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부터 책읽기에 푹 빠졌고 나를 가장 매혹적으로 끌어들이는 장르가 역사팩션이다.
그것이 역사의 현장이나 인물, 어떤 작가의 작품이던간에 실제 있었던 어떤 과거를 소설로 만나는 것이 왜 그렇게 재미있는지 이해할수는 없지만,
물런 이 책 [바람과 그림자의 책] 또한 발표되지 못한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을 다루었다니 소재 자체가 나같은 사람에겐 흥분 그것이었다.
600페지이에 가까운 책의 두께에 감사하며 세계적 문호 세익스피어를 어떻게 만날것인가 기대로 부풀었던 나,
처음 맞닥뜨린 문학담당 지적 재산권 법률변호사 제이크 미쉬킨이 의뢰인으로 부터 어떤 작품과 관련된 문서를 얻게된 경위의 독백적 회고글과 1642년의 브레이스거들의 편지글, 불난 서점에서 제본을 위해 처칠의 전집을 해체하려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크로세티와 제본사가 꿈인 롤리를 보면서 이들이 그 희곡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이군 하며 조급증이 나기 시작했다.
브레이스거들의 편지를 주인공들의 이야기진행에 따라 중간중간 실어 이 편지의 중요도를 알려주며 그 편지글이 17세기에 쓰여진 재코비언 문체이며 암호문이 있다는 것, 그것을 풀기위해 전문가인 지인들과 의기 투합하며 미국과 영국을 오가는 모습, 전 세대 최고 작가의 미공개 작품이 최고의 가치가 있을거라며 몰려드는 갱들과 문학전문가들, 그리고 살인과 폭력,애정 등이 어우러지며 마침내 찾게된 미공개 희곡집과 그 결말.
팩션의 온갖 재미있는 구성을 다 갖춘 책이었다. 더불어 가끔 나오는 영화이야기까지.
하지만 책 속에 나온 인물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려다 개개인의 사적 이야기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했고 독자인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어 추리의 긴장감이 떨어졌고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내게 평소 익숙하지 않은 천주교와 개신교라는 종교문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불편했는데 이 편지가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 카톨릭의 가장 타락했던 시기이며 유럽에서 종교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고 작가가 청교도를 자랑으로 삼는 미국인이라면 가능하겠다는 것을 뒤에 가서야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도 천주교인이 읽으면 조금 기분 나쁘겠다라고 생각하며 이 책은 무턱대고 읽기보단 셰익스피어와 그 시대를 조금 알고 읽었어야 하지 않았나 때늦은 후회를 했었다.
물런 끝없이 나오는 유태인과 독일인의 민족적 기질 설명까지 불편했다.
마지막으로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을 주제로 삼았는데 그에 대한 언급이 너무 약해 17세기엔 '윌리엄 섹스퓨어'라고 불렀구나 라는 정도로만 알게된 것 아쉬움이 가득 남았다.
아쉬움과 지루함이 교차하면서 읽어내었던 이 책,
그래도 셰익스피어의 생애를 다시 돌아보면서 그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재코비언으로 쓰여진 브레이스거들의 편지를 새로 만들어내고 그의 마지막 희곡작품이 스코틀랜드의 메리여왕을 다룬 것이 아닐까라는 작가의 상상만은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 책. 다시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봐야 겠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