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를 돌려줘
권오준 지음, 전민걸 그림 / 한림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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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으로 바꿀 수 없는 것

 

비비를 돌려줘!/ 권오준 글, 전민걸 그림. - 한림출판사, 2017.

42p. : 삽화 ; 26cm.

978-89-7094-970-3 77810 : 13,000

 

  <비비를 돌려줘!>의 주인공은 닭이다. 그런데 책표지부터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뭔가 다른 새가 눈에 띈다. 색깔도 모양도 다른데 섞여있는 닭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이들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어느 시골 농장에 욕심쟁이 암탉 한 마리와 착한 암탉 세 마리, 키 큰 수탉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욕심쟁이 암탉 한 마리는 그림에서도 바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뚱뚱하고 무섭게 생겼다. 욕심쟁이 암탉 꼬꼬는 닭장의 무법자다. 다른 암탉이 낳은 알도 빼앗아 가고 힘도 세고 심술꾸러기다. 하지만 꼬꼬는 병아리를 무척 좋아한다. 병아리를 얻기 위해 스무날 넘게 알을 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닭장 바로 옆에 멧비둘기 부부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그런데 그만 멧비둘기 알 하나가 꼬꼬의 둥우리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꼬꼬의 둥지에서 태어나버린 비비를 보고 멧비둘기 엄마는 자기 새끼라고 말해보지만 욕심쟁이 꼬꼬에겐 어림도 없는 일이다. 비비는 닭 모이도 먹지 못하고 심지어 날기까지 한다. 날기 시작하자 비비의 노란 털이 빠져버리고 꼬꼬는 더 이상 우길 수가 없어진다. 진짜 부모를 찾아 떠나버린 비비. 더 이상 심술을 부리지 않게 된 꼬꼬. 닭장 안에 평화가 찾아오고 어릴 적 추억을 찾아 비비도 찾아온다.

 

  이 책을 쓴 작가 권오준은 생태 작가이자 생태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새를 관찰하여 생태동화를 써왔으며 쓴 책으로는 <날아라, 삑삑아!>, <꼬마물떼새는 용감해>, <홀로 남은 호랑지빠귀>등이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실제 멧비둘기 둥지를 보고 생각했다고 한다. 멧비둘기 어미가 새끼에게 피전 밀크’(Pigeon Milk)를 토해주는 걸 인상 깊게 본 후 닭장에서 통통한 암탉 한 마리를 보는 순간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암탉 꼬꼬가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또 멧비둘기의 생태적 습성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또 낳은 정 기른 정에 대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준다. 알과 둥지 얘기에서 빠지지 않는 뻐꾸기 얘기도 함께 나눠보면 좋을 듯 하다.  

 

  생태그림책들은 우리가 모르는 자연의 세계를 이야기를 통해 쉽게 전해준다. 아이들과 공부가 아닌 재밌는 자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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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엑스레이 한림 지식그림책 8
경혜원 지음 / 한림출판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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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환자는 좀 특이하다. 바로 공룡. 여기저기 아픈 공룡들이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는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의 작가 경혜원은 공룡매니아다. “언제 처음 공룡을 알게 됐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공룡을 알게 되자마자 반해 버린 것은 확실합니다라는 작가는 공룡을 직접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공룡전문병원의 대기실. 간호사가 첫 번째 환자 이름을 부른다. “스테고 사우루스님,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다른 공룡들이 바보라고 놀려서 왔다는 스테고사우루스는 등에 붙어 있는 골판이 거추장스럽다고 한다. 엑스레이를 찍고 진단을 내리는 의사선생님. 느리고 답답하다고 해서 바보는 아니라고, 골판에는 핏줄이 지나가서 체온 조절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거라고 걱정을 덜어주는 말들로 위로를 건넨다. 다음으로 디플로도쿠스, 마이아사우라, 스테고케라스, 오비랍토르, 프로토케라톱스, 티라노사우루스가 진찰을 받고 엑스레이를 찍는다. 오비랍토르와 프로토케라톱스가 서로 자기 알이라고 우기며 싸우는 장면도 나오는데 알 엑스레이를 찍어 판결을 내려주는 의사선생님이 마치 솔로몬 같다. 이 책에서 특이한 것은 환자들이 말하는 증상들이 각 공룡들의 특징을 말해주고 엑스레이를 통해 공룡의 뼈를 보여주며 다음 장에서 각 공룡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림지식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을 보면 이 책이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지식전달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어렵지 않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높이 살 만하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의사선생님은 트로오돈. 작가는 트로오돈이 머리가 똑똑하고 환자를 따뜻하게 돌봐 주는 의사 선생님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간호사는 닭. 학계에서는 새가 공룡에서 진화했다고 생각했다. 공룡 학자 호너 박사가 공룡과 닮은 닭을 만들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하니 궁금해지기도 한다.

