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억력 챔피언 초스피드 암기술 - 무엇이든 쉽게 기억하는 궁극의 암기 기술
마이클 티퍼 지음, 김영정 옮김 / 프로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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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꿨던 개꿈 중에 아직까지 기억이 남는 게 하나 있다. 다이얼을 돌리는 옛날 구식 전화기를 앞에 두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데, 번호가 자꾸 틀려서 계속해서 무한 반복하며 전화 거는 꿈이다. 생각해보면, 웃기기도 하지만, 당시 꿈에서 나는 당황과 공포의 연속이었다. 지옥에서는 같은 고통을 영원히 반복한다고 하는데, 꿈속에서 나는 지옥을 맛본 것이다. 


과거 휴대폰이 나오기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전화번호 여러 개는 외우고 다녔었다. 하지만, 요즘은 남의 전화번호를 여럿 외우고 있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나 같은 경우도 남의 번호는 커녕, 내 전화번호도 틀리곤 한다. 


기억력은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고 하는데, 지금의 나는 너무 뇌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번 물건을 어디다 놓고 나면, 그거 찾다. 하루를 보내고, 일을 여러 개하다 보면, 이전 것을 까맣게 잊는 경우도 자주 있다. 어릴 적에는 건망증 때문에 밥이나 국 태워 먹었다는 소리가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대화 중에 단어나 연예인 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아, 입속에서만 머무는 것도 이젠 너무나도 당연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처지다 보니, 기억력 좋아지는 방법이나, 암기술, 암기력에 관한 이야기를 보게 되면, 쫑긋하고 귀를 세우게 된다. '세계 기억력 챔피언의 초스피드 암기술'라는 책도 당연히 볼 수밖에 없었다. 전에도 암기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봤지만, 이 책은 어떤 비법을 알려 줄지 기대를 가지고 봤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티퍼는 책 제목에 나와 있듯이 1998년 세계 기억력 챔피언 대회에 나가 은메달을 획득했고, 기억력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다. 현재 사업과 교육에 필요한 정신적 기술을 가르치는 회사를 운영하고 각종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기억력 암기에 대한 기술적 측면만 단순히 다루거나 암기술이 대단한 거라고 부풀리기보다는, 암기술은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익힐 수 있고, 어떤 부분이 부족해서 암기가 힘든 것인지 알려주면서, '이렇게 해보세요. 아니면 이렇게 해보세요.'하는 식으로 옆에서 친절히 도와주는 편한 느낌을 준다.




책 초반에 있는 '이 책을 시작하며'를 보면, 저자가 익히 암기술이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나와 있고, 일반적으로 겪고 있는 기억에 관련된 여러 문제 증상을 통해 어떤 분들이 이 책이 도움이 될지 말하고 있다. 증상 5개 이상이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 했는데, 난 세 개 빼놓고 다 해당됐다. 


'세계 기억력 챔피언의 초스피드 암기술' 1장에서는 건망증의 원인, 나이와의 연관성, 두뇌와 기억 기초 정보, 기억술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 기억력 향상을 위한 계획과 준비와 같은 것들을 담고 있고, 이어지는 2장에서는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운동,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통 기억력, 뇌 그런 주제들은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있으나, 이 책에서는 중요한 핵심 정보만 누구나 알기 쉽게 말하고 있다. 그만큼 암기술을 처음 접하는 분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본격적인 암기술을 3장부터 다루는데, 일상에서 빈번히 생길 수 있는 이름 기억하기가 첫 주제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여기에 특별한 암기술을 적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10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어떻게 기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말하고 있다. 


이렇게 간단한 것으로 워밍업하고 천천히 차례차례 다양한 암기술을 익힌다. 학창시절 분치기, 초치기를 위해 써먹던 앞 글자만 외우는 두문법도 나오고, 철자 기억법, 비밀번호 암기, 길 외우기, 할 일과 목록 외우기, 쇼핑 리스트 외우기, 과거 소환과 같은 암기법이 나온다. 여기서도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주제로 하고 있다. 방법도 간단한 데다,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연습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좀 복잡하거나 어려운 암기술은 4장에서 다룬다. 여정 기법은 기억의 방 암기법과 같은 것이다. 이게 쉬우면서도 자신만의 기억의 방을 가지는 것은 어려운 거 같다. 여기서는 간단히 사용하는 정도만 훈련한다. 다들 많이 알고 있는 마인드맵도 여기에 나온다.




마지막으로는 기억력 챔피언 대회에서 사용하는 암기 기법들을 얘기하고 있다. 암기술을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누구나 대회에 나갈 수 있고, TV 같은데 출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웃을 일이 아니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저자의 이 말은 정신 차리고 책 내용을 다시 보게 만든다. 


'세계 기억력 챔피언의 초스피드 암기술'은 내용이나 방법 모두 쉬운 만큼, 건망증이나 기억력 부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입시생이나 각종 수험생들의 공부에도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암기술 입문으로 분명 좋은 책이다. 다들 암기 도사 돼서 나처럼 무한 반복 지옥에 빠지는 꿈을 꾸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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