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과학적으로 배우는 방법 - The art of learning languages
이충호 지음 / 다개국어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수학이나 프로그래밍 쪽은 크게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지 않는데, 어학 공부는 무척 어려움을 느낀다. 항상 한다고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진전이 없다. 그래서 내가 잘못 공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영어 학습법에 관련된 책을 많이 봐왔다. 이젠 자칭 어학 학습법 준전문가라 말해도 될 것만 같다. 외국어는 못하지만, 학습법만 전문가인 웃기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요즘은 학습법 책도 잘 안 보고 있다. 가끔씩 새로 나온 책이 보여, 들춰 보면, 전에 봤던 책들과 거의 비슷한 내용들이고, 주장하는 학습법이 저자들의 개인 경험 위주라, 

심한 경우 저자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주장도 보게 되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는 점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방법들이 진짜 효과가 있는지 책의 주장 외에는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그래서 좀 더 검증된 외국어 학습법에 대한 아쉬움만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에 내 호기심을 자극한 외국어 학습법 책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이충호 저자의 '외국어를 과학적으로 배우는 방법'이라는 책이다. 과학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 경험만 강조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총 2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외국어 학습에 관련된 세계에 발표된 검증된 자료와 실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뇌과학 이론, 각종 암기법, 망각곡선, 파인만 효과, 포모도로 테크닉, 생성효과, 수면과 학습과 같은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 있어, 마치 뇌과학 책을 보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과학책 같다고 해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딱딱한 책으로 지레짐작할 것까지는 없다. 어학 책이면서 동시에 과학책 같지만, 복잡하지 않게 설명도 잘되어 있고, 그때그때 필요에 맞춰 삽화나 그래프, 도표 등도 등장해서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덕분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외국어를 과학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영어 한 가지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중국어, 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배울 때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읽다 보면, 어학뿐만 아니라, 다른 공부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도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뇌과학을 응용한 공부법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외국어 학습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몇 가지를 생각나는 데로 적어 보겠다. 저자가 제일 먼저 외국어 학습에 가장 중요한 3가지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재미있을 것, 유의미할 것, 이해 가능한 것'이다. 재미없으면 아무리 중요하고, 강제로 시켜도 안 하게 된다. 애를 붙잡고 공부를 같이 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비슷비슷한 방법과 내용으로는 효율적으로 어학 공부하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자신의 수준을 고려해서 뉴스든, 영화든, 소설이든 가장 재미있어 하는 분야나 매체를 이용해서 학습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효율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가르칠 때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수업이나 강의를 듣는 것은 고작 5% 효율이지만, 가르칠 때는 90%나 된다고 한다. 무려 18배의 차이인 것이다. 그리고 가급적 원서 읽기를 하라고 한다. 원서 읽기는 읽기, 듣기, 말하기까지 성장할 수 있게 하며, 파닉스에는 신경 쓰지 않으라고 얘기한다. 진정한 유창함은 명확한 의사 전달과 소통이지 발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습 시간은 몰입할 수 있게 25분씩 나눠 하는 것이 좋으며, 수면과 연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너무 책이 이론적이지 않나 할 수 있지만, '외국어를 과학적으로 배우는 방법'에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책 전체에 걸쳐 말하고 있는 것이 암기 카드를 만드는 것이다. 암기 카드에 효용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다중언어 능력자들이 검증한 사실로 이에 대해서는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단어보다는 문장 암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단어 죽어라 외워봤자. 안 쓰면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문장 형태라면, 최소 자주 쓰고, 활용 가능한 문장 구조만은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이는 문장 패턴 암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울러 암기 카드로 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용법도 여러 번 나눠 알려주고 있어, 따라 하며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브라우저의 사용 언어를 바꾸고, 포스트잇으로 사물에 단어 붙이고, 일어나자마자 원서 읽기, 운동 전 새로운 표현 배우기 등, 외국어 공부 환경을 만드는 구체적이고 철저한 실천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은 단순히 학습방법만 설명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책은 외국어 학습자 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부터 거의 변화 없는 효율 낮은 우리의 어학 교육 환경이 바뀌기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담겨있다. 그래서 원어민 교사를 위해 다른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 출판할 예정이라고 한다.


'외국어를 과학적으로 배우는 방법'을 많은 생각을 하며 봤다. 내가 왜 이렇게 영어가 형편없는지 그 원인을 찾는 시간이었다. 외국어 잘하는 비결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책 표지를 보면, 외국어 학습 방법의 결정판이라는 문구가 보이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내가 봐왔던 다양한 학습법의 내용을 대부분 다루고 있고,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이것들을 과학적인 실험과 비교를 통해, 무엇이 옳은 방법인지 헷갈리지 않게 아주 명쾌히 알려주었다. 영어도 잘 못하면서 욕심스럽게, 일본어에 중국어까지 보고 있는 나에게 원샷 원킬이란 정답을 날렸다. 단어장도 문장집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을 확실히 깨달았다. 오랜만에 속이 후련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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