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곧 전쟁

관시 전쟁 1 - 경매의 사냥꾼
푸스 지음, 한정은 옮김 / 푸르메 / 2008년 1월

'꽌시'는 '관계'의 중국어로 인간관계나 인맥은 물론 비즈니스상의 관련된 것 사이의 중요성까지 함축하는 표현이다. 중국에서는 '꽌시의 힘이 법보다 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회전반에 중요하게 여겨진다.라고 책의 표지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나고 자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느 곳에서나 중요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인간관계에 대해 그것을 전쟁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중국뿐아니라 모든 사회에서 통용될 것이다.

특히 세계 최고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어느 순간 전세계의 정치, 경제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는 요즘 현재 중국에서 대학교수, 증권, 부동산, 경매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 이 책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자신의 신용과 철저한 사업관으로 탄탄한 인맥을 형성하며 3D라는 법적 경매회사의 사장으로 자리잡은 장중핑이라는 인물을 1편에서는 <경매의 사냥꾼>으로 다루며 자신의 일의 성공을 위해 법집행관 자녀들의 학교 진급이나 진로를 알아봐주며 작은 선물 하나 의미를 두며 세세하게 신경써는 그의 주도면밀함과 그의 일처리과정은 그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적 사례로 보여졌고 그 당당함과 자신감에 매료되었지만 가라오케와 많은 접대문화들을 보면서 정치와 경제를 이끌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진정 저렇게 해야하나 하며 슬퍼기도 했다.

 2편<관계의 재구성>은 1편의 숨막히는 대결구도와 같은 긴장감은 덜했지만 사업적 기질보다는 자신이 이루어온 인맥들이 작은 틈으로 인해 멀어지며 그동안의 성과들이 무너지고 개인적으로 갈등하고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교수부인인 아내의 언질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다른 사랑을 벗어나지 못해 거짓말하고 현실의 가정이 흔들리게 되며 사업을 하며 맺은 정계 인사들의 비리의혹까지 적나라하게 들려주는데 이 책을 읽고 감히 누가 바람을 피우고 관공서와 뒷거래를 하겠는가.

 읽는 나까지 예전 무역업을 하던 직장에서 일주일내내 관공서직원들을 접대하고 거래업체들간의 미묘한 거래등을 보고 겪으면서 왜 일을 이렇게 해야하나 하며 염증을 느껴 견디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이런 것이 경제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된 현재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을 조금이나 인정하면서 세상을 살아내는 많은 이들이 존경스럽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신뢰할수 있고 최고의 기업으로 알고있던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많은 뇌물과 비자금 의혹으로 힘들어하지 않는가.

이것은 비단 중국과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

이렇게 힘들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좀더 투명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수 없을까 누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책,

하지만 그의 아내도 버리지 못하고 새 여인도 버리지 못하는 이중적 남성의 모습은 읽는내내 날 불편하게 만들었다.

긴박감 넘치는 구성과 <장중핑 어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재치 넘치는 작가의 어휘력으로 인해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중국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함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