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룰라와 왕소심 렌카
폴리 호옌 지음, 비니 탈립 그림, 박원영 옮김 / 찰리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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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룰라와 렌카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운명 같은 사이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닮은 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답니다. 이 사실은 표지 그림에서도 알 수 있어요. 룰라와 렌카의 모습은 정말 하나도 똑같은 점이 없답니다. 좋아하는 것도 달라요. 룰라는 뜨거운 여름을, 렌카는 추운 겨울을 좋아하고, 룰라는 강아지를, 렌카는 고양이를 더 좋아합니다. 룰라는 청소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지만 렌카는 정리정돈의 여왕입니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둘은 제일 친한 친구니까요.

 

  이렇게 친한 두 친구가 싸울 일이 있을까요?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시작은 다른 날과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룰라가 전날 빌려간 색연필을 돌려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걸 알고 렌카가 화가 나기 전까지는요.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와 싸우고 난 다음에 아이들은 어떤 감정이 생길까요? 룰라와 렌카는 배가 아픈 것 같고, 아침마다 늑장을 부리던 룰라가 부지런을 떨 만큼 신경을 씁니다. 학교에서도 활동적인 룰라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지만 소심한 렌카는 혼자가 되기도 하죠. 몸에 가시가 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아무도 내 얼굴을 보지 못하게 숨고 싶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처음 닥치는 갈등의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룰라와 렌카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 나가게 될까요?

 

  이 책은 룰라와 렌카가 번갈아가면서 화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각자의 감정과 이유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들은 양쪽을 다 이해하고 상황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야기하는 화자가 분명히 구분되어 안내가 되진 않아 순간적으로 헷갈릴 수는 있으나 룰라와 렌카의 성격을 생각하면서 읽다 보면 말하고 있는 친구를 알아채게 됩니다.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나와 다른 친구에게서 발견하는 즐거움입니다. 나와 다른 친구들은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친구랑 함께 노는 게 혼자 노는 것 보다 훨씬 좋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실이고요. 중요한 건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이 아니라 함께라는 사실이니까요. 지금 친구에게 다가가서 한번 이야기 해볼까요? “우리 같이 놀까?”라고.

 

  글 작가 폴리 호옌은 발표한 소설 3편 모두가 카네기상 후보로 오를 만큼 실력 있는 소설가입니다. 네 번째 책이자 처음으로 쓰는 동화책인 이 책에서 작가는 두 소녀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친구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 가는지 잘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두 친구의 성향을 잘 나타내 준 그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한몫을 했습니다. 그림만 보아도 두 친구가 얼마나 다른지, 또 어떻게 화해했는지, 두 친구가 속한 학교와 가정은 어떤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와 싸우고 속상해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함께 읽어보고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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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책 - 제11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99
서지연 지음, 제딧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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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서평대상 서지사항

잃어버린 책 / 서지연 글, 제딧 그림. - 웅진주니어, 2019.

143p. : 삽화 ; 22cm.

ISBN 978-89-01-23151-8 : 10000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기 전에 책은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 볼 수 있는 귀중품이었다. 인쇄술의 발명 이후 대중화된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생각을 기른 사람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시민혁명을 일으켰다. 전자기기가 발명되고 디지털 시대가 오자 책은 위기를 맞았고 그런 책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생겼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나쓰카와 소스케, 아르테, 2018), <죽음>(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19)과 같이 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이야기들도 나왔다. 제11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인 <잃어버린 책>(서지연, 웅진주니어, 2019)도 잊혀진 책과 자유롭고 싶은 어린이 이야기다.

 

 

미용실 집 딸 용미는 요즘 아이들과 달리 학원에 다니지 않고 책을 좋아한다. 용미 친구 한나는 학원투어를 다니고 엄마 말을 거역하지 못하는 아이다. 가출을 결심한 용미를 처음에 말리던 한나는 충동적으로 가출에 동참하게 된다. 버스에서 잃어버린 책을 찾으러 분실책 보관소에 가게 된 용미와 한나는 주인에게 버려져 재로 변할 위기에 처한 책속 주인공들을 만나게 된다. 책 속 주인공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책의 마녀를 만나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두 친구의 모험이 시작된다.

책에 등장하는 ‘책의 마녀’는 책 표지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책의 마녀의 마법에 빠지면 도서관과 서점을 넘나들며 책을 고르고, 사 모으고, 끊임없이 읽으면서 책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에서 분실책 보관소는 환상의 세계로 가는 출입구 역할을 한다. 그 세계에서 용미와 한나는 빗자루 대신 첼로를 타고 날아다닌다. 거인(트롤)과 바바야가(마귀할멈)를 만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글자를 이용한다. 책의 편에 서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현실로 돌아온 두 친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는 성장을 이룬다.

 

 

작가는 이 책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나는 용미를 통해서 책의 위기와 독서를 권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또한 한나를 통해서 엄마가 만든 시간표대로 생활하느라 힘든 우리 아이들을 대변한다. <잃어버린 책>의 장점은 등장인물을 통해 <클로디아의 비밀> <샬롯의 거미줄> <사자와 마녀와 옷장>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꼬마마녀> 등 어린이책의 명작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이 스마트폰, 인터넷, 유튜브보다 더 재미있는 ‘책 읽는 즐거움’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 <토이 스토리>의 ‘앤디’가 내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우디’에게 느꼈던 감정을 책 친구에게서 찾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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