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믿지 않는 마술사 안톤 씨
라르스 바사 요한손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었다. 마법의 숲, 숲에 사는 마녀, 그리고 숲에 들어온 외지인에게 내려지는 저주. 물론, 저주의 원인은 외지인이 마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성격이 고약하고 못되기로 소문난 외지인이 마녀의 앞이라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동화의 결말은 두 가지로 정해졌다. 저주에 걸린 외지인은 개구리나 소, 도깨비 등이 되어 평생 외롭게 살아가거나 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저주를 풀고 착하게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마법을 믿지 않는 마술사 안톤씨≫는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과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뒤를 이을 작가 라르스 바사 요한손의 첫 소설이다.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시리즈와 장편 영화의 대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인 그는 ≪마법을 믿지 않는 마술사 안톤씨≫를 통해 스웨덴의 깊은 숲과 신화의 매력을 뽐낸다. 수많은 전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그 배경 속에서 숲에 살고 있는 숲의 여왕(변덕 신)과 눈물 신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마술을 보여드릴 수 있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이 카드에는 트란실바니아의 어느 성에서 벌어진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자, 이제 이 카드로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이아몬드 잭이 스페이드 퀸의 돈을 훔쳤다는 걸 하트 킹이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걸 알려면 먼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자, 카드 한 장을 뽑아주세요. (p.193)

  하지 축제를 앞둔 어느 날, 생일을 맞이한 안톤 씨는 차 안에 홀로 앉아 초를 불고 케이크를 먹는다. 반대편에 앉은 행복한 한 가정의 모습이 보이고, 자신과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남자 역시 생일을 맞이한다. 지방 공연을 위해 다시 움직인 안톤 씨는 방문한 양로원에서 보호사와, 공연이 끝난 뒤의 머물게 된 호텔에서는 데스크 직원과 말씨름을 하게 된다. 더구나 앞으로 잡힌 마술 공연이 더 없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언짢았던 안톤 씨는 그대로 호텔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어두운 도로를 달리던 안톤 씨는 도로 한가운데에 놓인 빨간 가죽 소파를 들이 받고 티베덴 숲에서 길을 잃게 된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숲속을 걷던 중 한 소녀가 나타나 꽃을 꺾어달라고 부탁하지만, 안톤은 단박에 거절한다. 숲속에 사는 노부부는 그 일로 안톤이 불운에 시달리다 죽게 될 저주에 걸렸음을 알려준다. 노부부는 안톤에게 저주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숲의 여왕의 시험을 통과해야 된다고 일러준다.

 

 

 

 

 

 

 

  옛날에 티베덴 주민들은 눈물 신을 돌려보내기 위해 아스팔트 보행자를 제물로 바쳤대. 자기만 알고 투덜대기만 하는 이기적이고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 눈물 신이 지하 왕국으로 데려가도 아무도 걱정하지 않을 그런 사람을 골라서. (p.361)

  자기만 알고 투덜대기만 하는 이기적이고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 티베덴 주민들은 눈물 신을 돌려보내기 위해 제물로 안톤 씨를 선택했다. 하는 일마다 꼬인다고 생각했던 안톤 씨는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의 의미를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죽음의 저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숲의 여왕이 시키는 세 가지 시험을 수행하던 안톤 씨는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45번째 생일을 홀로 보낼 때까지, 왜 자신의 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지에 대해서 생각하던 안톤 씨는 타인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진심' 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곁을 내주지 않는, 진심 어린 말을 하지 않았던 안톤 씨는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숲의 여왕의 시험을 하면서, 안톤 씨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를 갖는다. 심지어 자신들을 제물로 눈물 신에게 보낸 노부부조차도 친구라고 여기면서. 꽃을 꺾어달라는 숲의 요정의 부탁을 단박에 거절한 안톤 씨에게 요정은 그에게 타인을 배려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이마에 검은 얼룩을 남기는 저주를 통해서. 

  나는 언제부터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을까? 모르겠다. 나는 언제부터 나만 생각하고 투덜대며 외롭게 살았을까?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러나 내가 이때부터 땅콩 크런치를 싫어하기 시작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안다. (p.371)

  ≪마법을 믿지 않는 마술사 안톤씨≫를 읽으면서 동화 같은 분위기에 심취했다. 이제는 마법, 마녀, 그리고 신에 대해서 믿을 나이는 지났지만, 여전히 동심은 남아 있었나 보다. 마법도, 마녀도, 그리고 신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게 다가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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