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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달'
사람들이 우주선을 타고 그곳에 가서 그곳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는 요즘 세상에도 한달에 한번 아무것도 없는 그믐의 상태에서 꽉찬 둥근 보름달을 보여주는 그것을 볼때면 누구나 설레고 우러러 보며 무언가를 기대하는 그것.
그래서 우리는 그것의 실체가 어둠과 분화만을 가진 무상태인것을 알면서도 그 깊이에 빠져들고 영원히 그것을 우리의 가슴에 묻어둘 단어 '달'
그것을 먹었다는 책을 만났다.
제목만큼 기기묘묘한 소설이었다.
얽히고 설킨 삼대간의 애정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엔 깊이가 너무 깊었고 어지러웠다.
조선시대 양반과 중인, 상놈을 배경으로 했기에 역사소설인가 했지만 그 역사라는 것이 주인공들의 삶의 무게에 너무 점철되어 역사적 배경은 아주 묻혀버렸다.
온전히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그 시대를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
<깊은 사랑 그 업의 결과물들>이라고 밖에 단정 지을수 없는 이야기들의 연결고리였다.
이 책은 조선시대 양반가의 '류호'라는 아버지의 사랑벽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내와 아이들의 삶과 그들과 연결된 또 다른 인연과 삶들에 얽힌 이야기이다.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목차만 보았을때 [이른 아침, 겨울], [깊은 밤, 봄], [한낮, 여름], [다시 밤, 가을]이라는 부제는 참으로 신선하고 서정적인 내용이겠구나하며 둥그런 달과 연결해보았다.
봄을 표현했을 때 왜 깊은 밤일까 봄은 아침이 참으로 눈부시고 아름다운데라고 생각하며 그것과 부합되지 않는것에 의아해 하며 처음읽은 묘연의 첫번째 이야기는 난감하면서 도저히 감을 잡을수 없었다.
문체는 직접적이고 표현은 적나라하면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것이 많이 낯설었고 뒤이어 나온 화자가 묘연에서 태겸, 여문, 설희, 향이 등으로 자꾸 바뀌면서 싯점까지 바뀌는 것에 종잡을수 없어 사실 처음은 짜증이 먼저 일었다.
하지만 묘연의 아버지 '류호'를 둘러싼 그 많은 친, 인척들간의 복잡미묘한 관계와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들에 익숙해지면서 손을 놓을 수 없던 이 책의 매력을 무어라 꼬집어 말할 수가 없다.
화자들이 바뀌면서 시대가 조금씩 바뀌어 가끔씩은 이야기의 단절도 느꼈고 끝부분의 종결이 어색했지만 사랑만으로 살았던 '류호'에 의해 그의 자손들이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아픔과 상처가 그의 손자와 손녀까지 이어진 얽힌 삶들은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고 내 주변이고 내 아픔이면서 나의 사랑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달을 먹다]라는 제목과는 달리 책의 내용엔 달은 언급되지 않지만 차면 기운다는 달의 이치 처럼 사랑도 너무 차면 기운다는 것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랑으로, 이 달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가슴한켠 찬바람을 몰고온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