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1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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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영단어를 외우기 위해 나는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고작 영단어 외우는 데에 사투를 벌일 것까지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의 기억력이 정말 부러울 뿐입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았던 나는 영단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무작정 노트에 단어를 적어가며 단어를 외우기도 했고 스스로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하며 강제로 머릿속에 각인시키려고 했다. 유사한 발음이나 비교적 쉬운 단어들을 연상시켜 외우는 방법도 시도해 보았다.
그나마 시도한 방법 중에 조금 효과적인 방식은 단어의 어원을 구분하여 암기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많은 어원을 다 외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어원들을 이용해 새로운 단어를 마주했을 때 정확한 뜻은 몰라도 어떤 어감으로 사용되는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영어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이처럼 '언어 공부광'으로 만들어준 작은 깨달음은 바로 '언어는 사람 공부'라는 것이었다. 단어를 외우는 동안 단어 하나하나에 인간의 희로애락이 스며들어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단어 배우는 것이 그림이나 음악 감상 이상으로 흥미진진해진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에 남녀와 가족 간의 사랑·배신·갈등, 전쟁의 잔인함과 영웅들의 발자취, 예술과 문학의 원천이 숨어있기 때문에 단어 공부야말로 더없이 재미있는 사람 공부다. (p. 4)

언어 공부가 사람 공부라니!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영어 단어들의 유래를 풀어내며 누구나 쉽게 인문학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인문학'이라고 부르는 모든 학문들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치들을 말하고 있는데(p.334) 저자 조승연은 그 답을 영어 단어의 뿌리에서 찾는다. 사람들이 왜(why), 어떻게(how) 그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를 풀어내며 그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답을 제시한다.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은 '욕망'과 '유혹'으로 알아본 이야기 인문학, '사랑'과 '가족'으로 알아본 이야기 인문학, '인간 사회'로 알아본 이야기 인문학, '예술'과 '여가'로 알아본 이야기 인문학, '전쟁'과 '계급'으로 알아본 이야기 인문학, '인간 심리'로 알아본 이야기 인문학으로 총 6가지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파생된 단어들끼리의 연관성, 비슷한 성격의 단어들로 엮어 이야기를 계속 이어 진행하기 때문에 한 번 책을 들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 다시 책을 내려놓기 어려워진다.
언어에는 크게 6가지(기호성, 자의성, 사회성, 역사성, 규칙성, 창조성)의 특성이 있는데,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은 일정한 내용을 일정한 형식으로 나타내는 기호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사라지고 새로 생기는 역사성,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인 사회성에 주목하여 단어를 파헤쳐 간다.
예를 들어,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불리던 카사노바 casanova는 원래 여자들의 적이 아니라 질투 많고 가부장적인 남자, 여자의 마음을 구속하려고 억지 부리는 남편의 적이었다는 사실, 샴페인 champagne, 캠퍼스 campus, 캠핑 camping, 캠페인 champaign, 챔피언 champion이 모두 '시골', '밭'을 뜻하는 라틴어 '캄파니아'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 수도승이 입었던 의복에서 비롯한 카푸치노 cappuccino, 지금과는 정 반대의 뜻으로 사용되었던 pretty, luxury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 파생되고 변화된 단어들의 유래는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언어는 그런 역사와 동반 성장해왔다. 우리가 생각 없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하늘로 고개를 치켜든 인간의 자부심과 존엄성이 배어있으니, 그 의미만 제대로 알고 사용해도 인간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p. 339)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듯한 언어학, 역사학, 사회학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하며 이 모든 학문들이 하나처럼 느껴지도록 한다. 언어를 통해 "사람"을 배운다는 조승연의 신선하고 독특한 관점은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것처럼 작용한다.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언어들을 만나게 된다면 앞으로 언어를 배우는 일이 즐거울 것 같다. 흠흠, 다시 영어 공부를 재밌게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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