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세영 작가의 [원행]을 2006년에 읽으면서 역사팩션의 진수를 맛보았고 이후 일단 오세영 작가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구텐베르크의 조선]이 편찬되었다는 것을 들은 후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 3권이라는 책의 권수에도 아랑곳 없이 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어 잡게 된것은 작가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것이다.
처음 책을 접했을때의 느낌은
이런?
아무리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조선시대 인쇄술과 관련된 이야기고 그것도 시대적 배경은 조선 세종때이지만 조선을 넘어선 사마르칸트와 독일 마인츠라는 너무 생소한 외국을 주 무대로한다기에 살짝 걱정이었다.
서양에서 금속활자 인쇄를 최초로 시도한 '구텐베르크'라는 실존적 인물을 두고 그를 도운 조선의 인쇄술의 장인인 장영실의 제자 '석주원'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조선의 찬란한 인쇄술과 우리 선조들의 찬란한 장인정신을 보여준다니 역사팩션을 많이 읽어본바 너무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는 잘못하면 작가가 이야기하는 주제를 잊어버릴수도 있고 시대와 지리적 차이로 자치 지겹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오세영작가지만 너무 큰 주제를 다룬것 아닌가 걱정을 하며 1권을 잡았다.
첫부분 작가의 말에 자랑스러운 후손들을 염두에 두고 쓴 이야기이며 첫단락 <이역>부분을 읽을 때 아! 나의 모든 생각이 기우였구나, 역시 오세영작가구나!를 연방 감탄하면서 15세기 상상도 못했던 조선과 독일의 배경과 그곳에서 인쇄를 준비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가슴떨리게 다가왔던지 그냥 조선에 국한되어 세종대왕과 장영실을 만났다면 원래 아는 인물이니 하고 치부했겠지만 조선에서 사라진 장영실이 인쇄술관 관련된 세종의 밀명을 받고 명으로 떠났다는 설정부터가 대단하다를 연발하게 했다.
과연 그랬을까라는 의문과 그의 제자가 있어 조선의 인쇄술을 독일에 넘어가 더욱 발전시켰을거라는 가정은 그야말로 놀라움과 큰 기대를 안겨주는 내용이었다.
더우기 유럽에서 가장 중요시하던 성서를 일반 백성들에게 널리 보급하기 위해 교황청에서 다량인쇄를 시도한 [42행성서]를 구텐베르크가 맡게 되고 주자장으로 그를 돕는 석주원과 수도원과의 숨막히는 대결은 역사적 실재와 허구가 어우러져 자아내는 멋진 대결구도로 인쇄를 모르는 내게도 긴장 자체였으며 마지막 향동활자가 이루어져 종소리가 나는 부분에서는 감격 그 자체였다.
1권부터 실새없는 긴장감과 드라마틱한 내용들로 가득해 흥분하며 읽었는데 석주원 그와 함께 사마르칸트에서 마인츠로 온 이레네의 활약이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해하며 2권을 잡았다.
역사서를 조선이라는 국내에 한정하며 보던 내게 15세기의 아시아와 유럽의 정세속으로 데려가는 이 책은 외국의 고대 이름부터가 조금 생소하고 오스만트루크 제국이 천년제국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던 그 위험천만의 국제 정세속에서 겐나디오스, 데미티리오스, 헬레나라는 가상의 세 인물들에 대한 애증의 얽힘을 자칫 지루함으로 빠질 역사속 현장에 리얼리티와 인간갈등을 더해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특히 최고의 연금술사인 '크리스토툴루스 수도사'의 정체와 자신들의 얽힌 삶속에서 제국의 말로와 그들을 지켜보는 석주원과 이레네의 모습을 통해 사라지는 역사를 겸허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있는 구텐베르크와 푸스트상사의 훔브레이트 인쇄공방을 담보로 한 법적 싸움은 석주원과 이레네라는 가상의 인물들을 역사속 현실로 끌여들이며 외지인이었던 그들을 모든 사건에 중심에 끌어들이며 이야기의 크라이막스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역사를 전공한 작가가 15세기 법률적 문제를 현재를 사는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이해가 될 수 있도록 너무나 자세하게 설명하며 그때의 긴박했던 상황을 상상히 들려주고 있어 참으로 많은 것을 작가가 준비했겠구나 몇번이나 감탄했었다.
구텐베르크 인쇄소만을 겨우 잃지 않은 상태로 재판은 끝이나고 반드시 재기할것을 다짐하는 석주원을 대하며 2권이 끝을 맺는데 아직도 인쇄와 관련된 이야기가 남았나 그 뒤를 알 수 없음에 3권이 더욱 궁금해지는 상태였다.
르네상스를 주도하는 '꽃의 도시 피렌체'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코시모 데 메디치'의 숨겨진 손자를 둘러싼 국가적 정치 다툼과 실권을 쟁취하기 위한 언덕당과 외척인 토르나부오니 가문의 견제등 정적들간의 대립, 종교와 신의 이름으로 모든 세계를 좌지우지 하던 로마교황청의 타락된 모습과 '로드리고 데 보르지아' 상서국 차관의 숨겨진 여인과 그 아들을 둘러싼 수도원과 추기경의 숨막히는 권력다툼은 세계의 어느곳, 어떤 시대이든 권력과 자신의 힘을 위해서는 사람의 생명이 하찮고 상대편의 약점이 자신들에게 득이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런 그 중에서도 빛을 발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믿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석주원의 강인한 모습에서 역사서이기보단 권모와 술수를 다룬 여러개의 드라마가 장소를 달리해 긴장감을 더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겠다.
총 3권의 핵심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금속활자를 석주원이라는 가공의 주자공을 두고 금속활자의 인쇄가 세계에 어떻게 보급되었는지 알려주면서 많은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들을 연계해 다룬 이 책은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고 인쇄라는 한분야에 이렇게 많은 사건들을 엮어 낼 수 있다는 사실과 그것들과 연결된 많은 전문적 지식들은 내가 알던 지식의 사고를 굉장히 확장하게끔 만들어 주고 있다.
3권의 마지막 부분인 석주원이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고 느끼며 조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포르투갈 리스본의 지도상을 찾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찾아 서쪽으로 돌아 조선으로 갈 계획을 하는부분에서 가히 작가의 상상력에 놀랄 뿐이었다.
너무나 작은 조선에서 시작해 중국 명나라와 사마르칸트, 독일 마인츠와 콘스탄티노플, 피렌체와 로마, 리스본까지 이어지는 세계 각국의 15세기의 정경들이 각권의 뒤편에 그림과 설명을 덧붙여 수록되어 있는데 그때의 상황과 책의 내용이 더욱 실감나게 전달되어 재미가 더했고 책 읽는 내내 이 책을 시나리오로 해서 영화로 만들어 세계에 내놓아도 그 스케일과 드라마틱한 내용으로 인해 전혀 손색이 없을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분열과 외침으로 점철되었다고 생각한 우리나라의 역사 속 이렇게 찬란한 인쇄술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안게해준 이 책과 작가에 대해 무안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