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2 - 열두 명이 사라진 밤,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하고자 (주인공 우환에게는 현재인) 미래로 가는 배에서 뛰어내린 우환은 어떻게 되었을까? 빠른 속도로 《곰탕 1》을 읽은 나는 바로 《곰탕 2》를 집어 들었다. (애초에 책을 구매할 때, 모두가 1권과 2권을 한꺼번에 준비하라고 일렀다.) 《곰탕 2》에서는 꿈꾸는 목표가 생긴 우환과 여전히 풀리지 않는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부산 경찰들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되었다.
  아무래도 모든 초점이 배에서 뛰어내린 우환에게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모든 전개는 우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곰탕 비법'이 아닌 '가족, 행복'에 집중하고 있는 우환에 따라 소설의 내용은 후자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소설의 제목만큼 곰탕이 중요하지 않아졌다.

  당신은 알았어요. 이미 그때 당신은 변한 겁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거예요. 어떻게든 여기서, 이 현재에서 살고 싶었던 겁니다. 어떻게든 행복해지고 싶었던 거에요. (p. 102)

  (타인에게는 현재인) 과거에 머무른다면 자신의 외로움의 근원인 부모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우환은 다시 곰탕 가게로 돌아온다. 그러나 (우환에게는 현재인) 미래에서 온 사람 중 하나인 박종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래의 기억으로 새로운 부를 축적하고 살아가고자 하며, 그 계획의 일부를 우환을 중심으로 세운다. 박종대의 계획대로 실행하던 우환은 문득,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에게 타인의 일은 모두 이벤트였다. (p. 84)

  《곰탕 2》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중요치 않은 인간상이 그려진다. 과거에서 행복하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배의 문을 연 우환으로 인해 미래로 돌아가려던 열두 명의 사람은 익사하게 된다. 미래에서 행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거에서 모든 지위를 가지고자 하는 박종대는 과거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그들의 신분을 얻으려고 한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일은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우환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자각하고 다시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 자신으로 하여금 열두 명의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도, 자신이 과거에 머물기 위한 이유로 사라져야 했던 사람들의 존재를 하나씩 깨닫던 우환은 비로소 다시 행복으로 가는 길을 깨닫게 된다. 독자들은 우환이 깨닫는 과정을 오랜 시간 진하게 우려내야 하는 곰탕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곰탕처럼 따뜻하게 소설이 끝난다.

  고아원에 있는 동안에도 우환은 부모를 기다려본 적이 없다. 막연하게라도 언젠가는 부모가 데려갈 거다,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랬는데, 지금, 우환은 순희를 기다리고 있다. 
  무리를 했다는 것이, 자신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 부담이 되고 있었다. (p. 55)

   《곰탕 2》를 읽으면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 《곰탕 1》에서 뿌렸던 떡밥을 모두 회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원한 느낌은 없었다. 곰탕의 비법을 찾아서 떠난다는 참신한 설정은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조금씩 루즈해지기 시작했다. 미래와 과거, 시간여행이라는 공상적인 설정을 했으니 레이저 총, 남의 얼굴을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이식할 수 있는 수술 기술 등의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의 배경과는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우환이 왔다는 2019년의 배경은 마치 우리가 1990년대로 간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따뜻한 가족애만큼은 김영탁 감독만의 감성을 담아 잘 표현한 것 같다. 영화 <헬로우 고스트>만큼의 감동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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