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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평점 :

첫 이별 그날 밤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그때의 모든 감정은 씻어 내려갔지만, 첫 이별을 마주했던 그날 밤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여느 때와 똑같은 날이었다.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그렇게 이별을 고할 줄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그 말을 듣는 순간 관계의 을로 전락한 나에게 상대방은 기다리라고 했다. 정리가 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상대방은 함께 시작한 연애를 혼자 정리하고 끝내버렸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 매일 밤 울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다시 되짚어보기도 했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그러다 제풀에 지쳤고 상대방은 이미 끝낸 정리를 나는 더 오랜 시간을 들여 정리했다.
나의 첫 이별은 그렇게 왔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하나도 그렇지 못했다. 너무도 괘씸한 마음에 다시 연락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해소되지 못한 감정의 울분에 매일 밤을 울었다. 각각의 이별의 이유는 다르다. 그러나 이별은 모두 슬프다.
SNS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상담자 디제이 아오이는 《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를 통해 이별을 앞둔, 또는 이별하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들에게 '이별'에 대해 조언해준다. 이별 후에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밀려오는 이별 후유증의 응어리진 감정에 대한 해소 등을 직설적으로 말한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아닌 '난 이렇게 쿨해질 수 있어'라고.

헤어진다는 건 잔혹한 일이에요. 사귈 때는 서로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별에는 필요 없거든요. 어느 한쪽이 "더 이상 안 되겠어"라고 말하면 그냥 거기서 끝인 겁니다.(p.119)
사랑하는 이유가 다르듯이 이별하는 이유도 제각각 다르다. 상대방의 식어버린 마음에 의해서, 두 사람의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또는 상대방의 불륜으로 인해서. 그 외에도 다양한 이별의 이유에 대해 디제이 아오이는 몇 가지 예시를 제시한다. 모두가 그런 이유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별한 사람들 사이의 말할 수 없는 감정의 교류는 통하기 마련이다.
한 번의 연애가 끝나면 당당히 홀로 일어서야만 합니다. 연애의 소용돌이 속에 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되거든요. 바닷속에서 헤엄치고 있을 때는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법이에요.(p.179)
"헤어지자."
이별 앞에 이 한마디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으로 구분 짓는다. 《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를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그 한마디를 듣는 사람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가정하에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항상 헤어짐을 통보받는 쪽도 여성, 그 슬픔에 잠겨 있는 것도 여성이라는 생각은 너무 고정적인 패러다임이 아닐까. 이별의 이유가 다양하듯이, 그 이별을 통보받는 사람의 성별도 고착화되어 있지는 않을 텐데. 여성이라고 해서 더 슬픈 것도, 남성이라고 해서 덜 슬프지 않은 것도 아닐 텐데, 디제이 아오이가 예시로 드는 사례들(고민 상담 내용)의 대부분의 화자가 여성이라는 점이 살짝 아쉽기는 했다.

디제이 아오이는 이별 후 최종 목표로 '홀로서기'를 제안한다. 사랑했던 두 사람이 각자의 길로 들어서고, 그 길을 걷다 보면 새로운 사랑을 다시 만나게 되고...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가 아니라 혼자 있을 때에도 곧게 일어설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발견한 나의 매력적인 모습이 점점 좋아진다면 애인이 없더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어요. 혼자일 때야말로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때입니다. (p.197)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상대방을 통해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첫 이별 그날 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곱씹었던 그 행동은 상대방을 통해 본 나의 모습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 반성의 시간으로 나는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메꾸고, 또다시 찾아올 새로운 사랑을 위한 자리를 만든다. 이별 후 빛나는 나의 모습으로, 더욱 찬란하게 빛날 다음의 사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