면요, 부족한 만큼 서로가 서로의 틈을 채워가면서 성장하지 않을까요?" 정말 좋은 관계라면, 나 자신을 지키면서 서로의 부족한 틈을 채워주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에게도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다가간다면, 모든 관계에서 우리는 지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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