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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소원 ㅣ 사계절 그림책
김상근 글.그림 / 사계절 / 2017년 1월
평점 :
달력은 이미 3월의 막바지를 달려가고 있지만 바람은 차가운 요즘. <두더지의 소원>에 나오는 눈이 아직 낯설지 않은 시기이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하얀 눈을 연상하게 한다. 띠지에 소개된 문구도 “첫눈처럼 아름답고 설레는 동심의 세계”이다. 빨간 모자와 장갑을 끼고 가방을 멘 두더지는 눈밭에 홀로 있는 눈뭉치를 바라보고 있다.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 보지만 말없이 들어주기만 하는 눈덩이. 이 둘 사이에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첫눈이 온 날 두더지는 혼자서 집에 가고 있다. 아무도 없는 눈길에 있는 작고 하얀 눈덩이에게 인사를 건네 본다. 두더지는 이사 온지 얼마 안 되어 친구가 없다. 외로운 마음을 눈덩이에게 털어놓아 본다. 새로 사귄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같이 버스를 타고 싶은 마음에 친구의 변신을 도와보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일 뿐이다. 어느덧 밤이 되고 마음 착한 사슴아저씨 버스를 타게 된 두더지와 친구는 따뜻한 버스 안에서 잠이 들어 버린다. 잠든 사이 친구는 사라져버리고 두더지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향한다. 두더지의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따뜻한 품으로 위로를 건넨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의 목소리를 따라 나가본 바깥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별똥별은 두더지의 소원을 들어주었을까?
이 책에서 인상 깊은 점은 무엇보다 할머니의 태도이다. 할머니는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선 곳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손주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준다. 아이의 이야기를 허무맹랑하다 무시하지 않고 그 마음을 잘 간직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또 사슴아저씨처럼 아이의 동심을 인정해주는 어른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 아이들이 자라서 또 다른 아이들에게 따뜻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아이다울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좋은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더지의 소원>은 첫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으로 사랑을 받은 김상근 작가의 작품으로 어린 두더지가 처음 ‘친구’라는 존재를 통하여 순백의 감정을 알아가는 이야기라고 한다. <두더지의 고민>도 친구를 찾아가는 두더지의 재미난 여정이 담겨있으니 같이 보아도 좋겠다. 작가의 다른 책으로 <가방 안에 든 게 뭐야? -한림출판사, 2015)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