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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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인간은 매번 상실을 겪는다. 상실을 애도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엄숙한 장례식을 통해 죽은 이를 떠나보내고, 누군가는 멈추지 못하는 식욕을 통해 변심한 애인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를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때부터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에 우리는 필사적으로 누군가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한다. 하지만 종종 극복할 수 없는 상실과 메울 수 없는 빈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파이 이야기>의 저자로 유명한 얀 마텔의 신작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너무나 큰 상처로 인해 자신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대표되는 영적-치유적 공간으로 자신도 모르게 향하는 자들의 이야기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의 등장하는 세 남자, 토마스-에우제비우-피터 토비 모두 사랑하는 이들을 죽음으로 읽은 뒤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다. 1901년 리스본 사람인 토마스는 뒤로 걷는 걸로 슬픔을 표시한다. 세상에게 반기를 들고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앗아간 신께 복수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숙부에게 자동차를 빌려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향한다. 1939년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인근 브리간사에 사는 에우제비우는 병리학자로, 자신과 비슷하게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슬픔을 온몸에 새기면서 살아갔던 이의 시체를 해부하면서 비로소 안식을 얻는다. 마지막 1980년대 캐나다 상원의원을 하던 피터 토비는 아내의 죽음 이후 침팬지 ‘오도’를 입양한 뒤 포르투갈 높은 산에 있는 고향집으로 이주하는 걸로 자신들의 버틸 수 없는 슬픔에 대처한다. 80년이 넘는 시간과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얽히고설킨 그들의 슬픔의 직물은 단순히 개인의 비극을 넘어서 언제나 고통과 슬픔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와 동시에, 그 절망이라는 진창 속에서 구원을 찾기 위해 신의 그림자를 좇는 인간의 노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1부는 배경이나 소재 자체에서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떠올랐다. 일상이 낯설어진 한 남자가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의 주인을 찾아 여행한다는 내용과, 자신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14세기에 있었던 신부의 일기장을 토대로 신부가 남긴 유물을 찾기 위해 여행한다는 소재에서 어떤 공통점을 보았다. 하지만 차이점도 존재한다. 전자가 타인의 시선에만 신경 쓰다가 ‘나’를 잃어버린 어느 중년의 일탈이라면, 후자는 절절한 슬픔 끝에 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의 복수극이라는 점이다. 또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그 자체로 완결이 되지만, <포르투갈의 높은 산> 1부는 그 말대로 1부이며, 이후의 2-3부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3부에서 캐나다의 상원의원인 피터 토비가 침팬지 ‘오도’를 입양하고 공존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얀 마텔의 대표작인 <파이 이야기>를 생각나게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이 묘사되며, 서로의 존재를 의지함을 통해 한계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많이 닮았다. 그러나 확실히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침팬지 오도’는 위협과 공포 수준이 다르다. 으르렁거리면서 언제 내 목을 물어뜯을지 몰라 계속 감시해야했던 리처드 파커와 달리, 오도는 인간의 언어와 상호작용을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하도록 훈련 받은 존재다. 다만, 오도에게 남아 있는 ‘야생적 감각’은 과거-현재-미래 사이에서 계속 염려하고 후회를 반복하고 있던 피터 토비에게 지금, 현재에 집중해야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이 책의 전체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종교적 코드는 신앙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불편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것 같다. 이러한 상실의 고통 앞에 ‘신’은 무슨 역할을 하며, 이 슬픔 속에 나를 방치하는 ‘신’은 과연 믿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여러 질문이 떠올리게 하는 여러 장면들이 소설 속에서 지나가던 와중에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은 없고, 상실은 일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잦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슬픔에 빠져서 살아갈 순 없다. 아마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자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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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함민복 지음, 한성옥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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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는 함성복 시인의 시 ’흔들린다’에 한성옥 화가의 일러스트를 얹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함성복 시인의 시 중에 ‘긍정적인 밥’을 좋아하여 한동안 외우고 다녔다. 문학이 찬밥 신세인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그렇다고 시의 가치마저 퇴색되는 건 아니라는 그의 시를 읽으며 구절구절마다 가슴이 뛰었다. 


‘흔들린다’에서도 함성복 시인 특유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한성옥 화가의 일러스트가 함께 하니 그 힘은 배가 되었다. 나무의 흔들림에서 우리네 인생의 흔들림을 잡아내는 그의 관찰력과 통찰력에 무릎을 쳤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 세상의 흔들림을 보게 되었다. 밤새 불을 밝힌 환락가의 흥청거리는 흔들림, 고난 받는 자들의 절절한 흔들림, 홀로 고독을 곱씹는 ‘나’라는 존재의 미세한 흔들림… 우리는 어찌 이토록 흔들리는 것일까? 이것은 인간의 본성인가? 


