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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마민지 지음 / 클 / 2023년 8월
평점 :

이 책을 본 순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만든 <버블 패밀리>의 제목만보아도 한국 도시개발사와 함께 얽히고 섥힌 한 가족, 비단 그녀의 가족뿐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책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나와 한두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또래라는 점, 때문에 나와 비슷한 시절에 유년기를 겪어 그래! 그랬었지! 하는 맞장구를 혼자 쳐보았다. 저자분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나도 모르게 내적 친밀감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버블 패밀리>는 제14회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한국 작품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담지 못한 이야기드를 책으로 담았다고 한다. 책 뒷 부분에는 영화상영 당시에 엄마는 N회차 관람을 하셨고 아빠는 마지못해 딱 한 관람을 하셨다고 한다.
외동딸이자 K-장녀인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결혼을 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이 아닌 탈출이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는 점에서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K-장녀이기에 또 부모님을 완전히 모른척 할 수는 없었던 그녀의 심정이 나와 닮아있었다. 이것이 바로 K-장녀 아니겠는가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저자의 부모님은 젊었을 적 울산에서 살았다. 나는 초중고를 울산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 또한 너무 반가웠다. 공업탑 근처가 허허벌판이었던 이야기들, 그 시절 3교대 근무자들과 임금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역사서처럼 술술 펼쳐졌다. 그 시절에 산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 이룩해놓은 것들을 누리고 살았던 울산키즈였기 때문에 마치 울산의 역사를 배우는 양 재밌게 읽었다.
저자의 부모님은 큰이모를 따라 서울로 와서 건축업을 배우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승승장구하셨다. 당시 서울로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해 집이 너무 모자랐기 때문에 땅을 사서 지으면 팔리고 팔리고 했단다. 무려 이익이 30%나 남았다고 한다. 내가 처음 거제에 결혼해서 입성할 때가 딱 이랬다. 호황으로 인해서 다가구주택이 지으면 팔리고 통으로 임대가 나가고 그러던 시절이었다. 원룸 업자도 거제 사는 사람들도 돈벌고 돈쓰는 재미가 있던 시절이었다.

저자 부모님의 건설업 흥망사와 함께 우리 시대의 아픔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자연스레 집과 얽힌 우리집을 들여다보고 또 생각했었다. 저자의 엄마는 가세가 기운 뒤로 실질적 가장역할을 해내셨는데 그게 또 땅에 관련된 일을 하셨다. 일명 기획부동산으로 한 필지를 쪼개서 그 지분들을 나눠파는 일을 텔레마케팅으로 하셨는데 또 우리엄마가 우연찮게 그 땅을 산 장본인이 아니겠나. 땅과 집에 얽힌 이야기는 나도 한보따리는 풀어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어리는 글이나 말로 기록하면서 풀린다고 생각한다. 영상으로 기록하고 글로 남김으로서 땅에 집착하셨던 부모님에 대한 이해할 수 없었던 마음들이 어느 정도 이해되고 그로 인해 겪었던 나의 삶의 고달픔의 응어리가 풀렸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저자처럼 상가주택, 주택셋집, 빌라에서 다시 주택셋집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일대기를 풀어내면 내 속의 응어리도 풀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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