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
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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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인류의 진화는 발전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왔다.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로 서서 걷게 되면서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불을 사용하고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된 인류의 시초는 지금 우리가 이렇게 편하고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준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모든 변화는 양면적이다. 인류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에(그러니까 인류의 시초가 농사도 짓지 않고 수렵과 채집으로만 살아가던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던 질병으로 고통 받으며 살아간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왔던 인류의 진화 속에서 우리가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이 왜 그리고 어떻게 지금과 같이 진화했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한 진화 생물학자, 대니얼 리버먼은 «우리 몸 연대기»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과 한계를 밝힌다. 우리 몸은 현대의 식생활과 활동 부족에 잘 대처하도록 적응되어 있지 않다.(p. 38)”라고 말하며 그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쉽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에 대해 흥미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평소 과학 교양서를 많이 읽지 않았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의 흐름을 통해 그는 우리가 왜(why) 이러한 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모든 사람과 모든 몸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당신의 몸은 실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갖고 있다. 하나는 당신의 인생, 당신의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다. 누가 당신의 부모이고, 그들은 어떻게 만났으며, 당신은 어디서 컸는가, 그리고 인생의 어떤 우여곡절이 당신의 몸을 빚었는가. 또 하나의 이야기는 진화 이야기다. 즉 수백만 년에 걸쳐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우리 조상들의 몸을 탈바꿈시킨 일련의 긴 사건들이다. (p. 34)
 
   600만 년 전, 나무에서 살던 인류의 시초는 땅으로 내려와 두 발로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직립 보행을 시작으로 인간의 신체는 인류의 조상이라고 여겨지는 유인원의 모습에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과정 속에서 적응하면서도 인류에게는 끊임없이 생물학적 변화가 일어났다. 오랜 진화의 길을 걸어오면서 인간은 직립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사냥을 하고, 다양한 식물을 채집하고, 오래 달리고, 음식을 요리하고 가공하고 나눠 먹게 되었다.(p. 222) 이 모든 과정에서 대니얼 리브먼은 인간의 몸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예를 들면, 인류의 시초는 큰 턱과 튼튼한 어금니를 가지고 있었는데 식물 채집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자 인류는 고기를 먹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잘게 부숴먹으면서 필요 이상으로 튼튼한 어금니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바탕으로 대니얼 리브먼이 독자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생물학적 진화보다 문화적 진화로 인해 우리가 현대에 흔히 앓고 있는 불일치 질환들이 유발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자극이 너무 많거나 부족할 때 또는 완전히 새로운 자극이 생겨난 환경 조건에 몸이 적응하지 못할 때 진화적 불일치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미 인간의 진화는 과거에서 멈춰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현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질병이 발현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몸 연대기»는 우리 몸의 진화적 설계와 문명 간의 부조화로 인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한다.
 
   구석기 시대 이래로 얼마나 많은 자연선택이 일어났든, 지난 몇천 또는 몇백 년간 인간의 진화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진화는 자연선택을 통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문화적 진화가 자연선택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빠른 힘이며, 지금까지 문화적 진화는 유전자가 아니라 환경을 바꿈으로써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바꾸었다. (p. 236)
 
   «우리 몸 연대기»을 읽다 보면,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시각이 등장한다. 그동안 우리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인류 역사를 바꾼 사건으로 바라보며, 이 모든 것으로 하여금 인간의 생활의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고 이해했다. (심지어 중·고등학교 역사 시간에는 이 두 혁명에 대한 시험 문제를 위해 열심히 파고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 몸 연대기»의 저자 대니얼 리버먼은 이 사건이 인류에게는 은총이자 저주로 바라본다. 안락한 생활의 첫걸음이 되어 버린 농업 혁명의 시작을 그는 진화적 불일치 질환을 유발시킨 인류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농업은 인간에게 풍족한 음식을 가져다줌으로써 자식을 많이 낳아 기를 수 있게 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일을 요구했고 식생활을 바꾸었으며 질병과 사회악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p. 226)”라며 대니얼 리브먼은 농업이 시작되기 전과 후의 삶을 비교하며 독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지 먹었던 수렵채집인은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한 반면, 수확량이 많은 몇 가지 주요 작물에만 집중했던 농부는 영양소 결핍 상태를 겪게 되고, 농작을 위해 모여 살면서 전염병의 위험에도 쉽게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공공 보건, 위생 시설, 교육이 눈부시게 발전하도록 만든 산업혁명 이후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또 다른 불일치 질환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불일치 질환들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과거에는 드물었던 자극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에너지 과잉이 유발하는 비만 관련 질환이다. (p. 348)
 
   만병의 근원이라고 일컬어지는 비만부터 시작해 당뇨병, 심장병, 골다공증, 매복 사랑니, 평발, 암 등 현대인의 질병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 대니얼 리브먼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까지 덧붙여가며 쉽게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롭고 유용한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비만(이라고 쓰지만 다이어트에 관한) 부분과 며칠 전 발치한 사랑니에 관한 기억 때문인지 매복 사랑니(, 신이시여! 제 사랑니들이 온전히 나온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에 관한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게으른 현대인의 표본이나 다름없는 나에겐 다이어트에 대한 가장 논리적인 핑계의 부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읽는 내내 나의 식생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끼니를 편하게 때우기 위해 패스트푸드 등을 자주 먹었던 나로서는 스스로 에너지를 과잉으로 축적시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이 아니듯이, 우리 몸도 가능한 모든 몸 중에서 최선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몸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 몸을 즐기고 돌보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 몸의 과거는 더 적합한 자의 생존이라는 과정이 만들었지만, 그 몸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p. 511)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대니얼 리버먼이 «우리 몸 연대기»를 통해 인류 진화사부터 문명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쉽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그 답을 이미 제시했다. 내 몸을 일구지 않으면 안 된다.(p.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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