이러한 물음은 여태껏 잊고 있었던 괴테의 「파우스트」 중 한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만약 함민복 시인의 언어로 이 구절을 다시 표현하자면 이러할 것이다. “인간은 흔들리려 하지 않는 한 흔들리기 마련이다.”


모든 흔들림은 치열하다. 나를 잊기 위한 몸부림에도, 나를 찾기 위한 투쟁 속에서도. 그렇게 우리는 몸서리치며, 한껏 흔들리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 게다. 나는 「흔들린다」에서 그 치열함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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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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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파이이야기) : 절망 속에서도 운명을 사랑할 힘


몇 달 전 쯤, 영어 공부 삼아 파이 이야기(Life of Pi)를 영어판으로 읽으려고 했다. 100쪽 쯤 넘겼을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어쩌다보니 다시금 이 책이 내 손으로 왔다. 익숙한 한글과 생상한 일러스트와 함께 말이다. 번역에 대해서는 아주 사소한 불만사항이 있는데, ‘기니피그돼지쥐로 번역한 것이다. 전국의 수만 기니피그 주인들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니피그에 대해 의약품 실험 등에 주로 쓰이는 쥐의 종류라고 적어놨던 주석과 비슷한 정도의 충격이다. , ‘미어캣미어고양이라고 하지 그랬나?


파이 이야기에서 기니피그보다 좀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종교에 대한 관점이다. ‘파이 이야기를 짧게 요약한다면, ‘태평양에 조난된 소년, 그를 구한 건 신앙이었을까?’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종교라는 모티브 아래에서 파이 이야기는 성경에서 신을 거부하다 고래 뱃속으로 들어간 요나, 신을 잘 믿다가 뜬금없는 재앙 속에도 신앙을 지키는 욥,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온갖 신화 속 존재들과 마주하는 오디세우스와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이 청년은 크리슈나(힌두교 신)과 예수, 알라 모두 섬긴다는 점이 좀 특이할 뿐이다.


동물학과 종교학을 복수전공 할 만큼 상당히 특이한 정신세계를 자랑하는 이 파이라는 인물은, 어린 시절 겪었던 그 끔찍한 사고와 조난의 경험 때문에 저렇게 된 건지, 아니면 저런 정신세계를 가졌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고민하게 될 정도의 통합적 신앙심을 자랑한다. 아마 당신이 신학이나 종교학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면 교수님께 파이 이야기에 대해서 물어보라. 죽음과 맞닿은 그 순간마저도 신을 찾는 쪽을 강조하느냐, 여러 종교를 두루 걸친 바람둥이 기질을 언급하느냐로 그 교수님의 성향을 리트머스 종이 마냥 판별할 수 있을 테니.

p.318 절망은 빛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무거운 어둠이었다. 그것은 이루 표현 못 할 지옥이었다. 그것이 늘 지나가게 해주시니 신께 감사하다. 다시 매달라고 아우성치는 매듭이나 그물 주변에 물고기 떼가 나타났다. 내 가족 생각을 했다. 그들이 이런 무시무시한 고통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해서도. 어둠이 휘휘 젓다가 결국 물러갔고, 그때마다 신은 내 마음에 환한 빛으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계속 사랑하면 됐고.

개인적으론 이 책이 소설이라기보다는 실용서적, 아니 조난 시 생존을 위한 필수 교범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포스터의 날렵하게 생긴 인도 소년과 우람한 벵골 호랑이를 보고서 알라딘같은 판타지 활극을 상상했다면, 그 대신 파이의 베어그릴스 뺨치는 처절한 생존 사투를 볼 수 있다. 영화는 생략이라는 구명보트가 있지만, 소설에는 그런 거 없다. 파이가 느꼈을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당신이 고시원 보다 위 아래로 조금 더 긴 보트 안에 냉장고만 한 호랑이와 함께 출렁이는 파도를 느낀다고 상상해보라! 와우!

p.157 "내 동물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거야? 새, 야수며 파충류들은? 다 물에 빠져 죽었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나도 남김없이 죽는구나. 왜 이래야 되는지 설명도 듣지 못하고? 천국에서 오는 설명도 듣지 못하고 지옥을 겪으며 살라고? 그렇게 되면 이성이 뭐 하러 있는 거냐구, 리처드 파커? 이제 이성은 실용성보다 - 음식과 옷과 쉴 곳을 얻는 것보다 - 빛나지 않는 거야? 왜 더 위대한 대답을 주지 못하는 거야? 한데 왜 우리는 대답을 끌어낼 수 있는 이상으로 질문을 하는 거지? 잡을 고기가 없는데 왜 그렇게 큰 어망을 갖고 있냐구?"

p.358-359 "사랑한다!"

