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리의 슈퍼히어로 드로잉 쉽게 배우는 만화 시리즈 20
스탠 리 지음, 오윤성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고, 엄청난 괴력을 보여주는 슈퍼맨, 빌딩 숲을 거미줄로 타잔과 같이 여기 저기 다니는 스파이더맨, 묘한 매력을 지닌 어두운 분위기의 배트맨, 그 밖에 참 많은 슈퍼 영웅들이 내 어린 시절을 함께했었다. 그 인기가 워낙 대단해서 슈퍼맨 흉내 낸다고 뛰어 내리다 다친 아이들이 참 많았다. 요즘 아이들이라고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영웅의 대상은 좀 바뀌었지만, 만화 속 그들의 인기는 전혀 줄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 어릴 적에는 따라 그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그리기보다는 그냥 보고 즐기는 쪽이 되었다. 그렇지만,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멋진 슈퍼 영웅 그림을 보면 그려보고 싶어진다. 물론 스케치 좀 하다가 바로 한계를 느끼고 펜을 내려 놓지만 말이다.

 

이때 필요한 책이 '스탠 리의 슈퍼히어로 드로잉'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만들고자 하는 예비 만화가에게는 아주 좋은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는 단순히 슈퍼 영웅을 그리는 방법만 나온 것이 아니다. 역사 속의 영웅들과 만화로 만들어진 슈퍼 캐릭터의 탄생, 기원부터 얘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탄탄한 만화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어떤 만화의 성공은 단순히 보기 좋은 멋진 캐릭터가 있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주인공만 너무 부각하여 악당 역을 대충해서도 안 된다. 주인공의 능력이 너무 무한해도 보는 사람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매번 무조건 이긴다면, 지루하게 생각할 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연의 역할이 중요하듯이 만화도 개성 넘치는 조연이 없다면, 그 만화는 실패다.

 

슈퍼맨에 어울리는 적은 외계인일 것이다. 반면 홍길동이나 전우치에 적으로 로보트나 외계인은 색다른 생각일 수는 있지만,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다. 적절한 상대를 스토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을 보면, 악당들이 참 불쌍하게 생각될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악당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정의에 편이었다가 악의 편이 된 경우도 있다. 악당이라고 절대악으로만 그려지지 않았다. X맨을 봐도 선악의 대결인 것 같지만, 서로 도울 때도 있고 선이 악당과 같은 짓을 할 때도 있다. 이런 모든 것이 바로 그 스토리에 독자들이 빠져들게 하는 중요 요소라는 거다.


책에서는 악당, 몬스터, 로봇,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동물 등 각각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어떻게 구분을 지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지도 말해준다. 영웅들의 타입도 S, B타입으로 나누고, 여자 영웅 캐릭터는 W와 E 타입으로 나눠 설명한다. 즉 같은 슈퍼 영웅이라고 해도 캐릭터의 특징에 따라 나눠진다는 것이다.

 

난 스탠 리의 슈퍼히어로 드로잉을 통해 단순히 그림 그리는 방법이나 배울까 했는데, 그보다 스토리텔링의 중요함을 알 수 있었으며, 만화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면을 모두 고려한 철저한 기획으로 탄생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눈 모양이나 얼굴, 손 모양 그리는 방법을 배우는 책이 아니다. 스케치부터 색칠까지 단계별로 나오고 있으나, 그런 것보다는 캐릭터의 분위기를 어떻게 묘사하는지를 얘기하고 있다. 어떤 인물은 그림자를 더 많이 쓰라고 하고, 어떤 인물은 간결하게 묘사하라고 조언한다. 아주 값진 조언이다. 다른 만화 지침서와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만화를 만화가 혼자 그린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만화는 혼자 그리지 않는다. 배경 전문가가 따로 있고, 스토리 전문가, 채색 전문가가 따로 있다. 거기에 기획자도 따로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조명, 예술, 촬영,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필요하듯 만화도 같다. 단순히 그림만 그릴 줄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이젠 모든 스토리를 만화가 혼자 만들지도 않는다. 이런 면에서 만화 지망생 뿐만 아니라,  그림보다 스토리 구성에 재능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개성있고 멋진 더 많은 슈퍼 영웅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만화 그리기 좋아하는 우리 딸이 창조해주면 더 좋겠다.
그런 기대를 담고 이 책은 딸에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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