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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평점 :
1980년생.
이제 29살인 김애란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다.
내겐 낯설고 아직 신인작가라는 인식이 강해서일까 올해 동인문학상 후보로 올랐다는 것에 놀라워하며 처음 접한 [도도한 생활]은 만두집을 운영하는 가게의 딸이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삶의 질이 약간 상승한 느낌을 주지만 자신의 삶과 취미와 맞지 않는 피아노라는 어울림은 타인의 보증으로 파산된 집과 그 피아노를 지고 반지하에 하숙을 하게 되면서 보여지는 서글픈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내 삶의 힘겨움처럼 느껴져 가슴이 찡했다.
더우기 [침이 고인다]와 [성탄특선],[기도]는 혼자라는 인생의 고독과 외로움을 집이라는 작은 공간에 한정시켜 현재를 살아가는 지친 젊은이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데 지방에서 사는 독자들이 서울이라는 환상을 일시에 불식시킬 정도로 암울한 분위기였다.
[칼자국]은 만삭인 딸이 어머니의 부음에 25년간 칼하나를 사용한 어머니를 회상하며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 참으로 동감하며 나 또한 가슴아파옴을 느낀 부분이었다.
모든 단편들과 조금 다른 분위기의 [플라이데이터리코더]는 반도에서 떨어져 나간 가상의 섬에 비행기 추락이라는 놀라운 사건과 그것에서 떨어져 나온 블랙박스를 통해 사라진 엄마와 아이의 소통이라는 설정이 웬지 낯설었지만 평화와 안식을 안겨주는 부분이었다.
햇볕이 들지않는 서울의 반지하방이나 고시원의 생활, 4인용 독서실의 장기투숙 들이 얼마나 사람을 옥죄게 하는지 알기에 이 책에서 다룬 대부분의 여성들의 젊음은 푸르름보다는 회색의 어둠으로 다가왔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 여성들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속상했다.
김애란 작가의 작품들은 나와 관련된 생활속 주요 인물들을 아주 작은 도구와 연결해 설명하는데 침이 고인다의 오래된 인삼껌이나 언니의 베게, 어머니를 생각나게하는 부엌칼, 블랙박스, 피아노 등은 내 작은 삶을 더욱 작게 만들며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지나면서 한번도 그 지역에 가보지 못한 것이 "서울의 크기가 컸던 탓이 아니라, 내 삶의 크기가 작았던 탓이리라"(P118)고 말하는 부분에서 왈칵 눈물 날 정도로 고단한 삶을 잘 묘사한 듯 하다.
보기엔 참 작고 내용들이 짧아 금방 읽힐 줄 알았는데 단편들이지만 나와 우리의 삶을 너무 잘 표현해 모든 작품들을 읽어내는데 시간이 걸렸다. 고단한 삶이 빨리 끝나기를 소망하지만 여전히 고달프고 지루한 삶이 계속 연장됨을 보여주는 '자오선을 지나갈 때' 처럼 누군가 내게 손 내밀어 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대부분 희망을 품을 수 없어 어둡지는 않지만 우울했던 작품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현대의 여성들과 젊은 날 내가 느꼈을 기분들을 참 잘 표현해 많은 공감을 했기 때문일것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좀더 밝은 내용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