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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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고전 작품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내려오면서 새로운 작품의 원천이 된다. 고전 작품들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때로는 묵직하고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작가 자신이 깨달은 인간 본질에 대한 고찰론을 펼치는 수단이 된다. 아무튼 수많은 독자들이 고전을 찾아 읽는 데에는 그만큼의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고전을 찾아 읽는 이유는 고전 작품에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심도 있는 인간의 심리 상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 <킹콩>의 원작 초안을 쓴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 《트위스티드 캔들》은 인간의 심리를 단순하지만 심도 있게 추리 소설의 소재로 이용한다. 에드거 월리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바탕으로 소설을 전개해 나간다. 주인공 존 렉스맨이 가진 '두려움'은 이 소설의 사건이 진행되는데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

  "그는 비상한 데가 있는 사람이오." 카라가 말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기가 절대 먹히지 않을 사람이지."
  홀랜드 양이 흥미롭다는 듯 카라를 쳐다보며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무기라니요?"
  "두려움." 카라가 말했다.
 (p. 118)

  추리 소설가 존 렉스맨은 바싸랄로라는 인물로부터 의문의 협박 편지를 받게 된다. 지인인 레밍턴 카라에게 협박 편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게 되고, 얼마 뒤 총을 들고 바싸랄로를 만나러 가게 된다. 그러나 뜻밖의 사고로 존 렉스맨은 의문의 살인 사건에 휘말려 수감자 신세가 된다. 렉스맨의 친한 친구인 런던 경시청 경찰국장 티엑스 메레디스가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렉스맨은 사면을 선고받는다. 그러나 사면이 선고된 날, 존 렉스맨은 탈옥하여 자취를 감춰버리고 만다.
  한편, 티엑스는 존 렉스맨의 지인인 레밍턴 카라와 렉스맨의 사건이 관련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되고 레밍턴 카라의 주변에서 그를 조사한다. 티엑스가 카라를 향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을 때, 갑자기 카라가 죽은 변사체로 발견되며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진다.

  티엑스는 카라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는데, 죽은 카라의 얼굴은 공포에 얼어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티엑스는 시선을 돌려 천천히 방을 수색했다. 그리고 카펫 한가운데에서 단서를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크리스마스트리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구부러진 작은 꽈배기 양초였다. (p. 170)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사랑받은 추리소설 작가인 에드거 월리스는 《트위스티드 캔들》에서 고전 추리소설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의문의 살인 사건과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경찰(경감)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많은 고전 추리소설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연상시킨다. 이 단순한 구도 속에서 에드거 월리스는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인물들에게 생동감을 부여한다.
  존 렉스맨과 티엑스 메레디스를 통해 선을, 카라를 통해 악을 표현하며 "언제나 정의는 살아있다."의 결말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현대 추리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위해 선과 악을 오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피로했다면, 에드거 월리스의 고전 추리소설은 완전하게 분리된 선과 악으로 혼란스러움을 막아준다. 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이 끝난다면, 오로지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티엑스는 책상 서랍 속에 스스로 '스캔들 모음집'이라고 이름 붙인 작은 빨간색 노트를 삼중 자물쇠로 채워 보관하고 있었다. 그는 틈이 날 때마다 이 빨간 노트에 흥미로운 단서들을 적어 놓았는데,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는 없으나 사건을 조사하다가 놓친 실마리를 밝히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사실, 티엑스는 어떠한 정보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으므로 수첩 여기저기에다 다소 난잡하게 메모해놓았다. (p. 96)
 
  렉스맨을 통해서 인간이 가진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카라를 통해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의 추악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트위스티드 캔들》로, 고전 추리소설의 미학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나로선, 가끔은 클래식한 작품을 읽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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