 

  <공룡 엑스레이>를 읽고 흥미를 느낀 친구들은 경혜원 작가가 쓰고 그린 또다른 공룡 그림책 <특별한 친구들>(시공주니어,2014)<엘리베이터>(시공주니어,2016)에 나오는 공룡들도 비교해서 만나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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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치는 할아버지 너른세상 그림책
김정호 글, 김주경 그림 / 파란자전거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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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망가진 책들을 보는 것은 속상한 일입니다. 많은 도서관에서 훼손도서 전시도 하고 책보수 동아리도 운영하면서 이런 책들을 살려보려 하지만 여전히 그 양은 줄어들지 않아요.

 

  책을 좋아하는 또책 할아버지는 언제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습니다. 그런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곳은 당연히 도서관이죠. 날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정리도 하고 책도 실컷 읽는 때가 할아버지가 가장 행복한 때입니다. 하지만 개구쟁이 아이들은 책을 함부로 보기도 합니다. “여럿이 보는 책이니까 더럽히면 안돼요~”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조용히 타일러 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할아버지는 망가진 책들 걱정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던 중 내가 망가진 책들을 고쳐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책 고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망가진 책들을 고치기 시작했지요. 다시 태어난 책들이 늘어나면서 할아버지는 도서관에서 유명해졌어요. “책 고치는 할아버지다!” 모두 할아버지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고친 책들은 꼬마도서관에 꽃히게 됐습니다. 할아버지는 오늘도 도서관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계시겠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 난 책이 이세 히데코 작가의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청어람미디어,2007)입니다. ‘를리외르는 필사본, 낱장의 그림, 이미 인쇄된 책 등을 분해하여 보수한 후 다시 꿰매고 책 내용에 걸맞게 표지를 아름답게 꾸미는 직업을 말합니다. 예술제본이 발달했던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책고치는 할아버지가 전문적인 직업인으로 책을 고치는 건 아니지만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이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아이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도 같다고 할 수 있겠지요

 

  도서관을 운영하는 주체는 다양합니다. 공공일수도 있고 민간단체일 수도 있고 또 개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것만은 공통적일 것입니다. 요즘 책고치는 할아버지와 같이 진심으로 책을 사랑하고 도서관을 위해 노력해주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도움으로 도서관들도 더욱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의 노후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동네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는 할머니’ ‘책 고치는 할머니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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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그림책이 참 좋아 39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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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고 하늘을 나는 아이들, 동네 목욕탕에서 요구르트를 먹는 선녀님, 바쁜 엄마를 위해 아이를 돌보아주는 이상한 선녀님. 백희나의 그림책에는 항상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마법 속에 항상 따뜻한 가족애가 있고 힘든 일상을 위로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백희나의 책은 출간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17년 백희나의 신작 <알사탕>(책읽는곰, 2017)은 쓸쓸한 놀이터 장면으로 시작된다. 요즘 아이들은 학원과 공부에 밀려서 놀 시간이 없다. 동동이네 동네 놀이터에도 아이들은 없고 낙엽과 나뭇가지만 뒹굴어 다닌다.