터져 나온 그 말은 순수하고, 자유롭고, 무한했다. 내 가슴에서 감정이 넘쳐났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 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 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할게. 약속한다구!"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운명마저 긍정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Amor Fati(운명애)’를 볼 수 있었다. 나도 파이처럼 배가 난파되어 온 가족과 가족과도 같았던 동물들이 모두 물속에 가라앉은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까? 200여일을 태평양에서 호랑이를 돌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아마 신이 돕지 않고서야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신이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치 죽음의 독가스를 앞두곤 신외엔 부르짖을 곳에 없었을 아우슈비츠 수용소 속의 유대인들처럼 말이다.

p.149 예상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일을 우리가 어쩔 수 있을까? 다가오는 삶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없는 것을.

p.227-228 "난 죽지 않아. 죽음을 거부할 거야. 이 악몽을 헤쳐 나갈 거야. 아무리 큰 난관이라도 물리칠 거야. 지금까지 기적처럼 살아났어. 이제 기적을 당연한 일로 만들 테야. 매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필요하다면 뭐든 할 테야. 그래, 신이 나와 함께하는 한 난 죽지 않아. 아멘."

어찌 보면 우리의 일상 자체가 구명보트에 의존하는 위태로운 항해다. 존재라는 부실한 구명보트에 고난이라는 파도, 공포라는 호랑이살아가는 순간순간마다 권태와 공포 사이에서 담금질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다. 신의 은총일 수도, 노력의 보상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당신도 당신의 인생을 긍정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앞으로도 조난은 계속될 것이다. 파이가 태평양을 헤맨 200여일마냥.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파이 같이 당신에게도 구원의 빛이 언젠가는 닿을 것이라는 점이다. 살아만 남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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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 경영 전략
노무라 나오유키 지음, 임해성 옮김, 김진호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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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


인간은 지구의 먹이사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들 하나하나의 역량이 뛰어나서라기 보단, 집단으로 존재할 경우의 시너지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맹수의 송곳니, 조류의 날개, 심지어 어류의 아가미조차 가지지 못한 인간은 전두엽을 통한 이성적 사고를 기반으로 수천 년을 상호작용한 결과, 현 문명을 이룬 것이다. 점차 고도화되어 가는 인간 문명에 있어 단 하나의 위험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보다 더 똑똑한 존재가 아닐까? 수십억의 인류를 합쳐 놓은 것보다 더 지적인 존재가 아닐까?


인공지능에 대한 몇몇 명사(名士)들의 걱정은 언론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것들 중에 하나다. 너무 경우의 수가 많아 인간을 이기는 데 몇 십 년은 더 걸릴 거라고 봤던 바둑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이겨버렸고,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인공지능들은 인간의 혐오 발언들을 학습하거나 심지어 자기네들끼리의 언어를 만들어 소통한다는 기사들이 대서특필 된다. 이런 경향을 비추어볼 때 언젠가 매트릭스처럼 우리를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그러던 차에 접한 책이 노무라 나오유키 교수의 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


저자는 일단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우려부터 불식시키고 시작한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아득히 초월할 것이라는 특이점(Singularity)은 우리 생에서는 보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알파고 같이 현재 유명해진 인공지능의 경우,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약한 인공지능이자 전용 인공지능이고, 스스로 학습하며 결과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할 수준까지 이를 강한 인공지능이자 범용 인공지능의 경우엔 막 걸음마를 뗀 정도이기 때문이다. , 스스로 생각하여 인간을 위협할 수준으로 발전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노무라 나오유키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부작용은, 인공지능 그 자체의 결점과 폭주 때문에 발생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보단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인해 과거 단순반복과 계산을 통해 유지되던 사무직들이 소멸하고 인간은 로봇이 할 수 없는 창조적인 일들을 전담하게 되면서 발생될 산업 구조조정을 예견한다. 과거 마르크스가 전망했던 기술의 발전을 통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성취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인공지능을 소유한 거대 다국적 기업이 인공지능을 통한 성과를 대중에게 나눠줄까 하는 것은 미지수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산업계의 변화에 대한 사회적 대책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하는데, 4차 산업혁명 이후 더 이상 사람들이 노동의 주체가 아니게 되어 버린 사회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대비할 필요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이 유비쿼터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부침을 거듭했던 기술적 결과물들과 결을 같이하진 않을까 하는 염려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과거 80년대에 마케팅적인 수사로 붙었던 인공지능과 달리, 뛰어난 연산 속도와 빅데이터를 기반한 지금의 인공지능은 진짜라고 말한다.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인공지능 분야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또한 이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하나의 필수 능력 중 하나에 들어가지 않을까? 전문 연구가처럼 관련 이론과 세부 사항을 체화할 필요는 없겠지만,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와 활용해보고자 하는 도전 정신이 없다면 어느 비즈니스 영역에서든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새 우리 앞에 불쑥 다가와 자신과 함께 해주기 바라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준비가 필요하다.


