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亂)하니 울(鬱)하더이다.

난 - 제1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권오단 지음 / 포럼 / 2007년 10월

이 책 <난>은 우리나라 역사이래 가장 치명적인 전란 중 하나인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9년전 북방의 오랑캐 이탕개가 난을 일으킨 것을 배경으로 그 시대 변란을 미리 예견해 여러 방편을 도모하는 이율곡과 어린 광해군, 그들의 염려와는 상관없이 현재 자신들의 가문과 당파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대신들간의 대립구도를 중심으로 어지러운 역사적 사실에 이탕개의 난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맹활약하는 야차장군과 추풍검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 소설적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모든 세상살이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듯 선명하게 한 시대상의 이야기를 콕 집어 소설로 만들어 낼 수 있는것,

역사팩션의 장점일것이다.

나라의 앞날을 위해 상소문을 올려도 그것이 공염불이요 다른 대신들에겐 미운 털박힌 아둔한 짓이며, 전장에서 많은 공훈을 세우고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장수들에게 그들의 신분이 백정이고 미천하다 하여 신분을 속인죄를 묻는 관리들의 답답한 행태를이 책에선 여과없이 알려주고 있다.

읽는 내내 난(亂)하니 울(鬱)하였다.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책은 현재 우리나라 문단의 흐름을 반영하듯 이탕개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전장에서 화려하게 싸우는 백손과 바우의 활약을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 냈는데 읽는 내내 긴박함과 격렬함, 답답함과 안타까운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다.

또한 올해 말에 있을 대선을 염두해 두고 선조와 같은 우매한 임금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도 실려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일어나기전의 상황이고 팩션이라고 하지만 책의 내용과는 약간 상이하게 느껴졌던 이순신이나 유성룡의 출현은 너무 짜깁기식  아닌가 생각되었고 동재기 나루터 씨름대회에서 일등한 개동의 활약이 없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석학이라고만 알고있던 이율곡의 아프고 고단했던 말년의 삶을 심도있게 그려 자신보다는 나라의 안위를 걱정한 그분의 정신을 다시금 배울 수 있었으며 우리만이라도 타인의 말을 되새겨 듣는 자세를 가져야 겠다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