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와 우울증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6
시미즈 데쓰오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학 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이 있다고 묻는다면, 단연 '수면 패턴'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휴학을 하고 며칠이 지나니 아침 일찍 일어나 시작하는 하루는 사라졌다. 해가 뜰 즈음에야 눈을 감았고 달이 떠오를 즈음에야 정신 차려 일을 할 수 있었다. 완전히 밤낮이 바뀐 패턴에 몸은 더욱 피곤했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휴식을 취해도 취한 것 같지 않고 피곤했다. 일상이 지루해지고 그 어떤 감흥조차 느낄 수 없었다. '삶이 이렇게 시시하고 지루해도 되는 걸까. 이렇게 느끼는 것이 어쩌면 우울증의 전조증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수면장애와 우울증》은 깨진 생체 리듬이 곧 우울증의 조짐이나 증상이라고 보며, 가장 대표적인 생체 리듬인 '수면'과 연관 지어 2주일 이상 지속되는 수면장애가 우울증의 신호라고 말한다. 정신의학, 수면과학 전공의인 저자 시미즈 데쓰오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수면 장애의 유형을 제시하고 수면장애와 우울증 간의 상관관계, 그리고 수면 개선 방법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준다. 

  우울증을 키워드로 수면장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가고자 합니다. 무거운 테마지만, 수면의 비밀과 우울증과의 관계, 수면장애가 만병의 근원이 되는 메커니즘, 숙면법, 우울증 치료로서의 수면 조작 등에 대해, 최대한 딱딱하지 않게 설명해볼 생각입니다. (p.11)

  저자 시미즈 데쓰오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일본 사회의 모습을 예시로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일본 사회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다. '일본은 7년 후의 한국과 비슷한 모습이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을 만큼, 일본 역시 한국 사회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주어진 업무량을 해결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하게 나타난다. 10시가 지나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집에서 편히 쉴 시간은 6시간 남짓이다. 그 속에서 피로를 해소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비정상적인 생활패턴에 따른 불규칙한 식사, 음주, 흡연 등의 생활 습관은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요컨대 우울증 환자분들의 경우 생활습관병이 많다는 것, 우울증이 있으면 생활습관병에 걸리기 쉬워진다는 것, 생활습관병 환자분들의 경우 높은 빈도로 우울증이 보이는 것, 우울증이 합병증으로 나타나면 병의 예후나 사망률에 악영향을 보인다는 것 등,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p.151)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내는 직장인들이 삶의 흥미를 잃는 것이 이렇게 생활패턴과 연관이 있던 것이다. 한편, 수면 패턴이 바뀌고 나서 가장 힘든 것은 축 늘어지는 몸이었다. 얼마 전,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수명이 더 짧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저녁형 인간인 나로서는 '이건 저녁형 인간에 대한 모함이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저자 시미즈 데쓰오는 그 연구 결과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인정할 수 없었던 사실에 뼈를 맞았다...)

  수면 시간만이 아니라, 올빼미형·새벽형 생활습관도 비만이나 혈당 컨트롤, 고지혈증과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올빼미형 인간은 저녁식사 시각이 늦어 보다 다량의 칼로리를 섭취하고, 비만과 고지혈증, 양질의 콜레스테롤 저하가 일어나기 쉽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p.72)

  부쩍 건강이 안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원인은 밤낮이 뒤바뀌어버린 수면 패턴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 비정상적인 수면 패턴도 나의 생활습관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 나에게는 고약한 생활 습관이 있었는데 침대에서 많은 것들을 한다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라디오를 듣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도 하고. '수면'을 위한 공간을 '일'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침대=일하는 곳'이라는 고질적인 학습이 완성된 것이다. 저자 시미즈 데쓰오에 따르면, 이 습관이 불면증으로 바뀌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고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불면증을 '밤의 병'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낮의 병'으로도 본다는 것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니 활동을 하는 낮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나 괴로움, 졸음이나 피로감, 초조함, 우울함 등을 느끼며 주의력이나 작업능률이 저하되고 있다고 자각하는 (p.124) 것은 불면증의 시작일 수도 있으니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은 보낸 하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읽고 나니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상한 생활패턴은 모든 것을 망치고 있었다. (하루의 에너지는 낮 동안 쏟아내자!)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고쳐야 될 때가 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