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사랑
텐도 아라타 지음, 박태규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작가가 매우 낯설었다.

하지만 '영원의 아이'의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전작을 읽지 않았음에도 그 유명세로 인해웬지 낯설지 않은 느낌.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일반적 이성간의 사랑을 둘러싼 스토커적 미스터리 작품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역시 책은 끝까지 읽어야 그 맛을 아는 것,

이 책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주고 있는데 그것이 너무 떠들석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 하나, 나누는 대화 하나 하나를 숨까지 죽여가며 보아야 겨우 눈치 챌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

 
<우선은, 사랑>은 자신의 감정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부인에게 뜻하지 않은 상처를 주고 그 고통을 나누지 못해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를 죽일 것 같은 괴로움에 시달리는 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부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

보통의 사람은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만 집중해서 생각하고 보게 된다고..

곁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그 자리에 항상 있을 것이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던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상대방의 속이 곪아 터질 때가 되어서야 그의 아픔이 무엇인지 겨우 안다는 것,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인생들.

위태로운 부부사이의 문제를 어떻게 풀것인가?

<텅 빈 연인>은 신경과민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중년남성이 같은 병명으로 통원치료를 받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호기심으로 시작된 소녀와의 만남에 다른 감정을 느끼며 소녀의 마음에만 존재하는 연인을 없애고 자신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다 서로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만 더욱 안게 된다는 이야기.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세상에 대한 마음을 닫은 소녀가 존재하지 않는 연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

어른들이 무심히 행하는 행동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조금은 우울하고 조금은 안타까운 이야기.

그와 소녀의 병은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라는 생각

<평온의 향기>는 어려서부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살아오다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 버린 여인과 사랑하는 누나가 복막염으로 죽은 후 죄책감으로 세상을 살아온 남자가 정신병원 사회복귀병동에서 만나 정상적 삶을 살아내기 위해 6개월간 동거를 하며 그들의 일일을 일기에다 기록하며 그들의 미래를 계획하는 이야기.

매사에 너무 성실한 나머지 지쳐버리고 약간의 정도에서 벗어나면 두려워하고 세상에 나오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서로가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준다는 이야기인데, 너무 조심스럽고 소심한 그들의 삶이 어찌보면 안타깝기도 했지만 잔잔한 일상속 서로가 위로가 되어주고 평안을 찾는 것을 보면서 나 또한 삶에 용기를 내어 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들은 사회의 난관에도 서로가 의지해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멀어져 가는 그대에게>는 19살 이미 자신의 앞날에 대해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삶에 대해 체념아닌 체념을 하게된 남자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크리스마스 이브에 손님으로 온 남성의 갑작스런 죽음을 보며 그의 미망인을 만나고, 그 미망인을 통해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그 소중함이 사라졌을 때 생기는 공백과 그리움에 대해 알아가면서 내적 성숙을 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작은 계기로 그의 삶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 하지만 내 일이 아니기에 어쩌면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이야기들, 그러면서도 내 일이 되면 너무 큰 고통이라 정신병원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아픔을 들려주기도 하고, 서로가 그 아픔을 공유하면서 내가 치료를 받고 있다는 느낌!

내가 그들의 내면을 보면서, 내 가족과 주위의 사람들에게 너무 무관심하고 소홀하지 않았나 다시금 돌아보며 내 닫힌 사고를 좀더 넓게 확장하는 기회가 되었다.

사람은 작은 것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작은 것에 큰 변화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제목이 '넘치는 사랑'인데, 어찌 사랑이 잘못 표현되고 제대로 표현되지 못해 일어난 이야기를 묶었다.

우리가 사랑에 실수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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