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글속에 빠지게 만든 남태평양

남태평양
김병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6월

김병언 - 문학과 지성사

2007년 동인문학상'파이널 5'후보로 오른 작품 중 하나이다.

처음 베테랑 작가란 이야기를 듣고 "어! 이런 작가가 있었나 ?"하며 혼자서 의아해 했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우리 문학에 대해, 우리 작가에 대해 모르고 있었나 새삼 반성을 하게 된 기회가 되었다.

총 6편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은 내가 김병언이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음에도 아무런 이질감없이 너무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고 아하!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라는 것을 인생선배를 통해 배웠다고 할까.

우리 이웃의 이야기지만 썩 잘나지도 않았고 보통이 말하는 소외된, 하류인생이라는 사람들에 대해 너무도 잔잔하게 그러면서 지루하지 않게 그들의 고난한 삶을 이야기해주는데 보통 이런 하류 인생에 대해 읽게되면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듯해 싫어했는데 김병언작가의 소설은 하류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임에도 "그래, 이런 인생도 있지, 어쩜 좋아! 음, 정말 그렇구나! "혼자 감탄하고 혼자 아파하며 온전히 그들의 삶의 내부로 들어가 내가 그들이 되어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많이 아파 했을 궁상한 삶인데도 무던히 이겨낸 주인공들을 만나며 나도 그들처럼 이 힘든 인생을 잘 견뎌낼 수 있을거라는 용기를 얻었다고나 할까, 평소 같으면 우울증에라도 걸릴 내용인데 모처럼 함께 호흡하며 재미있어하고 자신감을 얻고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책 속으로 들어가 <고서점 여자>

고서점을 운영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지만 처음부터 고서점을 운영한 여인이아닌 사람들로 부터 상처입은 가녀린 여인이 고서점이라는 곳을 통해 안식을 찾고, 또 사람을 피해 그곳을 떠나게 된 슬픈 운명을 보는 듯 했지만 햇빛으로 자신을 다림질한다는 여인의 말, 어쩜 나도 그러할 수 있을까? 자문해본 기회였다.

<꽃씨날리는 날>

봄볕, 따스한 햇살 속 꽃씨나 꽃가루가 날리면서 가끔 만나게 되는 황홀함이나 공허함을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의 일간지를 통한 컴퓨터 무료구입의 과정을 보면서 봄날 아련한 기운을 만나게 되는 따뜻한 글이었다.

아련한 봄날, 꽃씨 날리는 그 여운을 멋지게 표현한 작품

<지존> 제목이 촌철살인이었다.

모든것에 달관하고 최고인 사람을 말하는것 아닌가!

자신의 집에 들어온 밤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이생에 진정한 지존임을 바란 집주인 문약한 시인의 모습은 웬지 가슴에 아련하게 남았다.

<황사에 바치다>

바치다. 라는 동사를 대하며 몇번이나 곱씹게 되는 단편이었다. 자신의 인생 중 가장 힘든시기에, 자기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었던 과거의 전화속 여인을 기념하며 그녀에게, 아니 그 사막의 황사에 꽃을 바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멋진 로맨티스트를 만난 기분, 훈훈한 기분이 절로 일었다.

<회생>

386시대 가장 비참한 말로를 겪었을 주인공들..

비루한 자신의 모습을 닮은 개를 사살하기 위해 친구와 비오는날 산행을 감행하는 주인공과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그 개를 데려와 결국 살려내며 자신의 회생까지 기대하는 주인공의 바램을 보면서 박수쳐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었다.

마지막 <남태평양>

무어라 해야하나, 우리의 학창시절 어느 학교에나 있을법한 이야기, 학생들 사이에 전설로 알려지며 대협이라고 불려졌던 자신의 형에 대한 회상을 하는 이 소설은 너무 박진감 넘치고 그럴 가능성을 보며, 이런 남자가 있을까? 라는 온갖 상상을 하게끔 만든 부분이었다.

내용이 단순하면서 아련하고 강건했으며 이런 사람이 있으면?이라는 가정을 하게끔 만들었던 아주재미가 있어 표제작으로 삼기에 충분한 단편이었다.

세상을 힘들게 살면서도 갇혀 있지 않은 사람들, 소외된듯 하면서도 자신들을 세상의 중심이 되게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역시 동인문학상 후보로 오름에 부족함이 없는 듯 했다.

오랫만에 나의 감성에 맞는 작품을 만나 즐거웠던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