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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1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인연을 생각하면 자신이 하는 일에 진실과 열정을 담지 않을 수 없을 터, 인연은 내가 짓는 업의 결과요, 업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이며 들리지 않는 메아리이기 때문이다.(1-13)"라는 이 책의 서문처럼 읽는 내내 내 생의 그 많은 인연들을 생각하며 절절하게 이 책을 읽었다.
어머니의 장례를 천주교와 유교식으로 지내고도 그 허허로움을 달래지 못해 불교식으로 치르고 싶어 해인사를 찾은 고명인이라는 인물이 그 어머니의 혼과 함께 혜각,혜인,혜국,법타,선혜스님들을 만나가며 일타큰스님의 불교입문과 입적의 과정까지 들려주는 긴 줄거리의 책이다.
이십대에 잠깐 발심하여 불교를 좀더 깊이 알게되었고 그러기에 얼마나 많은 세속의 인연과 유혹을 견뎌내고 뿌리쳐야만 올바른 불제자가 되는지 알고있기에 처음 친가, 외가 모두를 합쳐 사십명이 넘는 가족이 불교신자가 되었다는 것을 들었을때 그 분은 참 많은 복덕을 지으셨나보다, 스님이 되지 않으면 안될 인물이었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분 가족분들 중 모두가 스님된것을 좋아 한것이 아니고 어쩔수 없이 택해야 했던 아픈 가족사를 들을때 그분들의 다른 업장이 느껴져 가슴 아팠고 어린시절 어머니와 떨어져 슬퍼하던 순수한 아이의 마음에 발심을 요구하는 부모님을 보며 스스로 반성하고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하는 스님을 보면서 큰스님은 역시 다르구나 감탄을 했었다. 또한 외할아버지 '추금'이 자화장(自火葬)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거나 일타스님 스스로 손가락을 연비하신것, 내생에 미국에 태어나 불교를 전파하실것을 원하시는 것을 보면서 그분들의 불심이 얼마나 깊은지 거듭 숙연해졌다.
일타큰스님의 행적을 다룬 책이지만 그 분의 세속 가족분들의 발심과 입적에 대해, 일타 큰스님이 모신 대강백 고경, 동산, 성철, 서암 큰스님들에 대한 일화를 그분들의 상좌분들 입을 빌려 들으면서 서로가 자신의 발심을 일깨우며 제자들을 위해 애쓰시던 큰 스님들의 모습과 그분들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을 회상하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큰스님들과 제자들의 만남이 정말 큰 인연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특히 머리좋은 혜국스님이 학교공부 1등을 놓쳐 속상해 절을 찾았다 스님이 되고 교복입은 여학생을 보며 울렁증이 생기며 불전함의 돈을 훔쳐 불경과 불서를 구입해 스스로 절을 하며 반성하고 결국 십만배 후 손가락연비를 하였다는 부분에서 스님들이 인간으로서 갈등하는 부분과 스스로 정진하는 부분을 보며 큰스님의 상좌분들이 현생에서 이렇게 정진해주시는 모습에 감사드리고 이 세상에 아직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또 하나 스님들의 불심을 따라가며 만나게 되는 우리 산하의 좋은 사찰들에 대한 소개와 요사체의 사진은 보는 나로 하여금 금방이라도 그곳에 달려가게끔 만드는 아득함이 밀려와 몇번을 보게끔 만들기도 했다.
생각없이 '성불하십시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세웠던 이십대를 떠올리며 가끔씩 절에 들리는 요즘 부처님전에 '업장소멸'이라는 너무 큰 원을 세우면서도 게으름과 세상에 대한 원망을 버리지 못한 내게 너무나 큰 자비를 베풀어주신 일타스님의 생애를 다룬 이 책 [인연]은 큰 은혜 바로 그 자체가 아닐까
더우기 큰스님이 15년간 자신을 시봉해 온 상좌 '혜관'에게 입적 후 20년 뒤에 돌아와 '혜관'의 상좌가 되겠다는 말이 얼마나 가슴에 맺히던지 나와 가장 큰 인연을 맺은 내 어머니는 분명 아들 귀한 집에 시집와 세번째 딸인 나를 낳아 힘든 청춘을 눈물로 보내셨을테고 자라면서 자주 아파 또 어머니 속을 태우며 늙으신 지금에도 일하러 다닌다는 핑계로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내가 전생에 어머니의 업이 아니었을까?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 나이지만 전생, 현생, 내생을 믿기에 열심히,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내 노력이 약한것을 느낀다.
다행이 내일이 '석가탄신일'이다.
절에 가서 내 어머니 내생에는 좀더 편한 삶을 사실 수 있도록, 내가 어머니의 부모가 되어 어머님을 보살필 수 있도록 부처님전에 절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