p.417-418 ?’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완전히 기계의 부품으로서 취급되는 직장이 아닌 한어떤 업계나 직종지위에서도 살아남는다그리고 순수하게 ?’라고 물을 수 있도록주어진 현상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좋은 환경이나 성과물을 만들려는 인간다운 동기 부여를 스스로 키우는 것이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서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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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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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란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당신이 무라카미 하루키나 알랭 드 보통 같이 사유의 깊이와 취미의 너비가 넉넉하여 평소에 생각해오던 걸 길어 올리기만 해도 한 편의 글이 된다면 에세이 몇 편 쯤 쓰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다수의 평범한 이들이 쓴) 에세이는 대개 긴 시간 동안 써온 여러 글의 묶음이거나 삶을 관통하는 투쟁의 결과물들이 담긴다. 이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소설은 작가의 삶이 묻어나는 정도에 그친다면, 에세이는 작가의 삶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상 작가의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은 박상 작가의 삶의 향취가 듬뿍 묻어나 있는 ‘본격 뮤직 에세이’다. 이 책은 박상 작가가 겪었던 구질구질한 일상과 여행 속의 일탈을 바탕으로 노래를 추천해주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런 에세이들은 대개 70-80년대 팝을 추천해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클래식부터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 전 세계의 가요를 소개해주는 것을 보고 내 좁은 식견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역마살이 있는지, 스페인, 베트남, 독일, 일본 등 세계의 방방곡곡을 유랑하는 작가라서 이리 다양한 취향을 자랑하는 걸까?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이라는 제목만 보고 사랑에 관한 에세이라고 지레짐작한 이들에게는 조금은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는 책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수백만 솔로부대가 거리낌 없이 읽을 수 있고, 오히려 힐링이 될 것 같다. 여행을 하고 글을 쓰는 동안 내내 솔로였음을 자백하는 박상 작가는 여행지에서 새로운 만남이 있기를 바래보지만 결국 허탕만 치고 돌아오는 이 세상의 수십만 로맨티스트들의 비애를 묘사하는 데 특출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사랑의 달달함보다는 혼자의 외로움, 일상의 노곤함이 더욱 깊게 배어 있다.


p.72 음악이야말로 삭막함의 반대말이다. 경제고 사회고 정치고, 삭막하게 정체된 우리의 지금 여행이 음악의 ‘뽀샵빨’로라도 좀 아름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삶을 구성했던, 그리고 현재 구성하고 있는 음악들에 대해서 알게 된다. 신해철과 산울림에 대한 그의 사랑은, 서른과 마흔 사이 언저리에 있는 청년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일 터다. 나도 그들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인생곡’의 시대가 좀 다르다. 넬, 에픽하이, 엠씨더맥스 등 2000년대 후반에 찬란하게도 빛을 내던 그들의 노래에 힘을 얻어 학창시절을 보냈더랬다. 누군가에겐 김동률·윤종신 같은 발라드의 전설들이, 누군가에겐 마릴린 맨슨의 사탄스러운 노래가 힘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p.89 모든 음악은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운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음악은 마음을 열고 들을 때 비로소 빛나는 보석인 것이다. 음악이 비즈니스가 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촌스러운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반추해보면서 드는 염려는, 언젠가 ‘뽕짝’이라고 불리는 트로트 외엔 새로운 노래에 대한 관심도 없고 수용하지도 못하는 칠십 넘은 노인처럼 되어버리진 않을까하는 점이다. 지금도 요새 신곡들 중에 도대체 이게 노래인가 싶은 것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편협해질 것인가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나 버스커버스커의 ‘봄바람’, 빅뱅의 ‘Loser’ 등을 추천하는 박상 작가는 상당히 감각이 젊고 유연한 편인 것 같다. 글에서 느껴지는 세련된 감각도 이러한 다양성의 추구에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을 읽고 나니, 우리 삶에서 음악이란 것이 이토록 힘이 되는 것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반복되는 일상에 흥겨운 리듬을 주고, 급작스러운 일탈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부여해주는 음악의 힘을 이 에세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새 가을 한복판이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부여잡고 우울한 마음이 든다면, 이 에세이에 소개된 음악들을 들어보면서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아보아도 좋을 것 같다. 혹시 아는가? 지금까지 미처 만나지 못했던 자신의 ‘인생 곡’을 이 책에서 찾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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