 

 “나는 혼자 논다”. 동동이의 첫마디는 놀이터의 쓸쓸함과 합쳐져 보는 이의 마음을 하게 만든다. 혼자 구슬치기를 하며 놀던 동동이는 새 구슬을 사러 문방구에 간다. “, 못 보던 구슬이다”. 구슬 대신 알사탕을 사오는데 그 모양과 색깔이 가지각색이다. 첫 번째 사탕을 먹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거실에 있던 쇼파가 말을 한단다. “이거 정말 이상한 사탕이다!”. 두 번째 사탕은 늙은 개 구슬이를 닮았다. 까칠하게 생긴 세 번째 사탕은 잔소리꾼 아빠의 사탕인가보다. 그런데 아빠의 진심은 잔소리와는 다르게 들린다. 이렇게 시작된 사탕 마법은 그리운 할머니와도 만나게 하고 나무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마지막 남은 투명한 사탕. 동동이는 이 사탕으로 누구를 만나게 될까?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의 쓸쓸한 놀이터와 대비되어 동동이의 일상의 변화를 말해준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걸 어색해 한다. 특히 가족에겐 더욱 그렇다. 동동이는 마법의 사탕으로 평소에 들을 수 없었던 진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까칠까칠한 수염과 말투로 한 페이지 가득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빠의 마음속 외침이 뭉클하다. 여학교때 친구들을 모두 만나 즐겁게 지내고 계실 할머니의 목소리를 언제든 듣기 위해 알사탕 속 풍선껌을 식탁 밑에 붙여 놓는 동동이의 마음이 참 이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내 곁의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해보자. 아마 평소 들리지 않았던 상대방의 마음도 전해오지 않을까.

 

  독특한 작업스타일로 유명한 백희나는 2005<구름빵>으로 볼로냐 국제아동 도서전에서 픽션 부문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장수탕 선녀님>으로 한국출판문화상과 창원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 외 작품으로 <이상한 엄마>, <꿈에서 맛본 똥파리>, <달 샤베트>, <어제 저녁>, <삐약이 엄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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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소원 사계절 그림책
김상근 글.그림 / 사계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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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력은 이미 3월의 막바지를 달려가고 있지만 바람은 차가운 요즘. <두더지의 소원>에 나오는 눈이 아직 낯설지 않은 시기이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하얀 눈을 연상하게 한다. 띠지에 소개된 문구도 첫눈처럼 아름답고 설레는 동심의 세계이다. 빨간 모자와 장갑을 끼고 가방을 멘 두더지는 눈밭에 홀로 있는 눈뭉치를 바라보고 있다.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 보지만 말없이 들어주기만 하는 눈덩이. 이 둘 사이에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첫눈이 온 날 두더지는 혼자서 집에 가고 있다. 아무도 없는 눈길에 있는 작고 하얀 눈덩이에게 인사를 건네 본다. 두더지는 이사 온지 얼마 안 되어 친구가 없다. 외로운 마음을 눈덩이에게 털어놓아 본다. 새로 사귄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같이 버스를 타고 싶은 마음에 친구의 변신을 도와보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일 뿐이다. 어느덧 밤이 되고 마음 착한 사슴아저씨 버스를 타게 된 두더지와 친구는 따뜻한 버스 안에서 잠이 들어 버린다. 잠든 사이 친구는 사라져버리고 두더지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향한다. 두더지의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따뜻한 품으로 위로를 건넨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의 목소리를 따라 나가본 바깥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별똥별은 두더지의 소원을 들어주었을까?

 

  이 책에서 인상 깊은 점은 무엇보다 할머니의 태도이다. 할머니는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선 곳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손주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준다. 아이의 이야기를 허무맹랑하다 무시하지 않고 그 마음을 잘 간직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또 사슴아저씨처럼 아이의 동심을 인정해주는 어른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자라서 또 다른 아이들에게 따뜻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아이다울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좋은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더지의 소원>은 첫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으로 사랑을 받은 김상근 작가의 작품으로 어린 두더지가 처음 친구라는 존재를 통하여 순백의 감정을 알아가는 이야기라고 한다. <두더지의 고민>도 친구를 찾아가는 두더지의 재미난 여정이 담겨있으니 같이 보아도 좋겠다. 작가의 다른 책으로 <가방 안에 든 게 뭐야? -한림출판사, 2015)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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